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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Sep 08. 2021

입주 4개월 만에 논스 고인물 된 힁자 이야기

아핰핰 웃는 따뜻한 로봇, 힁자!

늘 푸른 5월, 코워킹 쓰다가 코리빙에도 들어온 힁자씨를 인터뷰해봤습니다.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힁자입니다. 현재 의료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어요. 근데 지금 의료광고 쪽만 해도 해야 할 게 많아서, 그거 좀 안정화해놓고 확장해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힁자 각주: 9월에 와서 돌이켜보니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플랫폼 개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허허,,,) 지금은 Sonny랑 열심히, 병원 몇 개 맡아서 병원 공식 블로그 글 작성이나 카톡채널/인스타스램/팝업 광고 등 해주고 있습니다.

와 엄청 준비된 답변이네요. IR 프레젠테이션 하시는 줄 알았어요? 

  아니 나 한량인데? (ㅎㅎ) 사실 하도 초반에 논스 사람들이 뭐하시는 분인지 물어봐서 이제 자기소개는 쑥쑥 나옵니다,,


The Right Company!


일 말고는 그럼 요즘 뭐해요?

  그게.. 뭐 이거 저거 많이 하기는 하는데.. 진짜 지금 논스에만 있거든요?

  제가 원래 집순인데, 집에서 눈뜨면 밥해 먹고, 밥 먹으면서 유튜브 보고, 앉아서 일 하다가, 운동도 하고, 집에서 맥주도 먹고 게임도 하고. 근데 논스는 같이 사는 집이니까, 제가 그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하러 와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재미 없어지면 자기 할 거 하러 떠나고, 그러고 제가 다른 걸 하게 되면 다른 관심 있는 사람이 지나가다 보고 옵니다.

  운동은 옵트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하고, 주말에 피씨방 가자고도 해주구. 커피 먹을까 생각하고 있으면 커피 먹으러 누가 오고, 오늘은 카페 같이 가자고도 다들 물어봐주고.

  좋은 것 같아요. 집순인데, 집에 있으면 같이 할 사람이 생겨요..!


좋은 것 같아요. 집순인데, 집에 있으면 같이 할 사람이 생겨요..!




블로그 대마왕이시네요. 블로그를 3개나 운영하신다고? 

  네! 그중에 제일 퍼블릭하게 운영하는 건 우울증 관련한 블로그입니다. 처음 시작한 계기는 제가 사실 20대 초중반까지 우울증이 진짜 심했었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회상해보니 스스로 안타깝다고 느꼈던 게, 그때 제 주변에는 잘 이끌어주고 가이드해줄 어른이 없었어요. 

  혼자 알아서 잘하려고 노력하다가 20대 중반쯤에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여유가 생기고 나서 생각한 게 '나한테 그런 존재가 없으면, 내가 스스로 나한테 그런 존재가 되면 되지'. 그리고 그런 부모님 같은 존재를 실제로 만들어줬어요 스스로한테.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내가 실수를 하면, '아 나는 왜 이런 사람이지' 하고 자책만 하고 안으로 파고들고, '못해도 괜찮다, 다시 해보면 되지' 같은 서포트를 스스로 못해줬어요. 지금은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매사에 조금 더 이성적이고 어른 같은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서 이끌어주려고 해요. 사실 저는 이제 치료도 중단한 지 몇 년 되었고 완전 멘탈 튼튼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게, 분명히 나만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에 분명히 나처럼  어린데 어른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는 사람들, 혹은 어른이 되었는데 여전히 그렇게 결핍된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글을 통해서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의 경험을 활용해서, 당장 아무한테도 말도 못 하고 도와줄 사람도 곁에 없는 사람들, 급해서 네이버에라도 검색해본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하고 힘을 얻어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종교 얘기가 나오는데, 독실한 신자인가요? 

  독실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엔 좀 그런데. 종교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긴 하죠. 제가 성격이나 가치관이 많이 바뀐 시기가 개종하고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어요. 

