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오는 행복

by 흑곰

최근 자가면역질환이 지속되면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1. 영양불균형 : 11월에 인생 최고 체중을 찍으며 몸이 무거워진 것은 당연, 바지 허리에 닿는 피부에 계속 트러블이 생겼다. 꽉 끼는 옷을 입으면서 허리둘레에 부풀어 오르는 두드러기가 생겨 병원을 다닐정도. 그래서 체중 조절에 들어갔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탄수화물을 거의 끊으면서 그릭요거트 정도로 아침을 먹거나 아침은 원래 먹지 않았으니 늘 거르고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점심미팅 혹은 입맛이 없어서 등으로 인해 샐러드, 샌드위치, 김밥 반줄 정도를 먹다보니 오후가 되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녁은 역시 일하다 보면, 미팅 끝나고 나오면 시간을 놓쳐서.. 여러가지 핑계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다. 체중은 줄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2. 야식 :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늦은 시각 퇴근을 하면 배가 쪼륵 고파왔다. 캔 맥주를 하나 따고 오징어를 한 마리 구웠다. 안주가 없을 땐 맥주를 한 캔 더 땄다. 금요일 밤이면 맥주 여러캔과 안주 여러가지를 함께 했다. 아침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를 먹어도 살은 찌지 않았다. 체중은 줄었고 맥주로 행복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3. 수면부족 : 영양이 부족해지면서 기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캔 맥주 하나 후딱 먹고 얼른 자려고 했다. 하지만 연말연초가 되면서, 연중 가장 바쁜 시기가 되었다. 회사에는 여러가지 내가 견디기 힘든 문제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액땜처럼(사실 나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일들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캔 맥주 하나를 먹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았다. 간신히 애써 누워도 몸이 편안하게 늘어지지 않고 통나무처럼 딱딱하게 베개와 겉돌며 얹혀있는 형국이었다. 까무룩 잠깐 잠이 들어도 어김없이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A리더에게, B리더에게, 보스에게, 팀원에게, 동료에게 계속 일과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던 시기에 아이에 대한 걱정도 추가되었다. 자는 모든 수면시간이 REM수면으로 점철된 것 같았다.



그러다 왔다.

공막염, 눈 주위 알러지(거북이 등딱지 처럼 눈 주위가 두둑두둑 울퉁불퉁해진다), 그러면서 피부가 무척 얇아지고 탄력이 없어지는것이 눈으로도 보이고 체감하기도 쉬웠다. 이것말고도 여러 질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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