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열 살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잠시 외출을 할 때 엄마나 나, 오빠 중 꼭 한 명을 데리고 가는 습관이 있으셨다.
그날은 엄마가 같이 가자고 해도 혼자 감기약을 사가지고 오신다며 나가셨다.
늦은 시간에 동네 약국이 아닌 저 먼 시내 약국으로.
졸음운전을 하는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서 교통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려고 준비 중이던 엄마가 전화를 받고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우리를 챙겨 택시를 탔고
경찰인 큰아버지가 그 버스기사에게
우리를 어떻게 할 거냐며 소리치며 우셨던걸.
운명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고 믿게 된 것 같다.
그때 엄마가 아버지를 따라나섰더라면 나는 부모 잃은 아이가 됐을 수도 있었다.
정말 철없이 너무 힘이 들 땐
'그때 아버지를 따라갔었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아버지 제발 저 좀 데려가 주세요' 하며 아버지에게 어린애 같기만 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아버지가 내 생각을 읽고
힘들어하는 날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을 하면 이제는 좋은 마음으로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기준이 무엇이든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흐뭇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