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레이 Jan 24. 2019

2019년 1월 24일_나의 글쓰기 습관에 대하여

남의 글을 찾고 보고 고치고 다듬고 때로는 지우고 더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나의 글을 되돌아보는 때가 잦다. 과거에 쓴 글을 뒤적거리며 볼 때, 무언가 새롭게 쓸 때, 특히 보도자료를 쓰거나 책에 들어가는 문안을 작성할 때가 그러하다. 

나의 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로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부사와 접속사가 유독 많다(안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글은 늘어지고 중언부언하는 말이 방향을 잃고 여기저기를 떠돈다. 물론 부사와 접속사를 많이 쓰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스타일이라고 치자면 말이다. 짧은 글이 무조건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짧은 글에 대한 맹신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들을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잘 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작가 중에 부사와 접속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읽는 맛을 한껏 높이는 이들이 있다. 물론 나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일로써의 부사와 접속사 사용이 아니라 적확한 단어를 쓰지 못하고 분명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데서 온 일종의 좋은 습관이다. 단어가 부정확하고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자기방어를 위해 여기저기에 전제와 단서를 깔았던 것이다. 

가급적 부사와 접속사의 사용을,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자면 없어도 되는 조사의 사용도 줄여봐야겠다. 일거에 습관을 바꿀 순 없을 테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뻣뻣할 테지만 시간이 쌓이다보면 개선이 있지 않을까.

글쓰기 수업 선생님에게 “정치하게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정치하다'는 ‘정교하고 치밀하다’는 뜻이다. 충분히 숙고해 내 것으로 만든 메시지를, 서 있는 영역에서 적확하고 굳건한 목소리를 내되 영역 밖을 침범하지 않는 단어로 ‘정치하게’ 써야겠다(실은 ‘쓰고 싶다’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가 맞는데 자신감을 좀 갖자는 뜻에서 ‘써야겠다’라고 한번 치기를 부려봤다).    

작가의 이전글 2019년 1월 13일_책 읽기와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