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현실적 선물을 뿌리겠다
Q: 최근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논스를 시작한 지 2년 반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질문을 받았을 때 필자는 아직도 어버버 거리는 경향이 있다. 블록체인/크립토를 잘 알고 (크립토 = cryptocurrency = 암호화폐. 필자는 블록체인 = 크립토라는 매우 강한 의견의 소유자이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 피칭을 시도 때도 없이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중에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기상천외한 일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이번 크리스마스도 예외는 아니다.
블록체인 광신도가 함께 살고 일하는 커뮤니티
무려, 크리스마스 기념 글로벌 가상현실 + 크립토 선물 콜라보 프로젝트.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글로벌 크립토 코워킹 네트워크가 있다.
크립토 업계에서 있는 가장 기상천외한 현상 중 하나는 갓 시작한 스타트업의 과한 파트너십 맺기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오퍼는 수도 없이 많았으나 다 뿌리치고 현재까지 맺은 (때가 되지 않아 공개하지 않은) 파트너십은 위의 세 군대의 크립토 코워킹 공간뿐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은 그 나라에 논숙자가 (논스 + 노숙자/입주자) 여행을 갔을 때 파트너사 코워킹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그쪽에 있는 프로젝트가 한국에 왔을 때는 논스가 이들을 호스트하고 한국 크립토 산업에 있는 플레이어와 맺어 주는 일이다.
어느 날, 논스에 서유럽인 훈남훈녀 한쌍이 출몰하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
지인의 소개로 온 네이트와 캐롤린은 민트베이스라고 하는 프로젝트 개발과 비즈니스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민트베이스는 NFT를 (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누구나 쉽게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고 논스의 코워킹 스페이스 파트너인 베를린 풀노드의 입주자였다. 과거 NikeID를 개발한 경력을 가진 네이트는 영상과 데모로 서비스를 설명하면서 스니커 성애자인 필자의 마음을 격하게 흔들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NFT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희소성 있는 아이템의 디지털 보증서 / 증명서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고유의 번호를 부여하여 복제가 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 에어포스 한정판 버전이 50 켤레가 풀렸다고 하자. 한 켤레 한 켤레 고유의 넘버가 적혀 있기에 완벽한 복제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NFT는 이런 희소성 있는 물품들을 토큰화하여서 이를 디지털 상에서 구현한다. 즉, 아이템을 디지털화 & 토큰화 하는 개념인거다.
미팅 당시 위워크도 공유경제도 공중분해되는 시기였지만, 우리는 코워킹의 진정한 의미나 특정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경험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누면서 크립토를 레버리지 한 유니크한 사용자 경험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게 있을지 얘기를 나눴다. 코인 가격 펌핑 혹은 방어를 위해 MOU를 앞세워 파트너십을 맺는 마케팅 전략은 지속가능성과 산물도 전혀 없고 2017년과 2018년을 거치면서 신물 난 우리였기에, 실질적으로 우리가 협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나누었다. 논스는 베를린에서 민트베이스는 미래에 한국을 방문하면 논스에서 일하자고 약속을 하고 미팅을 종료했다.
그리고는 다음 주 갑자기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왔다:
제안은 꽤나 단순했다. "12일간의 크리스마스" 개념을 빌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민트베이스 트위터에 링크를 게시할 텐데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그날 특정 파트너사가 민트베이스를 활용해 발행한 NFT 선물을 탈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저세상 텐션은, 선물을 나눠주는 공간이 단순한 웹페이지나 SNS가 아닌 복셀로 만들어진 크립토복셀이라는 이더리움 가상세계라는 점이었다!
크립토복셀은 마치 마인크래프트 같은 가상세계인데, 특이한 점은 여기 있는 땅,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 설치물 등을 실제 부동산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의 NFT 같은 디지털 보증서 상품을 시각화하는 게 이 크립토복셀이라는 VR 공간인 것이다.
선물을 나누어 주는 위치는 가상세계 안에 본인들이 (디지털) 부동산을 사서 설계한 민트베이스 본부.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는 민트베이스 아바타가 (물론 아바타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 또한 유료 NFT) 자청했다.
가상현실에서 NFT를 크리스마스에 맞추어서 나누어 준다는 점도 신박하지만 필자에게는 3가지 포인트가 의미 깊었다:
1. 먼저 크립토 코워킹 파트너사인 풀노드에 입주한 기업인 민트베이스와 협업을 한다는 점이 너무 좋다.
공간 사업을 할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는 건 외부에서 보면 참 멋있다. 하지만 한국, 미국, 유럽, 중국이든 실제로 사업하고 있는 파트너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임대료 때문에 머리 아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수차례 재확인한다. 제로 투 원에서 피터 틸이 '항공사는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 사업'이라고 얘기한 게 몇 주에 한 번씩 그렇게 생각난다. 우리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미래를 꿈꾸는데도 당장은 하드웨어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긴 하다. 이런 사례 때문에 업을 바꾸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
2. 지구 구석구석에 분산돼 있는 24+개의 스타트업이 이렇게 낮은 비용으로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점.
이 부분은 크립토가 가능케 하는 오픈 네트워크의 대단한 점이 아닌가 싶다. 공유지의 비극이 초래하는 문제를 무릅쓰고도 어떤 한 주체가 유지해야 하는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용이 든다면 그건 네트워크에 '이더'라는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된다. 가상현실이 곧 현실인데 해외송금 어쩌고 저쩌고는 따질 필요도 없다. 여기저기 해외지사가 없는 작은 회사와 개인 간 국경을 초월한 협업이 미래에는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3. NFT 없이는 실행 불가능한, 크립토의 장점을 활용한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
억지로 사용될 수 없는 분야에 크립토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말이 되고 사람들에게 실리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사례여서 의미가 깊다. 처음 비트코인을 접했을 때 크립토는 개인금융주권을 보호하는 존재여서 매력적이었고 편의성 혹은 재미와는 대립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 주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1세계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깨달았고, 편의성과 재미없이 챙겨주는 주권은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상현실 + 크립토가 찰떡궁합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있기에 매우 만족한다.
Q: 그렇다면 이 한정판 NFT 선물을 받고 싶으면 대체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A: 먼저 민트베이스 트위터, 논스 트위터, 논스 페이스북을 팔로우합니다. 이후 12월 2일부터 25일까지 민트베이스 트위터에 공지가 뜨고 난 후 민트베이스 본부 달력 앞에 도착하는 선착순으로 선물을 드립니다.
건투를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작성 하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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