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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Jun 26. 2018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의 계좌 개설 거부 이슈

빠르게 개선될 줄 알았던 이레지던시의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들

 시작된 지 3년이 지나고 4만 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한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첨병의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친화적인 법인, 금융 등을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 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에스토니아 정부 주도의 이 서비스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지난 리뷰에서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르고 이레지던시에 대한 여러 소식을 업데이트했을 때,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슈들이 있었다.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분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만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내용들을 리포트하고자 한다.


에스토니아 은행들의 계좌 개설 거부 이슈


가장 큰 문제는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로 법인 설립 후 비즈니스를 위한 계좌 개설에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불만이다. 정상적인 비즈니스라면 법인 설립 후 당연히 은행 계좌가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의 첨병인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를 선택하는 사용자들은 설마 기본적인 계좌 개설의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실제 오프라인 은행을 방문하기 위해 에스토니아까지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전에 커뮤니티나 이레지던시 서비스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면 다른 답변을 얻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비행기를 타고 에스토니아까지 날아온 이들 중 일부는 은행에서 냉담하게 거절당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는 후기들이 적잖이 보인다. 유럽에서 저가 항공으로 방문한 경우에야 당황스러운 출장 정도로 남을지 몰라도, 한국과 같은 아시아 권에서 에스토니아까지 갔는데 은행에서 계좌 개설을 거부당한다면 그것은 거의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불쾌한 사용자 경험일 것이다.


에스토니아 은행에서 요구하는  'Connection to Estonia'


 은행에서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에 대한 계좌 개설에 대해 방어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자금 세탁과 관련한 이슈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에스토니아 은행에선 'Connection to Estonia', 회사의 에스토니아와의 연관성을 요구하는데, 기존의 유럽에서 에스토니아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디지털 노마드들은 이를 입증하기 결코 쉽지 않다. 에스토니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은행에서 문전박대당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은행들에 이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법적으로 정부가 은행들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의 욕심과 은행의 자기방어 사이에서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심지어는 개설된 계좌가 폐쇄됐다는 후기도 보인다. 다른 방법으로 이런 금융 서비스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전의 정확한 고지와 솔루션 제공은 꼭 필요할 듯 보인다. 이레지던시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에 실망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런 계좌 개설 거부 이슈가 있으므로, 섣불리 에스토니아 은행의 계좌 개설을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강력히 말리고 싶다.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들이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의 파트너가 과연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에스토니아 당국의 빠른 피드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비즈니스 서비스 공급자 Service Provider는 필수,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


이 계좌 개설 이슈와 법인 설립에도 마찬가지로 Service Provider라고 불리는 비즈니스 서비스의 이용은 필수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https://medium.com/e-residency-blog/estonia-has-amended-its-commercial-code-heres-how-that-affects-e-residents-fd06af928f6f

애초에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부분은 에스토니아 법인의 경영진이 에스토니아에 거주해야 하다는 상법 때문이었다. 2018년 1월 이 상법은 개정됐지만, 남은 두 가지 단서 조항이 핵심적인 부분이 됐다.

회사의 에스토니아 내의 주소가 있어야 한다.

에스토니아 내의 현지 연락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역할을 대리해주는 업체가 Service Provider이다. 이런 업체들이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로 법인 설립과 비즈니스 진행의 컨설팅 서비스의 역할도 하고 있다. 위의 조항들 때문에 Service Provider의 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커뮤니티 및 이레지던시 담당자로 메일에서 답한다.

Service Provider업체로는 LeapIN과 1office등 여러 업체가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업체는 LeapIN이다. 하지만 커뮤니티들을 검색해보면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후기들도 꽤 보인다.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의 담당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받은 답변에서는 1인 기업이 아니라 2인 이상의 주주가 있는 기업의 경우엔 1office를 더 추천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들 Service Provider의 이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이용후기들을 꼭 검색해보길 추천한다. 정리하면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법인 설립, 계좌 개설과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해 Service Provider의 이용은 필수이지만, 이들 업체가 그 과정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국 업체를 신뢰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스스로 정확하게 본인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실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역시 이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만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계좌 개설 거부에 대한 대안은?


법인 설립 과정까지야 그렇다 쳐도 은행들의 계좌 개설 거부는 사실상 비즈니스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황당한 장벽이다. 이레지던시 커뮤니티들의 사용자들이 클래식한 은행 서비스들로 거부당하고 선택하는 대안은 핀테크 서비스들이다.