  26살에 대학원도 가고, 대학원에서 좋은 사람들, 진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특히 대학원 가서 30대 중후반~40대 언니들이랑 주로 친해졌는데, 그분들이 정말 많이 이끌어주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줘서 제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제 인생의 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걸 논스톱의 TH랑 얘기했더니, TH에겐 논스가 그런 곳이라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생각이랑 세계관이 많이 확장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여하튼 그 시기에 가톨릭이 되었는데요. 원래 모태 개신교인데, 집에서 저 혼자 개종했어요. (개종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저랑 커피 먹거나 술 먹다가 개인적으로 슬쩍 물어보시면 대답해드릴게요..!)  


블로그를 보니, 사랑이 많으시군요. 언제부터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게 되었나요? 

  제가 친한 성당 친구들한테만 말하긴 했었는데, 제가 자기 전에 그날 임종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가 많거든요. (다른 기도는 사실 자주 안 하는 듯.. ㅎ)다들 자기는 한 번도 그런 기도해본 적이 없다, 너 생각보다 인류애가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웃음) 엄밀히 따지면 개개인에 대한 사랑이 있다기보다는 개개인의 생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 같은데,, 여하튼 겉보기보단 인류애가 좀 있는 편 같아요,,, 

  사실 제가 믿는 신의 존재가 기독교랑은 좀 다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신이 진짜로 내 목소리를 다 듣는지, 이 세계를 창조한 과정이 진짜 창세기랑 비슷했는지, 그런 건 일단 나는 확인해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못할 가능성이 클 테니까 확언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우주에는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 등의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큰 법칙과 진리가 있고, 그런 '자연의 법칙' 개념의 신이라면 나는 신을 믿을 수 있다 생각해서 열심히 종교 활동을 하고 있어요.  


PC방 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면서 신난 야생의 힁자


블로그에 글 전개를 2-1-a, 2-1-b 이런 식으로 하던데. 지금 인터뷰만 해도, 사고가 정연해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정확하게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합니다. 별명이 따뜻한 로봇이라던데, 혹시 로봇이신가요? 

  좀 그런 코멘트를 듣는데, 저는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저를 밖에서 보지 않으니 남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진 제가 절대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같이 사업하는 Sonny나 친구들이 그런 코멘트를 자주 합니다. 

  대부분의 것들이 머릿속에 정해져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어떤 생각들이. 평소에 많이 쓰니까, 이미 머릿속에 정리된 것들이 많죠. 이런 게 근데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성향이 좀 폐쇄적인 편이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에 한번 정해진 것이 있으면 바꾸려면 또 그만큼 혼자 머릿속에서 시간 투자를 거쳐야 해요. 그렇게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도 납득이 돼야 고칠 수 있거든요.  


블로그 공개해도 되나요? 

  블로그가 궁금하신 분들은, 저와 많이 친해지면 제 개인사를 공유하며 쓱 알려드릴게요.   




연기도 하셨는데. 다재다능하시네요. 그때 이야기해주세요. 

  광고/단편영화/뮤지컬/연극 등에 소소하게 참여하면서 지냈습니다. 

이게 소소한 건가요? 

  ㅋㅋㅋ제가 슈퍼스타가 되진 않았으니 소소했던 걸로~  


소소한 연기 생활 중에서 어떤 게 제일 기억에 남나요?

  대학원 다닐 때 했던 공연 중에, 관객이 폰을 들고 무대를 돌아다니고 앱으로 푸시를 주는 이머시브 시어터 공연 (미국의 <Sleep No More>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에 소품 디자이너와 배우로 참가한 게 제가 참여했던 공연/작품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네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연극알못을 위해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

  이게 연극사적인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사실 연극이 어떻게 보면 예전에 비해 수요가 많이 줄어든 시장이잖아요?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어요. 전통적인 연극에서 관객들은 다 한 방향으로 일제히 앉아서, 관객석은 불을 끄고 한쪽 벽에 고정된 무대에 조명을 때리는 형식인데 그걸 프로시니움 (proscenium) 형 무대라고 해요. 사실 수동적인 거죠. '관객#1'로 앉아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콘텐츠를 관람하는. 근데 그럼 영화랑 드라마랑 뭐가 크게 다르지? 넷플이랑 비교해서 편리성 면에서 되려 승산이 없잖아요.

  그래서 연극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던 현대 연극인들이 연극의 고유한 특성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연극이 우월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성들, 그중 특히 공연성(performativity)과 현존성을 발견하고, 시공간의 개념에 대해 재고하게 돼요. 그래서 해본 여러 시도 중에 하나가 이머시브 시어터라고 해서, 그 전에는 앉아서 직선형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관객을 극 공간에 '푹 잠기게'하고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공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을 극 공간에 푹 잠기게!


