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 비 포유 (Me before you)

너를 만나기 이전의 나, 너를 만난 이후의 나

by sunjoo



영화 미비포유 속 루이자는 밝고 쾌활한 성격에 독특한 패션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여주인공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명랑한 모습 뒤엔 꽤나 힘겨운 현실이 그녀를 뒤쫓고 있었는데요.


직업을 잃은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그리고 그 밑으로 줄줄이 달린 동생들. 언젠가는 맨체스터로 날아가 패션 공부를 하고 싶단 꿈을 지니고 있었던 루이자였지만 정작 그녀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6년째 변함 없는 근무처인 베이커리의 문앞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갑작스러운 폐업 엔딩을 맞이하며, 루이자는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되고 말아버리죠.


루이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쉴 틈도 없이 바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러 나섭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이 넘치는 한 전신마비 장애인의 간병인으로서 고용되는데요. 루이자는 그곳에서 영화 속 남자주인공인 윌을 만나게 됩니다.

윌은 루이자에게 어째서 패션 공부를 하러 가지 않느냐 물으며 그녀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후에서야 그것들이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윌의 진심어린 충고였죠. 햇빛이 사선으로 드는 아침 잠에서 깨어 침대 밖으로 두 발을 딛는 것, 정원의 푸르른 식물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 넓은 트랙 위를 몇 바퀴째 달리는 것, 기쁨에 몸부림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온 힘 다해 안아주는 것.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별 거 아닌 것들이라 여기는 모든 것들이, 윌에겐 그저 꿈같은 과거에 불과했으니까요.


윌의 물음을 들은 루이자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무응답으로 반응합니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녀도 현실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요.


속옷이 꽉 끼는 탓에 가슴이 아프다며 달리지 못하겠다는 손을 이끌고 억지로 뜀박질을 재촉하는 남자친구와, 네 월급이 없다면 전혀 생활할 수 없다며 알게 모르게 면박을 주는 부모님. 그들은 모두 루이자를 사랑과 응원으로 북돋아 주는 듯 하지만, 정작 그런 루이자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루이자가 홀로 시간을 보내거나 윌과 함께일 때는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형형색색의 스타킹이 장면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만, 가족들과 남자친구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선 코빼기도 채 비춰지지 않는 것 역시 이러한 상황들을 대변하는 듯 보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 주는 건 매우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가족들이나 남자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짧은 기간 서로를 알고 지냈던 그녀의 환자, 윌이었죠. 자신의 운동 일정 때문에 지각을 하면서도 생일 축하한단 말 한마디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바쁜 남자친구와 달리 윌은 늘 루이자의 말을 경청하고 기억합니다. 제 이름이 박힌 목걸이를 선물하는 남자친구와 달리 진정으로 그녀가 원하고 바랐던 벌꿀 패턴의 타이즈를 선물하는 것 역시 이 경청의 힘에서 오는 것이었죠.

이날 윌이 루이자에게 선물하였던 것은 단순한 벌꿀 스타킹뿐이 아닙니다. 그는 그녀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원하던 '자유'와 '행복'도 함께 선물하였죠. 은빛의 목걸이만큼 비싸고 반짝거리진 않을지 몰라도,정작 그런 그녀를 웃게 하는 건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를 그 스타킹이었습니다.


그렇게 루이자는 온몸으로 기뻐하며 멋진 벌꿀 스타킹을 갈아신으러 갑니다. 영화 내에서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가족들 앞에 스타킹을 신은 멋진 다릴 드러내며 말이에요. ​



여러분은 이 영화에서의 진정한 me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영화 중반부까진 당연히 윌이 me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영화의 진정한 me는 루이자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를 만나기 이전의 나. 그것을 품에 안은 채 꿈과 자유의 도시인 파리로 떠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루이자의 모습이 담긴 영화 미 비 포유! 생각보다 더 깊이 있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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