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하면

by 푸항

너무 속상하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들보다도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마음과는 달리 화를 가장 쉽게 내는 것처럼.

이번 엄마의 사건 이후 추석 연휴에 엄마 집에 갔다.

밥을 먹고 난 후면 엄마에게 걸으러 나가자고 했다.

커피 한 잔씩 들고 공원을 걷다가 앉아 쉬다가

아버지 얘기가 나왔다.

내가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물을 때면

말해주지 않고 화만 내던 엄마였다.

너희한테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말한다며

내 목에 있는 타투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게서 발견된 수첩에

아버지가 바람이 난 정황들이 적혀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걸 봤다고.

"엄마, 난 내가 엄마였으면 자식들한테 그거 말 안 했을 거 같아."

".. 그래, 너희랑 잘 놀아주긴 잘 놀아주고 했어.."

"난 아버지가 없어서 그리움이 생긴 거지

있었으면 또 모르는 거잖아.

난 그냥 어릴 때 남아있는 아버지의 좋은 기억만 기억하고 싶어"

집에서고 공원에서고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가도 금방

구름이 예쁘다며, 걸으니 좋다며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가도 또 싸우다가도 밥을 챙기고

서로 생각에 마음 쓰며 울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사실 아무 상관없다.

나를 잘 모르니까.

모르니까 오해할 수 있고,

모르니까 어떻게든 생각할 수 있다.

엄마만큼은 날 알아줬으면 하는데,

이번 사건 이후에도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수십 번 수백 번 얘기해도

엄마는 자꾸 엄마 탓을 한다. 그런 엄마를 보고 나는 또 내 탓을 한다.

그래서 자꾸 속상한 마음에 화를 내는 것 같다.

사실은 화가 난 게 아닌데. 내 세상엔 엄마가 전부인데.

엄마의 속상함을 알면서도 난 왜 그렇게밖에 말을 못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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