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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Mar 14. 2023

경제적 자유와 삶의 의미를 같은 곳에서 얻다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

그때 영훈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통장에 60억 원이 찍힐 일은 
평생 없었을 것이다.


개발자 채용하러 갔다가 경제적 자유를 얻다

2015년, 스물다섯이었던 나는 사업을 해보겠다며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심지어 개발자 한 명 채용하려고 호텔에서 열리는 1박 2일짜리 교회 행사까지 올 정도로. 친구들은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할 나이었지만 집안의 빚을 갚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 중압감은 나를 저돌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고용하기에 스물다섯은 너무 어린 나이다. 이 넓은 곳에서 실력 좋은 개발자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막연함에 짓눌려가던 그때, 영훈이가 나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영훈이가 내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데려가리란 사실을.


우연히 같은 호텔 방을 배정받은 영훈이는 나와 정반대였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나와 달리,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친구였다. 잭팟이 터졌다. 미래의 직원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업 얘기를 시작했는데 영훈이의 관심 분야는 남달랐다. 블록체인이 중요한 기술이라며 갑자기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침 튀기면서 말할 정도면 뭔가 있는 걸까? 일단 이 친구가 거기에 미쳐 있는 것 같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천재들은 어딘가 미쳐있는 법이니까. 일 잘하고 정신만 멀쩡하면 된다.


2015년부터 블록체인에 푹 빠져있던 영훈


그런데 듣다 보니 점점 멀쩡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영훈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제1 금융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신용 거래를 할 수 있고, 탈중앙화된 기업과 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거다. 평소 같았으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을 텐데 하필이면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서는……. 똑똑한 친구가 하는 얘기니까 적어도 완전히 헛소리는 아니겠지 싶었다. 


마침 당시 내가 구상하고 있던 사업도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유용한 기술을 도입하는 ‘적정 기술’ 분야였으니 사회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맘에 들기도 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영훈이의 반짝거리다 못해 살짝 돌아버린 눈은 나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기술은 당장 개발자 채용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언가라고. 나는 홀린 듯이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영훈과 그의 친구인 시은, 나까지 세 명이서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게 ‘논스(nonce)’의 시작이었다.


논스에서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코인 투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우연히도, 2015년은 이더리움이 처음 출시된 해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던 터라, 투자 정보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2017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했고, 나름의 확신을 얻어 사업으로 모은 돈 2,000만 원을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더리움 가격은 순식간에 40만 원을 찍었다. 겨우 3개월 만에 7배가 오른 거다.


이때부터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가격 변화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은 눈 깜빡할 새에 5~6억 원까지 뛰었다. 비현실적인 숫자였다. 그동안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날밤을 새워가며 발표 자료를 준비했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다. 2017년, 코인이 우후죽순 발행되는 걸 지켜보며 그중 일부 종목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승을 비웃듯 통장 잔고는 60억 원까지 치솟았다.


2017년 당시 이더리움 투자 내역 중 일부


이더리움-달러 가격 그래프(2017년 3월~2018년 1월)


60억이라니. 로또 1등 당첨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얻은 경제적 자유였다. 집과 차를 사도 한참 남는 돈이, 가족들과 함께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 손에 들어왔다. 겨우 스물여덟에.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써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스물, 해적과 싸워 죽을 뻔한 이야기


60억 원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답하려면, 스무 살에 총 맞아 죽을 뻔한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2009년 당시 군인이었던 나는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훈련이 아니다. 검지 손가락만 한 총알이 날아오는 실전 전투다.


작전 수행 전에 유서를 쓸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위험할 줄은 몰랐다. 생전 처음 와 보는 소말리아 바다에서 오직 군함과 방탄조끼에만 의존하는 것도, 배정된 위치가 해적의 제1 타깃인 함교라는 것도 겁이 났다.


이 아수라장에서 내 임무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같이 대화를 나눈 동료, 장교들이 총을 맞고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것이 내 임무였다. 팔, 옆구리, 허벅지까지 방탄조끼가 보호하지 못한 부위에 손가락만 한 총알이 박히고 터지는 장면을. 마음대로 고개를 떨굴 수도 없이.


