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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난 May 03. 2022

뉴욕은 말이야

코로나 이후 여행은 어떤가요


오직 여행만이 답일 것 같았는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보통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백신 3차도 맞아야 하고 코로나 검사도 해야 되고 ESTA도 그렇고 숙박과 렌터카 예약은 또 어찌하며. 아, 국제면허증도 발급해야 되는데 그게 미국은 이제 그냥 한국 거로도 된다 그랬었나? (아님) 그리고 세상에는 로밍이라던가 유심칩이라는 것이 있었더랬고 보자보자 110 볼트 그거 돼지코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것이 어디인지. 뉴욕 날씨는 왜 또 아직 추운 거며 내가 여행자보험을 드는 여행자였는지 아니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이었다. 경찰서 앞에 3분 즉석사진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다.


공항버스는 정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택시를 불러 타고 도착한 공항에서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것조차 까먹은 나는 전부 폐쇄되고 하나만 연 라운지를 향해 몇 번이나 길을 헤맸다.


그리고는 기내식은 쌈밥이었다. 쌈밥? 쌈밥을 준다고? 비행기에서  쌈을 싸 먹는다고??? 대한항공의 비빔밥에 대항하는 K메뉴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시아나 기내식 개발 TF에서는 (가상임)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을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 열흘의 휴가를 쥐어진 직장인은 롤링페이퍼처럼 묶인 한 다발의 쌈을 들고 상념에 젖었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간밤에 마지막 고국의 메뉴로 우리 동네 자랑인 강촌쌈밥집에서 쌈밥 한상을 거하게 시켜먹고 온 관광객으로서 위장에 쌈이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쌈밥 위에 쌈밥을 얹으며, 와 역시 쌈밥은 기압차와 관계없이 맛있구나. 아시아나 직원들이 해냈구나. 쌈 추가가 된다면 정말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14시간 15분의 비행 중 20여분의 시간을 야무지게 보냈다.


(조식 먹기 전에 간단하게 지난 5일간의 기록을 크로키 그리듯 쳐내려고 했는데, 와 아직 현해탄도 못 벗어났네..?)


그리고는 e북 리더기를 꺼내 책을 보았다. 이런 것을 해보고 싶었던 거 같다. 비행기에서 e북 보는 거.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은희경 작가의 신작인데 고른 이유는 4개의 단편의 배경이 모두 뉴욕이기 때문이다. 뉴욕에 가져갈 책을 급히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무려 얼마 전에 나온 신작이라서 매우 기뻤고, 인생 첫 뉴욕 여행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다. 왜냐면 뉴욕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든 그것을 파샤샥 재로 만들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행자의 마음이란 제로 베이스인 것이 안전했던 거 같았던 거 같고..


그리고는 영화도 봤는데 그것은 얼마 전 김태리 님이 인터뷰에서 재밌었다 추천했던 <벨파스트>였다. 인터뷰를 읽으며, 나도 찾아봐 볼까? 했는데 신작 영화 리스트의 꽁지에 있어서는 기쁘게 틀었고 김태리 님과 영화 취향에서 교집합이 생겼다는 점이 매우 기뻤으며 강렬했던 대사가 많은데 하나 적어보자면 이렇다.


-벨파스트를 어떻게 떠나지?

-그런 걱정은 마. 아일랜드인들은 떠나기 위해 태어나.

 아일랜드인이 살아가는 데는 전화기, 흑맥주, '아, 목동아' 노래면 충분해.


그리고는 '아, 목동아' 노래가 나올 때는 울 수밖에 없었고지금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아침 7시 숙소 로비 소파에 혼자 타자 치고 있어서 틀 수가 없네. 쓱쓱 크로키하듯 쓴다는 거 잊지 말자..


어쨌든 그랬다. 아시아나는 쌈밥 이후로는 인상 깊었던 메뉴가 없어서 배가  고팠고 14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다.


도착한 JFK 공항에서부터는 드디어 실감이 났다. 외국인이 많았고 외국어가 시끄러웠다. 지난 3년간 꿈꿨던 그런 모습이었다. 외국인이 많고 외국어가 시끄러운 그런 공간

핑퐁 치듯 공항직원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에는 도파민이  나왔던  같다.


 ? 놀러 

무사? 관광

멫날 ? 열흘

해버 굿 트립바시. 땡큐마시


그러니까 제주 방언 다들 아시지요..? 매화 끝날 때마다 다시는  보겠다 다짐하지만 넷플릭스로 다시 보며 울고 있는 '우리들의 블루스...' 시차적응이 아직까지도..아직도...! 안됐기 때문에 방금  새벽 4시에도 8화를 틀어놓고 미국 시골의 보드라운 베갯잇을 적셨다..


그리고 맞이한 정오의 뉴욕은 바람이 차가웠다. 미국 하면 리프트니까는 불러  뉴욕  리프트는 낡은 밴이었다. 브루클린에서 23년째 살고 있다는 아저씨는 뉴욕이 처음이라는 나에게 느릿느릿 말했다. 여기가 퀸스고, 퀸스는 되게 . 여기가 아스트리아고 절로 가면 브루클린.  다리는 뭐고 너는 지금 급변의 맨해튼에 있다.하지만 맨해튼만 급변하느냐, 아니지. 서울도 급변하는 거잖아. 맞지?


뉴욕에서 며칠 머물면서 들은 것이 있다면 뉴요커들은 습관적으로 뉴욕을 일반화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뉴욕만 특별히 땅값이 비싼  아니야. 너희 도시도 그렇지?

뉴욕만 특별히 위험한  아니야. 너희 도시도 그렇잖아?뉴욕만 특별히 급변하는  아니다? 너희 도시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관광객이 미디어로 학습한 머릿속 뉴욕의 뾰족함을 뉴요커들이 성실하게 갈아 완만하게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둥그레진다.


뉴욕에서의   번째 숙소로 말할  같으면 할렘에 있었다. 할렘에는 이스트와 웨스트가 있는데 따지자면 웨스트였고 뉴욕의 서강대라 불리는 (ㅇㅇ작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대 근처라고 말할  있다. 센트럴파크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네갈 등의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뿌리내린 지역으로서 한때 꽤나 위험하다 유명했던 곳이지만 바야흐로 2007 금융위기를 겪고  뉴욕은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 사업에 들어갔고 할렘은 그렇게 문화적이고 안전한곳으로 새로 태어났다고 한밤중에 쏘다녀도  프라블럼이라며 나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나를 안심시켰는데 내가 이곳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이 아파트의 외관이 너무나 내가 생각하는 뉴욕이었으며 고양이  마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엎어지면  닿을 곳에 재즈바가 십여 군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흘 밤을 묶고 체크아웃을   시점에 고백하고 싶은 것은 재즈바를   곳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시차 부적응자에게  9~12시는 마의 구간으로서 그때는 진짜 티모시 샬라메가   거실에 왔다고 해도 도저히... 정말 도저히... 눈을 뜨고 침대에서 내려가 방문을   없는 그런 지옥의 나락에 빠진 정신상태라고 봐주길 바란다.


어쨌든 그랬다. 그래서 할렘이 위험한지 어쩐지는 확인할 바가 없었다. 최대로 버틴 것이 도착 첫날의  9시였다. 기분이 좋을 만큼 안전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기억  가장 무서운 .. 샌프란의 새벽..


 그럼 이제 뉴욕 1 차의 기록을 마쳐본다..다음 편은 진짜로 크로키하듯 아주 그냥 쓱쓱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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