ㄷ...더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

  저희가 했던 공연을 예로 들면, 건물 3개가 다 공연장이고, 배우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해요. 사건은 동시다발로 일어나요. 관객들도 돌아다니면서, 예를 들어 한 배우가 좋으면 그 배우만 쫓아다니며 볼 수도 있고. 무슨 건물 몇 층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대, 라고 휴대폰 push 알림을 보내면 그게 더 재밌어 보이면 그 사건을 보러 갈 수도 있고. 소품 같은 거도 그냥 관객들이 가서 만져볼 수 있고. '딸의 일기장' 같은 게 소품 중에 있었어요. 그럼 극 외에서 일어난 일들도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통해 관객이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어떻게 & 얼마나 자신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모든 관객이 매회 다른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거죠.

와! 엄청난데요? 진짜로 관객이 극에 참여하는 거군요

  좀 더 직접적인 참여도 할 수 있어요. 관객이 말 걸어도 돼요, 배우한테. 엄마 역할인 배우가 멸치 따고 있으면 관객 분이 와서 멸치를 같이 따기도 했어요. 제가 엄마의 젊은 시절 역할이었는데, 연애 얘기 나오면 관객이 '아 저 남자 별로다' 하고 피드백도 주시고. 재밌었어요. 죽을 뻔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리고 한 달 후..   


논스톱 산지 한 달 됐나? 어때요? 

 한 달 반 됐네요. 5월 1일에 들어왔거든요. 좋아요. 저는 잘 적응했다 생각해요.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제일 좋아요? 

  그냥 사람들이 너무 다 좋아요. 그러게요? 뭐가 제일 좋지? 다들 정 많아서 좋아요. 자연스럽게 다정한 것 같아요. 

뭐가 제일 아쉬워요? 

  없는데요? 

논스톱 PR 하러 오셨나요? 

  네. 논스톱 너무 좋아요 여러분~  


3호점 술잔에 영혼이 갇힌 힁자


다양한 관심사가 있던데, 어떻게 다 하나요? 

  음.. 난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냥 하고 싶은 만큼 하고 그래도 시간 많던데? 

뭐라고..? 

  뭐든지 진짜 죽을 만큼 하고 싶으면 하루 중에 잠깐 시간 낼 수 있잖아?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없어서 그런가. 

  저에게 무한정으로 주어지는 유일한 자원이 시간이라 생각해요. 오늘 못 하면 내일 해도 되고, 특별히 기한을 주고 그 안에 뭘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일이 별로 없어요. 뭐든지 틈틈이 하면 충분히 즐기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충할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게 많고. 게임도 막 졸라 하고 계속 많이 하고 싶잖아요! 

  음.. 글쎄요 그런 날이 사실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뭔가 중독된 정도로 좋아하는 게 없어서 그런가 봐요. 

근데 그럼 일이 너무 많으면 아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지 않아? 

  시간이 많으면 더 오랜 시간 고통받지 않을까..? 

아..? 

  짧게 고통받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원래 고통에 매몰되는 스타일도 아니고? 원래 본가에 살 땐 달리기를 가끔 했는데, 그걸 하는 이유가 자기 수양적인 면이 있었어요. 달리기를 하면 몸이 되게 힘들어지는데 그 힘듦에 집중하면 더 힘들기만 해요. 

  6km를 뛰면, 2km까지 진짜 힘들어요. 몸도 안 풀리고. 그래서 그땐 오히려 생각을 계속 비우면서 뛰어야 해요. 아니면 다른 긍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아 오늘 꽃이 폈네~ 이름이 뭘까'처럼 주변에 오히려 더 눈을 돌리면서 뛰어야 한다든지. 정말 이루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고통스럽다면 오히려 더 주변을 만끽하면서 즐길거리를 찾는 자세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런 걸 계속 수련하려고 뛰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일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그걸 스트레스받는다고 인식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또 받으니까 그건 스트레스의 중첩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수록 생각을 바로 전환하거나 아예 비우거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달 후..   


저 이제 고인물 된 거 같아서 인터뷰가 부끄러워요. 