저 참상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함교는 내부가 철제로 이루어져 있어, 총알이 이리저리 튕기다가 사람에게 맞을 확률이 높다. 한낱 병사라고 해서 총알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겨우 스무 살에, 죽음을 너무 가까이 했다. 죽고 죽이는 전투의 한복판에서 정신이 아득해지며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이게 뭐지? 이대로 죽는 건가? 왜? 저 해적들은 왜 나를 죽이려는 거지? 쟤들도 내 또래인데. 뭐가 문제인 걸까. 나는 뭐 하러 여기에 왔지?


심장 떨리는 순간이 지나가고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임무를 마쳤다. 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음이 턱밑까지 닥쳐온 뒤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친하게 지내던 후임이 내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책 한 권을 추천해줬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예 몰랐을 책이었다. 처음으로 철학책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철학책에는 내가 이제 막 고민하기 시작한 주제를 먼저 고민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병영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동양철학, 서양철학 관련 책을 가리지 않고 독파해갔다. 거의 전투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이 읽었다. 주역을 한자 원문으로 읽으려고 한자 자격증까지 취득해가면서. 그리고 조금씩 세계관과 인간관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여러 철학자의 말 중에서 가장 강하게 마음을 울린 메시지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고귀한 삶이란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삶이다. 
내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돕고 타인에게 베푸는 삶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글귀다.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었다. 소말리아 파병 임무에 지원한 것도 3,00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벌어 집안의 빚을 갚고 싶어서였으니까. 그런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했던 일들이 다 허무하게 느껴졌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의미를 찾아야 한다. 죽고 죽이는 전쟁은 답이 될 수 없고, 내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사업도 허무하다. 타인을 돕다가 죽으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 적 꿈을 이루다


그래서 내 돈이 향한 곳은 논스의 구성원들이었다. 2017년 당시 코인 붐이 일면서 논스에는 새롭게 유입된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금융업계를 박차고 나온 직장인부터 갓 스무 살을 넘긴 대학생까지. 배경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블록체인이라는 신생 업계에서 뭔가 해보려는 그 눈빛들이 좋았다.


이때부터 논스는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 주거, 공유 오피스로 발전했다. 멤버들은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며 서로 친분을 쌓고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사업은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초기 스타트업은 늘 배고프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멤버들에게선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런 멤버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능력이 닿는 데까지 돕고 싶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친구에게 노트북을 사 주기도 하고, 이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는 친구에게는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오가며 마주친 멤버들에게 밥을 사주며, 그들이 하고 싶은 일에 관해 듣는 것 정도는 일상다반사였다. 그렇게 시시각각 멤버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그토록 바랐던 고귀한 삶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품었던 바람대로 사람들을 돕다 보니 어느덧 논스에서 성장한 멤버들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DSRV’,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의 연결을 돕는 ‘체인앱시스’, 웹3 전문 투자 회사인 ‘논스클래식’ 등. 이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돌이켜보면 2015년 당시,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영훈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혹은 몇 년 뒤에 만났더라면, 또 청해부대에서 마침 그 후임에게 철학책을 추천받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아직도 개발자를 찾아 스타트업 행사장을 기웃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허한 눈빛으로 돈을 좇다가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랬다.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논스가 멤버들에게 주는 최고의 가치는 당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사람과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논스는 치열하게 도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려는 정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멤버들과 친해지고, 성장하다 보면 당신의 인생은 분명 지금과 아주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더 늦기 전에, 당신이 지금 만나야 할 사람이 논스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안다. 논스에 입주 신청서를 낸다면 당신은 나를 만나게 되리라는 걸. 기대해도 좋다. 고귀한 삶을 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은 지금도 유효하니까.


꿈을 향해 도전하는 멤버를 기다리며,

논스 CEO 강영세.




Basecamp For Future Rebels, nonce






* 이 글은 논스에서 진행한 강영세 CEO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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