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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ul 27. 2016

제주도 오래물 노천탕 체험기

용천수 여탕 체험기


출그너들을 일요일 아침에 보내고 나는 남은 하루를 제주도에서 무얼 할까 고민했더니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다. 원래 계획은 해변에 가서 인생샷을 남기는 것이었지만 3박 4일 중 이틀 내내 물놀이를 했더니 해변도 딱히 그립지도 않았고 혼자 있으니 뭔가 움직이자는 동기 유발도 없었다. 그냥 어제저녁에 신청해놓은 조식 챙겨 먹고 나가서 전날 저녁을 먹고 오다가 보았던 오래물 노천탕이나 가서 시원하게 목욕이나 하고 물회를 한 사발 들이키고 쉬어야겠다 싶었다. 오래물 노천탕은 찾아보니 시원한 제주도 용천수가 나오는 '동네 사람은 공짜, 관광객은 1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노천탕인데 도두 오래물은 제주도 8대 명수에 들어가기도 하고 한번 이 물로 씻고 나면 3일간 시원하다 말할 정도로 시원하기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곳은 일부러 들리기도 쉽지 않은데 숙소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으니 완전 최고다. 그래서 이 날의 가장 큰 미션은 오래물 노천탕을 가보는 것으로 정하고 조식을 기다리는데 사장님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아침에 약한 사장님을 깨워 조식을 먹었다. 잠에서 일어난 사장님은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조식을 천천히 만들기 시작했다.




조식으로는 사장님이 만든 자두 수박 피자가 나왔다. 여기에 나의 초이스는 'Big Wave' 가볍고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수박과 잘 어울려서 골랐는데 보기만 해도 싱그럽다. 피자는 디저트 피자처럼 달달한 맛에 내 특별 주문이 추가된 알싸하고 매콤한 맛이었다. 아삭아삭 시원하게 씹히는 수박의 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함께 꿀꺽꿀꺽 마시고 있노라면 머리 뒤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의 파공음이 들린다.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의 모습이 보이는 트로피카 게스트 하우스의 테라스


귀청을 찢어내는 듯한 날카롭고 강력한 파공음은 트로피카의 풍경과 맞물려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맨발로 걸어 다니는 마루의 촉감도 낯설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불어온다. 평소라면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내 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을 테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용천수 노천탕이기에 일부러 땀을 내며 더위를 느꼈다. 차가운 물을 머리끝부터 맞으려면 땀을 흘리고 몸을 덥혀놓아야 덜 춥게 느껴질 테니까.



옷을 가볍게 갈아입고 언덕 아래에 있는 오래물 노천탕으로 걸어간다. 3분 정도 걸어내려가면 버스 정류장 옆 평상 위에 동네 주민분들이 돌아가며 계시는데 목욕료 1500원을 내면 수건을 한 장 주신다. 다른 목욕탕과 다른 점은 일회용 샴푸도, 세안 도구도, 음료수도 다 파는데 그게 탕 입구에서 판다는 게 좀 신기하달까. 필요한 건 여기서 사서 들고 가도 된다.



하지만 평상이 있는 곳은 남탕이라는 거! 그리고 인터넷엔 남탕 사진만 올라와 있다. 물론 이제까지 30년 인생을 살아오며 목욕탕이라는 곳은 남탕이 더 시설이 좋거나, 넓거나, 남자들만의 문화가 있다는 것을 남동생에게 들어서 알지만 그래도 비슷했으면 하는 소망이 분명 있었다. 평상에 앉아 낯선 관광객을 보며 빙긋 웃는 할머니가 여탕은 저쪽 건물이라고 하는데 어찌나 속으로 안타깝던지. 나름 목욕탕 같은 입구를 하고 있는 남탕과 달리 여탕은 정말 덩그러니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펼쳐진 낯선 광경. 진짜 뭐랄까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다른 노천탕이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혼자만 있어서 그런지 마을 공동 식수원에 몰래 침입해 샤워하려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랄까. 대체 어느 탕에서 씻고 어느 탕에서 식수를 마셔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관광객 남자분들은 많이 씻으러 오시나 보지만 여자는 별로 없나 보다 느낄 정도로 엄청나게 용도 불명의 목욕탕들이었다. 나중에 온 할머니께 여쭤봐서 알게 되었는데, 탕의 용도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상추 씻는 물에 들어갈 뻔했다.