논스 인포그래픽 보셨나여? 논스 거주 기간 평균과 중앙값이 다 15개월이에여. 15개월 채우셔야 고일 수 있어여. 

  사실상 채운 느낌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너무 타이트하게 논스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서. 

요즘 논스 살이는 어때요? 요즘 운영팀이 마케팅을 고민 중이거든요. 논스는 공간을 임대해준다기보다 '논스 살이 경험'을 파는 것 같아요. 근데 그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 경험을 팔 수 있을까요? 요즘은 다 1인 가구고, 논스 얘길 하면 '아 부대끼면 피곤해' 할 테니까요. 

  최근에 그런 얘기를 3호점에서 한 적이 있어요. 혼자 사는 것과 다 같이 사는 것에 대해서. 저는 사실 자취도 오래 했어요. 미국에서도 자취를 했고, 한국 와서도 대학원 때도 자취를 해봤고, 직장 다니는 2년간도 자취를 했었고.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거나 외로워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좋은 점이 많았죠. 평화롭고. 혼자 살면 정말 외부 자극이 없는 나만의 정갈한 세상이니까요. 혼자 사색하는 시간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고, 내 세계가 정립되고 깊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근데 작년 말쯤에 20대를 마무리하면서 느꼈던 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내 세계가 깊어지는데, 다른 세계와 교류는 없으니까요. 20대 후반은 아직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먼저 넓히고, 나중에 깊게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stage가 여러 개가 있다면 아직은 제 세계를 '정립'하고 '심화'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내 세계가 광활해지고 확대되어야 할 때다. 깊어지고 견고히 하는 건 좀 더 나이 들고 나서.  


그래서 요즘 논스톱 생활은 어때요? 

  늘 똑같아요. (크하항) 늘 말하지만 늘 가족 같고. 제가 처음 논스 코리빙에 들어왔을 때부터 많이 챙겨줬던 Bokka 가 나가서 좀 슬프죠. 보고 싶어 Bokka.. (아련)  


다독가고, 다작가에요. 힁자에게 읽는다는 것과 쓰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둘의 차이는 뭐예요? 

  읽는 거는.. 어떤 사람이 책을 쓸 때는 굉장한 집념과, 그걸 위해 몇 백 권의 책을 읽는 과정이 필요해요. 책뿐만 아니라 영화 만드는 사람들 보면서 느낀 게 뭐냐면, 아 이 사람은 정말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강력하구나, 이걸 이 열악한 환경에서 완성할 만큼.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고민할 만큼.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한 편 또는 한 권으로 집약해서 누군가가 자기 세계를 내게 보여주고 싶다는데, 그걸 안 경험해볼 이유는 없다! 남이 공부해서 집약한 걸 보는 느낌? 읽는 건 굉장히 효율적인 행위다!라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건, 제가 생각할 때, 저는 글을 꽤 자주 쓰는 편이거든요. 일기든 뭐든. 무슨 사건이든 그 사건의 가까이에서 느끼는 바와 멀리서 느끼는 바가 각각 존재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제가 둘 다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일에 대해 일기를 쓰면, 오늘을 가까이에서 본 내가 오늘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걸 볼 수도 있고, 3년 뒤에 오늘 일에 대해 쓰면, 멀리서 봤을 때의 깨달음을 정리할 수 있죠.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과거 일기를 보고 '와 이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할 수도 있고요. 사실 과거의 제가 했던 생각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많아요. 

  이건 최근에 논스 '친해지길 바래' 프로그램을 통해서 캐리님과 대화했던 내용인데요. 저희 둘 다 공감했던 게 사람이 슬프고 우울할 때? 글이 잘 써지더라고요. 내용의 깊이도 그렇고 글 쓸 거리 자체도 많아지고.. 그래서 사실 가끔은 나는 우울을 팔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하고 자괴감? 내지는 불안한 마음? 이 들 때가 있었는데 캐리님께서는 그래서 행복한 감정, 밝은 감정의 글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연습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행복하고 밝은 감정을 더 치밀하게, 세세하고 심도 있게 묘사할 수 있는 걸 연습하고 싶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부정적인 감정은 굉장히 미세한 단면까지 잘 느끼고 고찰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은 모호하고 뭉뚱그려진 채로 대충 넘어갈 때가 많더라고요.  


