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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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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ul 25. 2016

택시로 여름 제주도 여행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저번 '다시 일상으로 귀환했다, 아 이런'에 적었었다. 그 뒤로도 적어야 할 여행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적을까 하다가, 제주도를 택시로 여행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어떻게 이동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렌터카 없이 세 명이 여행을 한다면 과연 교통비로 얼마가 들어갈지 대충 예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금액만 궁금하다면 바로 아래로)




여행 전 우리 일행은 셋 다 면허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이 가능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운전 교대도 불가능하고 일정도 목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일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나가는 일정이라 렌트가 썩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대략적인 제주도 여행 목적이 '우도', '스쿠터', '해수욕', '맛집', '오름'으로 정해진 터라 코스만 잘 짜면 세 명이서 택시 이동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목요일 저녁 8시 반 도착 비행기를 타는 일정을 고려해봤을 때, 애매한 저녁 시간은 관광이 불가능하니 우도행을 위한 숙소 이동을 하기로 했다. 우도 구경을 위해 2박은 여유롭게 제주도 동쪽에서 지내고, 1박은 이른 비행기 시간을 생각했을 때 북쪽으로 타고 올라가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2박은 종달리에서, 1박은 제주 북쪽에서 자기로 하고 숙소를 결정했다.


(목)수상한 소금밭 - (금)달집 게스트 하우스 - (토)트로피카 게스트 하우스


3인 1실 기준으로 방을 잡았는데, 수상한 소금밭 8만 원 달집 게하 7만 원 트로피카 9만 원으로 다 더해서 셋으로 나누니 딱 1인당 8만 원으로 떨어졌다.

아시아나 왕복으로 각자 82000원에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는데 숙소비도 딱 8만 원씩 들어간 셈이다. 물론 달집에서는 수건을 1인당 500원씩 추가로 빌렸고 트로피카는 특별 조식이 1인당 5000원으로 추가 비용이 있기는 하다. ( 물론 트로피카에서는 조식으로 준비된 시리얼이나 식빵은 무료로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 )



종달리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보던 중에 제주공항에서 종달리 게스트 하우스까지는 구좌 세화 콜택시를 이용했을 때 25000원 - 27000원 지정 가격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3명이서 렌트도 신경 쓰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밤의 제주도 도로를 달리며 허둥지둥 길을 찾지 않고 편히 이동한다 생각했을 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싶었다. 강남에서 우리 집까지도 술 먹고 택시 타면 27000원이 나오는데, 낯선 여행지에서 버스를 타겠다고 허둥지둥하지 않고 여유롭게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숙소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여행 첫날, 아시아나 비행기의 이륙 지연으로 예상보다 도착이 30분가량 늦어지고 말았다. 제주도 바다에 뜬 유도등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어두웠다. 10시에 체크인을 마감하는데 8시 45분에 공항에 도착해버린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서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 미리 입력해두었던 구좌 세화 콜택시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자마자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동하냐고 묻더니, 공항에서 종달리까지는 25000원이라고 알려주시면서, 동시에 곧 기사님께 전화가 올 거라는 대답을 받았다.

( 구좌 세화 콜택시 번호 : 064-784-8200 이동하시려는 지역 콜택시가 아닌 제주시 택시를 타면 요금이 더 나옵니다. 기왕이면 미리 체크 )


제주 지역별 콜택시 전화 번호


부쳐둔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곧 전화가 왔다 5분 이내로 공항에 도착하시겠다면서 게이트 4번 앞에서 있겠다고 했다. 기다리던 짐이 나오자마자 제주도에 사는 여동생에게 성공적으로 짐을 인계하고 제주도 싱싱마켓의 당근 주스와 빵을 한아름 선물 받고 4번 게이트 앞에서 잠깐 기다렸더니 기사님이 바로 도착하셨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들고 택시에 타는 것까지 걸린 시간이 15분-20분은 되었을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서 우리는 모두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여동생의 센스있는 선물에 다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들 수 있었다.



이동 시간은 40분쯤 걸렸다. 길에 차도 많지 않고, 달리는 도로가 어두워 두런두런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택시 기사님이 예전에 제주도에서 겪었던 괴담을 해주시는 통에 막판에는 정신을 못 차렸다. 유쾌하신 분이셔서 셋 다 깔깔거리며 숙소 앞에 도착. 미터기는 3만 원 넘게 나왔는데, 돈은 미리 알려주신 대로 25000원을 받으셨다.