김장철에는 김장을 여기서 모여서 하신다고들 하는데, 그래서인가 김장용 대야가 곳곳에 보인다.



목욕탕 하면 연상되는 뽀얀 김이며, 목욕탕 의자 같은 것은 일체 없고 정말 탕과 샤워기만 있는 모습에 잠시 뒤돌아서 나갈까를 고민했지만 탕 안에서 찰랑거리는 1등급 용천수의 자태가 너무 어여뻐서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들어갔다. 그런데 도저히 어느 탕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맑은 물에 내 몸을 씻은 물이 튈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바닥의 돌들이 훤히 보이는 내추럴한 탕의 모양새에 홀린 듯 탈의용 바구니에 곱게 옷을 넣어두고 조금씩 몸을 적셔본다.



시원하게 트인 천장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맞아서 훈훈해진 몸에 바가지에 담은 시원한 용천수가 매끄럽게 등과 허리를 타고 내려가면 더위에 찌들었던 몸이 청량해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시원한 용천수를 부어 내리다가 탕에 들어가 살짝 발을 담가보았는데, 몸을 씻을 때와는 달리 찌르르하고 찬 기운이 발 끝부터 올라왔다. 신기하게도 추워서 덜덜 떨린다거나 소름 끼치게 차가운 것이 아니라 시원스럽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다 씻고 난 후에 수건으로 몸을 닦았는데도 몸이 뽀송뽀송하니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매끈했다. 얼굴도 당기는 것 없이 시원했고 머릿속도 상쾌했다. 이 기분을 못 잊어 저녁 시간에도 다시 방문했을 정도였다. 1500원에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랄까. 물 맛을 보니 깔끔하고 담담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탕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남자분께 왜 남탕과 여탕이 이렇게 시설 차이가 나냐고 여쭤보니, 여탕의 물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물이라 콘크리트 공사를 함부로 했다가는 그 물이 안 솟아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어 함부로 건들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이 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자연정화되어 바위틈에서 퐁퐁 솟아나는 용천수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찌는듯한 더위도 좀 가시는 듯 했다.



버스 정류장 옆 지도를 보다가 도두 오래물을 찾아봐야겠다는 난데없는 번뜩임에 동네 탐험에 나섰다. 몸은 시원하고 용천수의 매력에는 퐁당 빠졌다 나왔으니 용천수가 퐁퐁 나오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꼬불꼬불한 길에 냅다 포기하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동네를 거닐다가 파공음이 들려 고개를 들어보면 전깃줄 사이를 비행기가 지나간다. 그런데 소리가 들려 사진을 찍으려고 보면 이미 저 멀리 가버려서 아쉬울 뿐.



마을의 휴식 공간인듯 보이는 곳에 생뚱맞은 횟집이 하나 있는데 그게 참 좋아보였다. 심지어 폰트도 횟집 폰트답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든다. (앗, 찾아보니 식신로드에 나온 집 )





도두 오래물 노천탕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2시까지 한다고 하는데, 동네 주민들이 운영해서 그런지 느슨한 매력이 있다. 17도의 차가운 용천수를 옛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놀고 나올때 몸을 씻는 물로 당연하게 사용했다고 하는데, 가까운 해변에서 놀고 뜨거워진 몸을 시원한 용천수로 씻어내면 어떨까. 더운 여름날의 환상적인 피서가 될 것 같다.


*제주에서는 지리적 구조상 용천수가 식수 및 생활 용수의 기능을 했었고, 그 때문에 용천수가 나오는 지역이 사람들이 모여사는 중심축이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8대 명수

도두동의 오래물

애월 하물

아라2동 금산물

외도동 수정사지 사찰내 고망물

산방굴사 약수

서귀포 돈내코

서귀포 서홍동 지장샘

서귀포 중문동 천제연





도두 오래물 용천수 노천탕


이용 요금 : 1500원 (현금)

시설 : 남탕, 여탕, 음료 및 일회용 샴푸등 입구 판매

위치 :  제주 제주시 도두1동

이용 시간 : 아침 9시 - 저녁 12시 (계절 및 시기에 따라 변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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