힁자에게 커뮤니티란?

  음. 잠깐만 생각을 해볼게요.

(진짜 생각 중)

  제가 읽었던 시 중에 좋아하는 구절이, "나무는 마을에 가까울수록 흠집이 많다"는 게 있어요. 사람에 비유를 하자면, 같이 살면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텐데, 그 상흔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커뮤니티에 산다는 건 그런 걸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어느 정도의 스페이스를 열어줘야 하는지 조율해가는 과정, 그래 내가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상처는 서로를 위해 감수하면서 살아야지 깨닫는 과정. 그러다 보면 나도 좀 더 사람들에게 오픈될 수도 있고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차이는 관용을 필수적으로 만들고 관용은 차이를 가능케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어지는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용은 배워야 하는 것이고, 관용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길 중에 하나가 이런 커뮤니티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좀 폐쇄적인 성격의 사람인데요, 그래서 항상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힁자에게 마을이란? 

  제게 마을이란 이미지는, 마을에는 어르신들이 있다. 그렇지 않아요? 동화나 옛날 문학 봐도, 마을에 어르신들이 꼭 나오거든요. 그게 되게 독보적인 거 같아요. 그 마을을 이끌어오던 기존의 어르신이 있고, 훈계도 하시고, 보호도 하시고. 터줏대감 같은 느낌  


(노 뜬금. 그냥 손목에서 반짝이는 게 보임) 갤럭시 워치 샀어요?

네 간지. 새로 산 건 아니지만 후후

힁자에게 간지란?

간죽간살.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살자. 숨도 간지나게 쉬자

...

농담으로 하는 말이고, 저는 간지가 없는 것 같아요. 크항항


간죽간살


요즘 사업은 어떤가요? 크게 피벗한거 같던데

  그런가? 병원 광고 회사도 아직 하고 있긴 한데 암호화폐 쪽에도 손을 뻗어가고 있어요. 허허. 수익을 내지 않고 있으니깐 사업이라 하긴 어렵지만, <홀리 크립토>라는 아티클 번역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 암호화폐 이런 것들을 제가 공부하기 시작해 보니까, 양질의 콘텐츠가 많은데 대부분 영어더라고요.

  같이 하는 Sonny는 크립토 관련 최신 동향 뉴스들을 주로 번역하고 있고요. 저는 주로 좀 더 기본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 글이나 역사, 철학 등에 대한 글들을 번역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Before Bitcoin>이라는 글을 읽고 나서였어요. 암호화폐에 이렇게 오랜 역사가 있는지 몰랐고, 왜 사람들이 이렇게 비트코인을 지지하는지를 느끼게 된 거죠.

그리고 <The B Word> 도 봤는데요, 누군가에겐 비트코인이 단순히 화폐나 가치 저장의 수단인 게 아니라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구나, 그리고 그 사회 운동의 정신이 되게 와닿았어요. 특히 Jack Dorsey 가 한 말들이. 개발도상국이나 독재정권 국가의 사람들도 분명히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혁신적인 루트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런 글들을 번역해서 알려주고 싶다. 저는 특히 사회적인 가치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공감했던 편이고 분명 그런 사람들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번역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던데요.

  누가 그랬지? 내 앞에서 해주지 (아핰핰)


힁자에게 논스란?

  예전에 YS가 저한테 뭘 물어봤었냐면, 논스라는 걸 한 단어로 표현하면 뭐냐? 였어요. 저는 트램펄린 같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저는 삶의 진폭이 큰 사람이 아니에요. 소소하고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삶이 좋고 큰 야망 없이 흐르는 대로 살고, 와 오늘 할 거 다 했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이렇거든요. 

  근데 내가 가볍게 퐁퐁 뛰고 있는데, 논스는 옆에서 막 쿵쾅쿵쾅 뛰는 사람들이 있어요. 열정 부자들. 그럼 트램펄린이니까 어쩔 수 없이 옆에 무기력하게 널브러져 있던 저도 같이 진폭의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그리고 내가 올라가는 중에 다들 진동의 속도랑 위치가 다르니까, 내려가는 중인 다른 사람 만날 수도 있고. 내려가다가 올라오는 사람 만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변위 속에서 그런 만남이 반복되는 느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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