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주밭한끼에 대해 소개를 해드렸는데, 어제 바로 밭작물로만 이뤄진 파인 다이닝을 다녀와 소개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위치는 김녕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사진 명소로 나름 유명한 청귤물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었어요. 청귤물 뷰를 보면서 식사를 하니까 더 맛있더라고요.
레스토랑은 넘은봄이라는 곳으로 평소에도 평이 좋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었어요. 다음에 기회에 된다면 꼭 오고 싶더라고요. 제주 음식을 기반으로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에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뷰가 정말 좋아서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옆에 카페도 뷰가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자리는 고를 수가 없고 지정좌석제였어요. 같이 간 일행과 마주 보고 앉아 한 플레이트를 나눠먹는 방식이었습니다.
메밀, 무,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제주시 5개 밭작물로 차린 6코스 다이닝이었고, 메뉴를 미리 읽어볼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메뉴가 나올 때마다 다시 한번 상세한 설명을 매니저님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같이 온 일행은 야채만 나오는 코스요리에 조금 실망해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요리를 먹고 나서 나중에 오는 길에는 당근 샐러드가 맛있었다고 해줬어요.
첫 메뉴는 오라 메밀칩과 다시마 페스토였습니다.
메밀칩이 바삭하고 적당히 기름기가 있어서 짭짤한 다시마 페스토와 잘 어울렸어요. 와그작 와그작하고 가볍게 씹히는 식감이 즐거웠습니다.
평소에도 판다면 사 먹고 싶은 메뉴였어요.
그다음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한 구좌 당근 샐러드였습니다. 저랑 일행이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예요. 당근이 이렇게 맛있다면 당근만으로도 다이어트가 가능하겠다 싶었죠. 당근 라페와 수비드한 당근이 무척 상큼하고 달아서 맛있었습니다.
다음은 기대했던 귀덕 브로콜리 크로켓입니다.
감자크로켓과 비슷하면서 익힌 브로콜리가 들어가 있는데요. 브로콜리 특유의 맛이 느껴지면서 샤워크림과 양파절임의 조화가 좋았어요. 양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역시 튀기면 맛있어요!
다음은 정말 궁금했던 무로 만든 ’구면’이 들어간 국수였어요.
애월 겨울 무로 만든 구면과 톳김치였는데요. 톳김치는 약간 파김치의 해초 버전 느낌이었고, 구면은 건강한 맛의 깨콩국수 맛이었어요. 무가 면처럼 썰어져서 나오는 줄 알았는데, 무즙으로 반죽한 면을 먹는 거였습니다. 슴슴해서 김치랑 같이 먹으니 딱이었어요.
메인디쉬였던 한림 양배추 선.
양배추 위에 브라운소스를 올린 메뉴였는데요. 저는 집에서 양배추 스테이크를 해 먹어 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어요. 다만 버섯이 조금 취향에 안 맞아서 아쉬웠습니다. 메인디쉬가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마지막 디저트 ‘오라 메밀 판타코타와 블루베리’.
일행 취향에 맞는 디저트라 많이 양보를 했는데요. 제 입맛에 머랭이 많이 달았답니다. 그래도 판나코타 자체는 독특하고 약간 묵같은 질감으로 맛이 있었어요. 밑에 있는 블루베리 잼과 함께 먹으면 상큼하니 달달하고 맛있었습니다. 제 입맛엔 달아서 조금 먹고 나머지는 일행에게 줬어요.
제주밭한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된 팝업 레스토랑은 어제로 끝이 났습니다. 레시피 개발을 하신 넘은봄 강병욱 셰프님의 고심이 많이 들어간 메뉴를 먹으니 집에서도 밭작물로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라는 욕심도 들었습니다.
제주도 밭작물이 전국 1위 생산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나는데요. 제주에서 차로 달리다 보면 보이는 밭에 자라는 작물들이 정작 제주 음식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수요가 없다니 신기하죠. 보통 갈치, 전복, 해산물, 흑돼지 등을 먹고 가시니까요. 시장에서 사는 밭작물이 제주도 것일 거라고 생각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도에 나는 밭작물이라면 제주도민에겐 좀 저렴하게 팔아주시면 안 되나요?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건 제가 주변에 밭일하시는 분이 없어서 든 생각 같기도 하고요...
이번 팝업 레스토랑에서 먹고 나서 느낀 점은 밭작물도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찾아오게 하려면 아직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였습니다.
플레이팅도 아름답고 의미도 깊었지만 다음에는 꼭 밭작물만이 아닌 제주의 다양한 진미와 어우러진 밭작물의 식탁을 받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진짜 제주다운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