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로다 모든게
긴 줄의 삼분의 이 지점에서 그가 나를 본다
오랜만이네
응
인사를 하고 몇 초가 흘러 그의 누님과 어머님이 슬픔과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래 너희가 좋은대로 해야지 우리는 너희 뜻에 따라
와 같은 진심의 축복을 던진다. 하지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기쁘며 대단히 기대하지도 않고 낙담하지도 않는 목소리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기쁨이 솟구친다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날거였구나 삶이라는 것이 참 묘해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데 어디에 있지 그의 아들과 나의 아들은
우리의 아들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것일까
거기에 현재의 관계는 잠시 망각되었다
#2
낯설지 않은 상가층에서 중앙 현관으로 나아가는데 차가운 온통 새파란 자켓과 바지를 한벌로 입은 눈에 익은이가 서있다
작은 분향소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누군가를 추모하고 있다
아 이런곳에 분향소가 있었네 그동안 몰랐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눈치챈다
놀랍고 반갑다
보고싶다 이야기 나누고싶다
흠칫 놀란 마음으로 뒤돌아서서 중앙현관에서 멀어져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다 뒤를 살짝 돌아본다
그 낯설지만 이제는 누구인지 아는 그가 분향소에서 나온다
분향소 바로 맞은편이 중앙현관이다
그가 이 곳을 벗어나기 전에 다시 중앙현관으로 걸어간다
적막한 복도에서 단 두 사람이 마주친다
그가 나를 본다
키가 더 작아졌다 - 그래 세월이 흘렀잖아
더 마른 것 같아 - 으이그 건강관리를 안하는구나 여전히 술을 많이 마실까
저 파란색 더블버튼 자켓이라니 촌스럽잖아 - 그 나름대로의 패션감각. 하지만 좀 과하네 부쩍 늙어보여
그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가 웃으며, - 반달모양으로 바뀌는 그의 웃음, 미소. 가끔은 진심이고 가끔은 마음이 담기지 않은 그 미소
어 오랜만이네 한다
응 정말. 잘 지내지? 여기는 무슨일로
하며 분향소를 바라본다
응 J형. 인사하려고
아 그렇게 됐구나 몰랐네
측은한 슬픔이 않게 얇게 얇게 떠오른다
측은한 슬픔이 나비날개가 되어 등에 달린다
잘 지내 부디
건강해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