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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Jan 22. 2023

중국 대륙의 가정집 폭죽 클라스 : 춘절이다

설이든 춘절이든 우리는 두 번의 시작을 가졌다.


두 번의 시작이라는 금수저

양력과 음력을 쇠는 문화의 일부로서 가장 큰 장점은 두 번의 시작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 3월 신학기까지, 세 번의 시작!) 그렇게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2023년의 두 번째 시작이 시작되었다. 설날과 춘절을 보내는 상하이에 사는 한국인이지만 사실 '연휴'라는 것 외에 그리 의미 두던 날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설날은 카톡으로 보내고, 하루 자체는 오롯이 '춘절'을 보낸다. 중국 생활 N 년 만에 눈길도 주지 않던 촌스러운 춘절 포스터를 파는 간이 상점을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불꽃놀이용 폭죽도 샀다. 흥정도 했다. 깎았다. 오늘도 배송해 주는 순펑 택배 기사님에게 "新年好“를 건네며 춘절에 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까만 하늘에 빵빵 터지는 폭죽도 올해는 참 예쁘게 보인다. 그래, 기왕 모르는 미래에 대해 걱정이나 불안보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져보자. 누가 그랬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중 하나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이번 폭죽은 어여삐 봐주소서

까만 밤하늘에 예년보다 훠얼씬 더 많이 자주 오래 불꽃과 폭죽이 빵빵 터진다. 63 빌딩 근처 안 가고, 롯데타워 근처 안 가고, 00 랜드 안 가고 집 거실에 누워서 이런 불꽃을 보는 호사를 누린다. 어느 대기업이나 쇼핑몰의 이벤트가 아니다. 통 큰 옆동 1층 집에서 본인 마당에서 터트리는 폭죽이다. 돈 좀 쓰셨겠다 싶은 불꽃이 활짝 펴서 이웃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런 아름다운 소비라니!


예전엔 폭죽이 환경오염 덩어리로 보였는데, 이번에는 해방의 팡파르로 보여 듣기 좋고 보기 좋고 예쁘다. 22년의 상하이에 일어난 호환마마 같았던 일 때문일 거다. 다시 한번, 함께 겪은 모든 동지들에게 수고했다며 서로 곁에 있다면 정말 어깨라도 토닥토닥하며 회포를 풀고 싶다.

집에서 본 불꽃이다….. 대륙의 가정집 폭죽 클라스


환경을 위해 강화되었던 불꽃놀이 규제도 백지 시위 후 '통제'에 반감이 생긴 몇몇 도시의 이들이 불꽃놀이라는 전통에 대해 '통제'하지 말라는 적극적인 행동 이후, (그 때문인지 아닌지는 이 중생 장담할 수 없으나) 아무튼 완화되었다. 그리고 춘절의 문화와 동떨어져 사는 나도 이번엔 자발적으로 폭죽을 구매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상하이에 사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이번 춘절은 그냥 지나가고 싶진 않은 어떤 날인 것 같다. 인류사에서 축제나 명절의 순기능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빵빵 한 시간 내내 가시거리 안 여기저기서, 심지어 단지 안에서도 터지는 폭죽을 보며, 그리도 나도 베란다에서 팔을 뻗어 태워보는 미니 불꽃을 보며 옛것은 태워 보내고, 무서운 건 불꽃 보고 놀라 도망가기를 기원해본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내일 공기 장난 아니겠다 했더니, 마침 내일 비가 온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하늘의 뜻인가. 오늘 우리의 축제를 어여삐 봐주시고, 내일 새로이 싹 씻겨주시옵소서. 모두 토끼해는 말랑말랑 귀염 뽀짝 하게 보내실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 씬니엔콰일르어! 新年快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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