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 측면으로 고찰해본 브랜딩
나도 모르게 ‘이건 꼭 사야만 해!’라는 생각이 드는 제품, ‘저긴 꼭 가봐야 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는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며 지갑을 열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것이 브랜딩입니다.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지나온 역사와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를 바탕으로 매일의 삶 속에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결과물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관리하며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활동을 일컬어 브랜딩(brand-ing)이라고 합니다. 제품, 서비스, 기업, 그리고 개인(personal)까지 다방면에서 각자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자 전술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브랜딩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체성)를 명확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통합적인 브랜드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타인이 나를 생각할 때, 떠올리게 하고 싶은 느낌’을 의미하는 것으로 로고, 태그라인/슬로건, 미학적 스타일, 어투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마케터, 경영자)의 취향 혹은 기분에 따라 설정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역사, 철학, 각종 가치 (문화, 윤리적) 비전과 미션, 신념, 조직원, 리더의 성향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심사숙고하여 브랜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때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어,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겠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 (제품, 서비스, 마케팅/홍보 활동, 직원, 디자인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로 전환이 됩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타인이 나를 생각할 때 실제로 떠올리는 느낌’으로, 이것이 누적되면 해당 브랜드에 명성이 생기고, 사람들은 이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나 인상은 물론이고 신념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은 스티브 잡스 (Steve Jobs)의 혁신적이고 기능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하는 것에 고집스러우면서도 끈질긴 노력으로 그들이 구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일치하며 높은 브랜드 가치와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잡스 작고 후 현실과의 타협으로 인해 혁신적, 심미적으로 사용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데 예전 같지 못하다는 안타까움도 자아내고 있죠.
현대카드의 경우,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어려운 카드 업계에서 그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화하여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카드가 만들어지고 사용자들은 카드를 선택할 때, 주로 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는 카드로 선택을 합니다. 혜택이 비슷하다고 할 경우에,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은 평소에 그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장기간에 걸쳐서 ‘디자인’과 ‘문화’에 집중하여 대중과 소통했습니다. 갖고 싶은 카드로 카드 디자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카드 디자인을 적용한 앙증맞은 초콜릿을 VIP고객이나 협력사에 명절 혹은 특별한 날에 전달하는 선물 (Hyundai card collection), 감각적인 광고, 사용자들에게 소장하고 싶은 선물, 현대카드 소지자만 참여할 수 있는 슈퍼콘서트, 고메위크, 그리고 소지자만 방문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디자인, 트래블, 뮤직, 쿠킹)까지 디자인과 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있어빌리티”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touch하며 사람들의 뇌리에 ‘현대카드=디자인, 문화, 고급, 브랜딩 잘하는 카드’로 포지셔닝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현대카드는 종종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잘하는데, 내실이 약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고 조직문화에 신경 쓰는 것처럼 홍보를 하지만, 실제 직원들이 느끼는 것은 보여주기 식이라는 불만도 나오기도 합니다. 현대카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보여지는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감각적 정체성 요소와 더불어 조직적 정체성까지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눈에 띄는 브랜드, 사랑받는 브랜드, 나아가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어야 하므로, 브랜딩을 할 때 심리학적 지식들이 활용이 됩니다. 브랜딩에 활용되는 심리학..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로고나 브랜드 마크를 디자인할 때 기본이 되는 색상을 결정할 때, 각 색깔 별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느낌이 다른 것을 연구한 색채 심리학적 지식을 활용합니다. 브랜드의 핵심을 의사소통을 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어투 (language tone) 또한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신뢰감을 줘야 하는 브랜드에서 까불거리는 단어나 어투를 사용하면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쌓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겠죠?
사용자들에게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여 강한 유대감과 결속감, 충성도를 갖도록 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모두 아시다시피 소유자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드라이빙까지 즐기게 하는 할리 데이비슨 (Harley-Davidson)이죠. 요즘 브랜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제품브랜드는 제품의 판매에만 집중을 했지만, 요즘에는 그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면서 통합적인 토탈 브랜딩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Flagship-store)나 한시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 (pop-up)등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많죠. 이렇게 홍보와 체험을 하는 공간을 계획할 때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날 수 있게 하여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헤깔리지 않고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할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때, 바탕이 되는 심리는 ‘내가 사는 것이 곧 나 (I am what I buy)’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나를 표현해주는 수단으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수단으로 구매하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바라는 이상향으로 다가가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하기도 하죠. 이는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는 욕구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 아닐까요?
