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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Sep 14. 2018

Q. 사람 좋아하는 나, 일이 너무 지루해요

일단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인가?

최근 강의하러 간 기업의 교육 담당자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이 고민에 대한 내 답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Q.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강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서 관련 업계인 기업교육 업체로 이직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사무직을 3년 이상 하다보니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져서,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사옥이 지방에 있다 보니 갇혀있는 느낌이 들고, 야근이 잦다 보니 직원끼리의 회식이나 모임도 거의 없어요. 최근 여행에 푹 빠지게 된 이유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에요. 강사라는 직업이 이런 제 성격에 잘 맞을 것 같지만, 아직 저만의 교육 분야를 선택하지 못해 어떻게 자기계발이나 이직을 해야 할지 갈등이 되는데요. 이런 저에게 조언해 주실 만한 이야기가 없으실까요? (남, 30세, P씨)  



A. 여러 문제가 섞여있는 질문이지만,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첫번째는, '언저리에 머무는 커리어, 과연 의미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위의 교육담당자 P씨 외에도, 일전에 1:1 커리어 코칭에 찾아온 직장인 역시 '전문 강사가 되는 게 최종 목표인데, 바로 될 수는 없으니까 강사를 관리하는 교육업체에 취직했어요'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지에 따라 이 방법은 지름길이 될 수도, 더 먼 길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방식은 훨씬 돌아가는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교육업체에서 실제로 맡는 직무 내용은 강사가 되기 위한 능력과는 관련이 1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 유리한 점이 있다면, 내노라하는 강연을 실제 직강으로 보고 듣는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에 이름만 쳐도 유명 강사의 강연은 죄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큰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사회 초년생 때는, '언저리에 머무는 커리어'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패션잡지가 전성기였을 때만 해도 기자가 되기 위해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자 어깨 너머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어시스턴트가 기대하는 정규직 자리는, 이듬 해 대졸 공채 출신이 가져간다. 고된 노동과 낮은 임금 탓에, 기사다운 기사 한번 써보기도 전에 나가 떨어지는 고질적인 시스템 문제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연예계에서도 연예인 꿈을 가진 이들 중에 매니저 직무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니저가 실제로 연예인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것처럼, 교육 매니지먼트 회사의 직원이 강사가 될 확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초기 커리어일수록,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업계에 직접 들어가서 구체적인 경력을 쌓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사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정석적인 기업 교육(ex.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직무능력 향상 등) 을 다루고 싶다면 교육업체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직종이니 일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려면, 반드시 그 전문성을 입증할 경력 또는 학력(혹은 둘 다)을 준비해서 자신의 선택지를 계속해서 늘려가야만 한다. 강의를 한다는 건 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이 아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만나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들을 간혹 만난다. 여행 좋아하는 이들 중에도 관계지향을 여행의 최우선 목적으로 두는 부류가 많다. 사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심리에는,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나 자극을 외부(타인)에게서 바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또한 '인맥 관리'를 '새로운 사람 만나기'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많다. 내 전화번호부 리스트가 방대해질수록, 인적 네트워크도 풍성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와는 달리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Give & take, 서로 주고받는 가치가 동등할 때 지속가능해진다. 일방적으로 관계만 좇는 사람 주위에도 그와 비슷한 부류가 모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커리어의 전환이나 새로운 길을 꿈꾸고 있다면, 그 길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쌓아가야 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기만 하면,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은 못 만난 채 세월은 순식간에 흐른다.


사람이 좋고 새로운 이들과 많이 대면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면, 내가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된다.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법과 가는 길이 같다. 내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분명하다면, 그리고 업과 자아실현이 일치하는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업무적/정서적 여유가 늘어난다. 이것이 커리어 관점에서 필요한 '인맥'이다. 그러나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탐색하지 못하고 부모나 타인의 기대에 맞춰서 직장을 갖거나 일을 하게 되면, 자꾸만 외부에서 보상을 찾으려고 한다. 그것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결과가 쇼핑(소비), 또는 잦은 여행이다. 또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만 만나 공감을 얻기 위한 시간에 돈을 쓰게 된다. 직장 동료들과의 잦은 어울림이나 회식에서 잠시 잠깐의 공감을 얻을 순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을 날은 어쩌면 더 멀어질 지도 모르겠다.  


인맥에 대한 생각은 아래 영상에 조금 더 이야기해 두었다.

영상 '여행하며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면? (1) 내게 필요한 인맥 만들기' (2편을 보고 싶다면, 구독! )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7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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