수상한 소금밭 거실
사랑방 역할의 카페

수상한 소금밭에서 1박을 하고 조식을 먹고 달집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맡기기 위해 도보로 이동했다. 도보로 9분 거리, 그런데 다음 지도에는 길이라 나와있었는데 도착해보니 길이 완전 진흙밭이라 조금 멀리 돌아가지만 잘 닦여진 도로로 걸어가 볼까 했는데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돌진.



뚫고 나와보니 갈대밭 사이 길이라 할 것도 아니어서, 민망했다. 모쪼록 이 길은 피하시기를-



달집 게스트 하우스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시골집에 온 듯한 정겨운 느낌이랄까. 사랑방에 짐을 맡겨두고 우도에 가져갈 간단한 가방만 챙겨서 바로 종달항으로 걷기 시작했다. 달집 게스트 하우스에서 종달항까지는 도보로 16분~20분 정도 걸린다.



이런 풍경이 보이면 종달항에 거의 도착. 대합실에서 탑승자 정보를 적고(들어가는 배, 나오는 배 따로 같은 내용으로 1장씩을 적어야 한다.) 왕복 뱃삯 1인당 5000원씩을 내면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종달항으로 나오는 배는 오후가 되면 적어지기 때문에 성산항으로 나가기를 추천하시는데, 어차피 아주 늦게까지 있을 것이 아니라면 개인의 자유임으로 배 시간표를 보고 편하게 결정하면 된다.



성산항과 우도를 오가는 배에 비해 종달항으로 오는 배는 작다. 너무 작아서 귀엽게 느껴질 정도, 그러니 미리 탑승해야 의자에 앉을 수 있다.

우도항에 내리면 바로 전기차와 자전거, 스쿠터를 빌려주는 업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원하는 모델이 있는 곳으로 가거나 조금 거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추가 시간 금액까지 흥정해보는 것이 좋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2시간은 섬을 구경하거나 물놀이하기엔 좀 빠듯해서 우리는 추가 시간을 1시간씩 더했다. 이전에 제주도를 스쿠터로 여행해본 적 있던 진영이는 1인용 스쿠터를, 장롱면허나 다름없는 면허를 가진 나와 단비는 2인용 전기차를 빌렸다.

1인용 스쿠터 3시간 + 2인용 전기차 3시간 = 55000원



전기차를 잠깐 운전해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무게 중심이 전기차라도 안정적인 것은 아니어서 속도를 너무 내면 커브길에서 휘청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도로를 틈틈이 보고 달리는 것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달리다 보니 필수적인 일이라서, 운전면허가 없다면 무면허로 운전할 생각하지 말고(큰일 난다!) 그냥 자전거를 타시거나 버스를 타면 좋겠다. 자전거는 햇살이 뜨거우니까 버스를 추천한다. 그리고 전기차나 스쿠터를 탈 때 꼭 긴팔을 입기를, 팔이랑 손이 석쇠 위에 올린 고등어처럼 탄다. 우리는 빌린 3시간 동안 하고수동 해수욕장까지 가서 해수욕도 하고 샤워도 하고 돌아왔다. 하하호호 햄버거는 솔드 아웃돼서 실패. 다음에 우도 가면 꼭 먹어보리라.




하하호호를 놓쳤기에 물놀이하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갈치조림을 먹기 위해 성산항으로 출발! 성산항에 내리면 택시들이 주르륵 기다리고 있다. 택시를 바로 타기가 싫어서 걸어가 보려다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는 제주시까지 가는 710번 버스였다. 우리는 4 정거장쯤 가서 내리므로 정류장 이름을 말하면 더 저렴하게 탈 수 있었으나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우리가 제주시로 가는 줄 알고 버튼을 누르고 내가 바보처럼 조건반사로 카드를 찍어버린 순간 1인당 3300원씩 버스값을 내버렸다. 이런 바보짓을 하느니 택시를 타면 더 저렴합니다. 흑

원래 가려던 집이 역시나 오후 2시에 이미 문을 닫은 후라서, 성산일출봉 근처 바다 풍경으로 향했다. 여전히 비싸지만 맛있더라. 다들 정신없이 공깃밥을 깔끔하게 비우고 일어났다. 고등어도 해물 뚝배기도 갈치조림도 다 맛있다. 제주도 어딜 가든 고등어 구이가 맛있다고 전해준 제주도민 여동생 땡큐.