이처럼 브랜딩과 심리학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다양한 심리학 이론중에서도 특히, 매슬로의 인간욕구단계이론 (Maslow’s hierarchy of needs)은 어떤 브랜드가 다른 유사 제품/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브랜딩을 위한 기본이 됩니다. 매슬로의 인간욕구단계 이론은 심리학이나 마케팅, 경영학원론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죠? 매슬로의 동기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인간의 동기가 발현하는 양상을 설명하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모형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5단계 이론인데, 시대가 지남에 따라 욕구 단계가 추가되면 최종적으로 8단계의 욕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인간욕구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브랜드에서 제공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면 조금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최근에 지름신을 접한 일화를 공유하자면… 봄이 되어 그런지 최근 저는 예쁜 냄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서 르크루제 (Le Creuset)와 스타우브 (Staub)같은 주물 냄비를 관심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쿠팡에서 관심상품으로 등록을 해 놓기도 하고 조만간 백화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띄는 냄비 광고가 뜨더라구요. 깨끗하고 심플한 냄비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아무 냄비나 사용하다가 섭취한 “냄비 잔여 세제’, 1년에 2~3잔 이라던데 ㅠ_ㅠ]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검색해보니 블랭크 코퍼레이션의 ‘모도리’라는 냄비였습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의 잔여 세제에 대한 내용은 뉴스를 통해 익히 많이 들어서 그런지 또 눈이 가더라구요. 광고인 걸 알고는 있지만, 클릭을 하고 상세 설명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스테인레스, 주물 냄비 등과 비교하면서 무균열 냄비임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행사 중이라 할인 혜택까지…! 제 무의식 속에 잠재하고 있던 ‘안전에 대한 욕구’와 늘 관심있는 ‘심미적 욕구’가 동시에 충족되면서 저의 지갑이 쉽게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안전에 대한 욕구’와 ‘자기초월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브랜드가 있겠지만,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탐스 (Toms)였습니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는 것이니 ‘안전에 대한 욕구’는 필수이고, 수많은 신발 브랜드 중에서도 탐스만이 핵심 메시지를 기부와 연결시켜 이타적인 삶을 실행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탐스의 태그라인과 슬로건은 One for one, Buying a pair gives a pair로 나를 위한 1+1이 아닌, 내가 신발 하나를 사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선한 의도를 담고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광고, 홍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Give’가 핵심 메시지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자존감, 그리고 인지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속해있는, 격주마다 토요일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고 싶어 모인, ‘이름없는 스터디 (이없스)’입니다. 이름 없는 스터디는 적게는 10:1, 많게는 20:1의 경쟁을 뚫고 ‘선택 받은 자만 가입’할 수 있는 마케터의 모임이죠? 이없스는 현업 마케터들의 앎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친분을 쌓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사회적 욕구’도 충족시킬 뿐 아니라 굉장한 경쟁률을 뚫고 ‘선택’받았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자존감에 대한 욕구’도 만족시킵니다. 평일 저녁에 다양한 주제로 지적 갈증을 채우고 픈 ‘인지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5길’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특히 ‘안전에 대한 욕구’에 집중한 볼보도 있죠? (이 사례는 발제 중에 앞줄에 앉아 계셨던 허승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앞서 다루었던 현대카드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통한 ‘심미적 욕구’, 회원만 즐길 수 있는 문화 컨텐츠를 통한 ‘사회적’ 욕구, 그리고 “있어빌리티”를 충족시키는 ‘자존감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브랜드의 핵심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브랜드가 자신만의 독창성/오리지널리티를 갖기 위해서는 브랜딩을 단순히 마케터의 업무, 혹은 마케팅 전술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전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에 인내하고 투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들은 사용자의 잠재된 욕망을 읽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긴 호흡을 갖고 그들의 마음을 TOUCH하는 브랜딩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 번 정한 것이 있으면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브랜드의 핵심은 명확화하되, 브랜드 정체성을 표출하는 방식 (로고, 태그라인, 미학적 스타일, 어투 등)과 의사소통 방식은 트렌드에 맞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고객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되었고, 어떻게 소통하고 계십니까?
P.S. 4/6에 함께 발제한 특1급 호텔의 리브랜딩 사례와 통합적 브랜딩 프레임워크는 현재 해외 저널에 투고중인 관계로 추후 게재가 되면 추가적으로 공유하겠습니다.
글쓴이: 상상하고 경험하며 창조하는 브랜드 전략가, 정성연
저는 현재 브랜드 전략가로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전략 구축 (브랜드 핵심 파악, 네이밍, 태그라인 관련 업무 등)과 브랜딩 (로고 디자인 및 오감만족 시키는 토탈 브랜딩, 브랜드 내재화 관련 업무 등) 관련 컨설팅을 하며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틈틈이 브랜드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도시 브랜딩, 관광 브랜딩, 국가 브랜딩 관련 업무에도 참여하고 싶은 작지만 원대한 소망을 갖고 있어요.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디자인, 사진 및 영상 작가, 마케팅 실무진 등 각 분야의 전무가분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의 토탈 브랜딩을 돕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시며 좋은 작품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
이메일: brandots.inf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