비즈니스를 위한 온라인 계좌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있다. 그 주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서비스는 'Holvi'이다

https://about.holvi.com/

Holvi의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온라인 계좌와 결제 서비스를 포함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의 문제는 이 서비스로 해결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Holvi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은행의 계좌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일단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IBAN코드(국제은행계좌번호)가 있는 온라인 계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주소와 은행 계좌의 주소가 다른 경우 Braintree나 Paypal을 통한 결제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Holvi를 통해 해결했다는 후기들이 보인다. Holvi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들은 "비싸다"라는 평이었는데, 이는 얼마 전까지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에게 훨씬 비싼 사용료(35유로/월)를 부과해서 그에 대한 악평이 있었는데 지금은 동일하게 내렸다. 하나의 계좌를 제공하는 'Grower'서비스가 9유로/월로 책정되어있는데, 이정도의 사용료는 납득할만하다는 평이 많다. 단지 저렇게 급격히 사용료를 변경한 적이 있다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사용료를 유지할 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금융 서비스가 간단해 보이지만, 국가별 통화에 따른 송금, 결제 가능 문제, Paypal과 같은 결제 서비스와의 연동 문제 등, 아직까진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확인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많아 보인다. 핀테크 서비스가 좀 더 발전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번거로운 일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긴 글을 읽기 힘든 분들께 꼭 알아야 할 내용 요약

에스토니아의 개정된 상법상 '회사의 에스토니아 내 (가상)주소'와 '현지 연락 담당자'를 위해 LeapIN이나 1office와 같은 Service Provider의 이용은 필수이다.

에스토니아 은행들은 자금 세탁 이슈를 이유로 이레지던시 사용자들의 계좌 개설 과정에서 'Connection to Estonia', 비즈니스의 에스토니아와 연관 관계를 강하게 요구하며, 이로 인해 에스토니아 은행 지점을 실제로 방문하고서도 계좌 개설을 거부당했다는 후기가 많이 보인다.

Service Provider 업체를 이용하더라도 본인의 비즈니스 및 결제의 형태에 따라 법인 개설과 계좌 개설에까지 본인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Service Provider들은 결코 계좌 개설을 보장하지 못하며, 실제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후기도 많다.

에스토니아의 클래식한 은행들로부터 계좌 개설이 불가능해졌다면, 'Holvi'등과 같은 핀테크 기업이 유일한 대안이다. 대다수가 핀테크 기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사용 비용과 본인의 비즈니스와 잘 부합하고 여타 문제는 없는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여러모로 실제 'Borderless'한 국제적인 디지털 비즈니스의 첨병인 듯 보였던 이 서비스의 그간의 변화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긍정적으로만 얘기하는 이레지던시 공식 블로그의 글만 보고 탈린행 비행기를 끊었다가는 강력한 안티 사용자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물론 정부뿐 아니라 사법부 등과 연계되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라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이레지던시가 기존의 기대에 걸맞은 서비스가 되려면 분명히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에스토니아 정부가 이에 대한 의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지뿐 아니라 실제 디지털 비즈니스 인프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

https://medium.com/e-residency-blog/estonian-president-kersti-kaljulaid-calls-for-e-residency-2-0-335d4a08cd64



다음 글에선...

에스토니아 법인의 세금에 관련해서는 앞의 리뷰에서도 에스토니아 세금 체계가 절세를 위해선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단지 법인세가 없고, 주주에게 배당되는 돈에 대한 소득세만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회사 내에 재투자를 하게 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형태이긴 합니다. 앞의 리뷰에선 주주에게 배당할 경우 소득세가 에스토니아에서 한 번, 그리고 주주의 국가에서 한 번 이중과세되는 것으로 설명했는데, 이에 관련해선 에스토니아와 세금 협정을 맺은 국가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세금 관련해서는 사실 확인 후에 다시 정리해서 리포트해 보겠습니다.


한국어로 된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의 거의 처음 리뷰를 남긴 후, 많은 분들이 그 글을 보고 실제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를 발급하기도 하시고 댓글로 피드백도 주셔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후에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후기들을 보며 어서 관련 내용들을 업데이트해야겠다는 생각은 미리 했으나 게으름으로 인해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후로도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와 관련한 주목할만한 내용이 업데이트되면 부족한 퀄리티로라도 내용을 남기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레퍼런스

https://medium.com/e-residency-blog

https://news.err.ee/691549/e-residency-program-under-threat-as-banks-closing-foreigners-bank-accounts

https://1office.co/blog/holvi-and-1office-cooperation/

https://www.facebook.com/groups/eResi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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