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논스 Mar 14. 2019

블록체인에 대한 논스의 입장 ver1.0

디지털 세상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블록체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사이퍼펑크(Cypherpunk)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세상에 공개한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의 코인베이스(coinbase)에 중앙은행의 구제금융(bailout)을 비판하는 문구(“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가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초기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을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자기주권(self-sovereignty) 프라이버시(privacy) 지키는 수단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현금(cash)이란 단순한 돈(money)이 아니라 개인간 비허가성(permission-less)으로 신뢰없이(trust-less)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으며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며 비트코인과 같은 “P2P 전자현금(peer-to-peer electronic cash)”이 열린사회를 위해 필수적이라 여겼습니다. 나아가서는 화폐발행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바탕으로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후 비탈릭 뷰테린(Vitalik Buterin)이 제시한 일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Ethereum)이 세상에 나온 이후 분산화된 인터넷을 만들고자 하는 웹3(Web3)의 비전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웹3의 지지자들은 인터넷 인프라를 분산화하여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감시 자본주의자(surveillance capitalist)들로부터 개인의 데이터와 신원에 대한 자기주권을 확보하고 데이터로부터 창출되는 가치의 공정한 분배가 가능할 것으로 믿습니다.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는 최근 출간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에서 감시 자본주의 모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 자본주의가 천연자원을 투입하여 공장에서 균질의 공산품을 다수 생산하는 체계라면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 데이터를 투입하여 기계지능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를 판매합니다.


<대량생산 자본주의와 감시 자본주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자신의 땅이라 선언한 것처럼 감시 자본주의자들은 월드 와이드 웹을 자신의 땅이라 선언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행동을 변화시키고 통제하기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포켓몬 고에서 광고비를 집행한 상점에 희귀한 포켓몬 출몰 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실제로 그 상점 근처에 가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보프 교수는 이러한 감시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약화시키는 반민주주의(anti-democratic)적이며 반평등주의(anti-egalitarian)적인 디지털 기술의 트로이 목마라고 비판합니다.


웹3 지지자들에게 블록체인은 웹2 기반의 감시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웹3 기반의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있는 도구입니다. 논스는 기존의 정치 및 경제 구조의 효율성을 단순히 점진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블록체인의 핵심 목적이 아니며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의 정치경제의 흐름과 맥락에 따라 이해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류는 수천년동안 오프라인 세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치 및 경제 구조를 실험해왔습니다. 역사는 혁명과 전쟁, 계급간 투쟁의 역사였으며 다양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 및 경제구조를 가능케했습니다. 이에 비해 인류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경험은 매우 짧습니다. 1998년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의 제안으로 월드 와이드 웹이 시작된 이후 채 30년이 되지 않는 기간동안 인류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세상을 개척해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연결의 효율성에 심취하여 인터넷이 바꿀 세상에 대한 장미빛 미래를 상상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몇몇 대규모 IT회사에게 디지털 권력이 집중되었습니다.


<인류는 수천년의 시간에 걸쳐 다양한 정치, 경제구조를 실험해왔으며 디지털 세상은 이제 막 시작이다>


블록체인과 웹3는 이러한 중앙화된 디지털 권력기관에 맞서 초기 인터넷 지지자들이 꿈꿔왔던 자유롭고 평등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수 있는 도구입니다. 인류가 과거 수천년의 역사동안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권력구조를 실험해보았던 것처럼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상에서 인류가 다양한 방식의 권력구조를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제공합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것이지만 블록체인이 다루는 핵심 질문은 인류의 가장 고전적인  -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 - 입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native) 환경에서 극단적으로 새로운 대규모 정치  경제 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할  있는 도구입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치 및 경제모델은 아래와 같이 무력을 바탕으로 계약(contract)을 강제(enforce)하고 이를 통한 국가(nation-state)와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의 설립과 운영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서 새로운 정치 및 경제구조의 근간이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정치 및 경제 구조는 암호학과 경제학에 의해 강제되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기반을 둘 것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바탕으로 기존 오프라인 세계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형태의 정치 및 경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정치 체제는 기본적으로 기존 국가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초국가적(supra-national)인 형태를 띌 것이며 기존의 주식회사는 개인의 데이터 및 신원 자기주권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디지털 협동조합(digital cooperative) - 분산자율조직(DAO: decentrali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고도 일컫어지는 - 의 형태를 띌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트코인도 검열저항적인 방식으로의 가치의 전달(censorship-resistant value transfer)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생산하는 생산수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채굴(mining)이라는 형태로 분산화되어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상의 정치 및 경제 체제는 낮은 설립비용(establishment cost)과 이탈비용(exit cost)으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환경에서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상호 경쟁할 것입니다. 한국사람으로 태어나면 부모님으로부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회계약(social contract)까지 무조건적으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호하는 사회 계약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정치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의 정치와 경제의 흐름과 맥락에 이해되어야 합니다. 블록체인의 핵심가치는 정치와 경제 구조의 효율성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아닌 디지털 네이티브 환경에서 극단적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정치, 경제 구조를 설계, 실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민주주의(democracy) 평등주의(egalitarianism) 가치를 구현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자본주의는 결국 인류의 삶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타는 실제로 존재했다, 가상현실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