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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해Jung Sep 27. 2024

불운 빼기 행운

2024년을 시작하면서 메타 광고 계정을 해킹당했다. 메타 측에서 금전적인 피해는 없을 거라 했지만 부당결제액 1200만원 중5백 만원은 취소 후 회수되고 7백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봄에는 자재 매입처에 선금을 주고 자재를 들여 오가다 자재를 떼였다. 일반적으로 매출처에 납품하고 돈을 떼이는 경우는 흔한데, 매입처에 선금 주고 자재를 떼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매출처도 아닌 매입처에 돈을 떼이는, 바보가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그 일을 해내면서 헛똑똑이의 면모를 과시했지 말입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에는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나는 티몬에서 물건을 사지도 않고 팔지도 않아서 다행이구나 하며 온전히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인테리어 쇼핑몰 알렛츠도 폐업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알렛츠에 또다시 돈을 떼였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불운에 자주 한숨을 쉬고 하늘을 쳐다봤다. 그렇다고 2024년에 행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출근길에 신호 빨이 잘 받은 날이 자주 있었고, 물건 상하차 작업이 끝나자마자 비가 쏟아지는 행운도 여러 번 있었고, 위내시경 복부초음파에서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는 칭찬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쩌지 못하는 것이니 불쑥 찾아오는 불운도 담아두지 않으려 애쓴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불운에서 행운을 빼고 남은 것들을 계산하게 된다. 한데 계산하면 뭐 하나. 뺄샘을 하고 남은 건 불운뿐이니 곱씹고 따져봐야 점점 더 괴로울 수밖에. 


결국 문제는 찾아온 불운이 아니라 불운을 해치 할 만큼의 행운을 만들지 못했거나 만나지 못했거나 찾아온 행운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위장과 복부가 건강한 신호 빨 잘 받는 행운아가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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