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서해안은 수심이 얕으면서 갯벌이 많기 때문에 다이빙이나 세일링을 하려면 동해나 남해로 가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한국에서 세일링이라는 스포츠는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최근 들어 프리다이빙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이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까지도 배를 모터 없이 돗 대 만으로 운항하는 세일링은 사람들에게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부끄럽지만 나도 뉴질랜드에 와서야 바람으로만 가는 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모터 같은 것이 없으니 당연히 바람을 이용해 한해를 했을터. 왜 나는 단 한 번도 바람을 이용해서 배를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배우면 쉽지만 모르면 어려운 세일링. 이번 주말 내내 뉴질랜드 여자들과 함께 항해를 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세일링이라서 기대되고 흥분되기도 했지만 막상 배에 오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눈만 뻐금거리며 다른 사람들이랑 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 배에서 잠을 자는 것도 처음이고 배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돗을 올리는 것도, 바람에 따라 배의 방향을 바꾸기는 것도 모든 것이 새로웠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함까지 더해졌고 결국 배 멀미가 생겨 제대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
이튿날 왔던 길을 돌아가는 항해는 그나마 나았다. 그래도 하루 전날 한번 해 봤다고 나름 친근함이 생겼다. 우리 팀에 skipper(항해를 리드하는 선원)는 집은 없지만 배가 두척 있어 배에서 작고 먹으면서 산다고 한다. 그리고 이 주변 섬들을 세일링 하면서 여행한다고 한다. 나보다 고작 9살밖에 안 많은데 직업은 의사에 배가 두척이나 있고 세일링 락 클라이밍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다. 우리 팀 스키퍼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10년 후에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서양인이 한국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리나 단짝을 만들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옆 사람과 자유롭고 편하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대화는 한국인들이 하는 것처럼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본 친구처럼 어제 영희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대화다. 나는 한국인이라서 그걸 잘 못하기에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이 항상 어렵다. 언어적인 장벽도 있지만 말을 아무리 잘해도 그들이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갈수가 없다. 최대 10분이 지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셍일링 하는 내내 나는 거의 입에 거미줄 쳐질 정도로 조용했지만 우리 배는 결코 대화가 끊기지 읺았다.
세일링을 해 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다. 앞으로 좀 더 관심 있게 찾아보면 나도 언젠가 배 멀미 없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