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Aug 22. 2018

콘텐츠 메이커의 미래는 유튜브에 있을까?

책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으며

여행 쪽에서 한 다리라도 걸치고 일하는 이들 중에, 유튜브를 고려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뭔가 어설픈 영상이나마 한두 번씩은 깔짝거리고 업로드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유튜브를 계속하지 못하는가?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탄생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생산을 포기하고 소비만 하게 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글 1~2개 시험 삼아 올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곧 힘이 빠진다.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 심적/금전적 '보상(Reward)'이 없는 콘텐츠 메이킹은, 금방 지치고 그렇게 멈춘다


블로깅이 점점 신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고 있는 경지에 다다를 즈음은, 독자들의 반응이나 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질 때와도 일치한다. 즉, 그 시점까지는 지난한 인내와 자발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유튜브도 정확히 이 프로세스와 똑같다. 그러니 이 플랫폼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없다면, 유튜브든 블로그든 시도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튜브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독자에 머물러 있는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유튜브 위에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공과 부를 차지한다. 특히나 창의성 하나만으로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를 가리켜, <유튜브 레볼루션>의 저자이자 유튜브의 CBO인 로버트 킨슬은 '스트림펑크(Streampunks)'라고 정의한다. 


전 세계의 유관 업계와 협업하여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에서는 여행 강의를 하는 내 직업상, 국내 양대 포털과 구글의 콘텐츠 담당자를 단독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국내 포털업계는 대체로 생산자를 종속적인 관계로 여긴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를 만나면 '내가 널 홍보해줄게(=그러니까 우리 입맛에 맞는 콘텐츠 내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유튜브 담당자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넌 너다운 것을 해. 그럼 저절로 팬이 모여들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응?) 처음에는 그 메시지가 굉장히 무책임하게 느껴졌지만, 유튜브의 플랫폼적 특성을 살펴보니 이제야 납득이 간다.


유튜브가 한국 포털과 다른 점은, 모든 개인이 평등하게 진입과 노출 기회를 가지며, 오직 콘텐츠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 포털에서는 구 미디어(신문, TV)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진열된다. <유튜브 레볼루션>에는 소위 흙수저였던 수많은 개인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업계를 전복하고 있는 지를 다룬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로 100만 뷰를 기록한 인디 음악가 잭 콩트의 말은, 유튜브의 이러한 특성을 잘 대변한다. '유튜브는 사람들이 작은 규모의 콘텐츠 기업을 운영할 기회를 마련해 줬습니다.(중략) 10년 전에는 전혀 불가능했어요. 견고하던 거대 미디어 기업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 등장한 미디어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된 겁니다'.


깨어있는 시간을 물어보시는 거죠?


같은 의미에서, 구글 코리아의 유튜브 담당자가 내게 해 준 이야기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유튜브에 채널을 가진다는 건, 내 영향력은 내가 직접 build 한다는 거예요. 포털 메인에 선택되기 위해 콘텐츠를 그쪽 입맛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거죠. 구독자에게 알림이 가는 시스템이라, 내 영향력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가장 강점이에요. 구독자만 생각하면 돼요'라는 말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에게 몇 시간 일하냐고 물었더니, '깨어있는 시간을 물어보시는 거죠?'라고 답했다는 이들의 엄청난 집념과 노력은 오직 구독자를 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수많은 해외 행사에서 직접 만나고 함께 여행했던 세계적인 여행 유튜버들도, 정확히 이 만큼 치열하게 일한다. 이들은 깨어있는 동안에는 영상 하나만 생각한다.  


유튜버든 블로거든, 누구나 100만 구독자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다수 콘텐츠 생산자의 수익원은 아직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저자는 유튜브의 CBO임에도, 수익에 대한 어둡고 당혹스러운 현실도 가감 없이 소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현상은 유명세와 현실의 성공이 일치하지 않는 '매드 맨 격차'다. 영화 매드 맨의 최고 시청률이 350만 명인데 유튜버 미셸 판의 최고 시청 수는 캘리포니아에서만 400만이 넘는, 유튜브와 현실의 격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배우 브리타니 애슐리가 자신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서빙 알바를 하던 인기 유튜버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는 에피소드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소셜미디어 스타가 현실에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유튜버가 할리우드 셀럽보다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광고시장이 이들을 외면하는 원인을, 책에서는 상세히 다룬다. 한국에서는 유튜브 스타를 부각해 '억대 연봉 유튜버'를 초등학생의 새로운 장래희망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미래가 선명하지만은 않다는 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콘텐츠로 먹고사는 내 입장에서는 '이미 가진 영향력을 최대한 확장하고 싶다면' 유튜브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유튜브를 할까 말까 고민할 때가 아니라, 나만의 '핵심(core) 콘텐츠'가 있다면 내 청중들과 가깝게 만나기 위해서라도 올라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여행기자를 거쳐 11년째 여행 블로그와 책을 쓰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유튜브는 나(=내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수많은 채널 중 하나일 뿐이다. 영향력은 단지 '영상'이란 이유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글/말을 생산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래 버텨보니,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수렴하게 되어 있더라. 그러니 '남에게 없는' 나만의 코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가 단지 용기가 없어서라면, 이 책에 언급된 한 유튜버의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루저라고, 사회 통념에 따르지 않는다고, 그것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때 꿋꿋이 유튜브를 통해 한계에 도전하고 성공을 이룬 '케이시 네이스탯'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유튜버의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는 그의 여러 영상을 찾아보다가,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Do what you can't'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전체 원문: http://nonie.tistory.com/1947 여기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7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으로 삶과 직업의 변화를 꿈꾼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