식사를 마치고 성산포 우체국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도 사고 택시를 잡아 달집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했다.



성산 쪽에서는 택시가 잡혀서 바로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했다. 달집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피자나 치킨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게스트 하우스 사랑방에서는 가끔 스태프들과 사장님이 주시는 막걸리 파티도 열린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달집에서 운영하는 주말 오름 투어나 비자림 샌딩에도 승차할 수 있으니 사랑방에 기웃기웃 거려 보는 것도 게스트 하우스의 하나의 즐거움인 것 같다.



비자림 샌딩 : 무료 ( 택시비 예상 14000원 )

*사람 수가 일정 이상 모여야 출발하며, 그 전날 밤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울창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비자림은 좋았지만, 습도가 정말 높고 비자림 근처에 모기도 많으니 여름이라면 시원하게 비가 오는 날 아니면 봄이나, 가을에 찾아가시길 권하고 싶다. 일행 세 명 모두 빨리 탈출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카카오 택시를 타고 아일랜드 조르바로 향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조르바는 도착해보니 에어컨이 고장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무언가 맛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음이 분명하다며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앞으로 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옷 때문에 심히 셋 다 불쾌한 참이라, 트로피카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해서 얼른 짐을 맡겨두고 해수욕을 하러 가거나 샤워를 하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연락을 해보니 택시비로 3만 원가량 나올 거라 알려주셨고, 콜택시에 전화를 해도 동일했다. 버스로 2시간을 가느니, 택시를 타기로 결정. 1시간 정도 걸리고 정해진 금액은 3만 원 이었다.



도착해보니 사장님께서 청소에 힘쓰고 계시는 터라, 짐을 거실에 후다닥 두고 이호태우 해변으로 향했다. 날씨가 환상적이니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려 하였지만,



그림 같은 바다를 보고 참을 수가 없어서 입수. 살아있는 조개도 잡고, 게도 잡을 뻔하고 모래찜질도 하며 신나게 놀았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시 쉬고 도두항 근처 흑돼지 맛집을 갔다가 트로피카 거실에서 밤늦게까지 수다도 떨고 그렇게 일요일 아침 공항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배웅했다. 난 출그너가 아니니까, 제주도에 하루 더 있는 걸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주국제공항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활주로를 빙 둘러가야 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15분이면 갈 수 있다.






제주도내 이동 교통비 총결산


*3인 기준 / 3박


공항-종달리 : 25000원

우도 배 : 15000원

우도 전기차, 스쿠터 : 55000원

성산항-성산일출봉 : 9900원 (fail..)

성산포우체국 - 종달리 : 7200원

비자림 - 아일랜드 조르바 : 5900원

아일랜드 조르바 - 트로피카 게스트 하우스 : 30000원

트로피카 게하 - 이호태우 해변 : 3500원

이호태우 해변 - 트로피카 게하 : 3200원

트로피카 게하 - 공항 : 5000원


3인 교통비 총 159700원

159700/3 = 53233원


1인당 이동에 5만 원가량이 들어갔다.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렌트 비용보다 조금 더 나오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제주도 여행이 걱정된다면 택시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버스로 이동하면 더 저렴하겠지만, 루트만 잘 정한다면 택시로도 충분히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다. 물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이나,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 차를 세워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수 있어도 택시 기사분과 조금 이야기만 잘 되면 추가 금액 없이 빙 돌아가는 해안 도로를 달려주시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제주도를 택시로 이동하기 장점


1. 3인일 경우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

2. 술을 마셔도 이동 가능하다.

3. 길을 헤매지 않는다.

4. 운전면허가 없어도 된다.

5. 지정된 가격이 있어서 바가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6. 로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도 있다.

7. 주차 걱정이 없다.


제주도를 택시로 이동하기 단점


1. 4인 이상이면 한 번에 이동이 불편하다.

2.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 서거나 하는 일이 어렵다.

3. 가격이 그래도 비싸다.

4. 잡기가 어려워서 대체로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개인적으로 운전을 못하는 입장에서는 심적 부담이 줄어드는 택시가 마음이 편하지만, 렌터카의 편리함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행 중에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나, 렌터카를 빌리거나 반납하는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는 비행기 시간대로 티켓을 예매했다면 차를 빌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렌터카를 빌릴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누군가 혼자 계속 운전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택시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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