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모두가 자신의 여행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2년간 여행작가 강의를 하면서 매번 지켜온 원칙이 있다. 수강생이 적어도 4주간은 자신의 스토리를 하나쯤은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수많은 여행기에 하나 더 보태는 여행기가 아니라, '나만 쓸 수 있는' 여행 글감을 찾아내는 과정이 내 수업의 가장 큰 테마다. 이를 어려워하는 수강생도 정말 많다. 매주 제출하는 과제를 읽다 보면, 대체로 80%의 데스티네이션과 체험 내용이 똑같다. 특히 교토 도보여행과 스페인 댄스공연 관람, 대만 지우펀 찻집 등이 대표적인데,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매번 같은 여행기가 학기마다 꼭 튀어나온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돈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가이드북과 파워블로그에 소개된 '본전 찾는' 일정이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2박 3일, 3박 4일 패키지나 자유여행만 여러 차례 다녀온 분들이 '이 정도 여행 경력이면 지금 블로거들보다 더 잘 쓸 수 있겠어'라며 강의를 찾아온다. 장기여행자도 어찌 보면 마찬가지다. 요새는 장기여행 자체가 너무 흔해서,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내 수업에는 세계일주를 계획하거나 앞으로 1년 내로 떠날 친구들이 매 학기마다 1~2명씩은 온다.
그 중에 아주 가끔,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직업을 갖고 살고 싶은 이들도 나를 찾아온다. (주로 해외에 체류경험이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과 조금 깊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아, 이 친구들이 정말 진심으로 여행을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느낀다. 여행 그 자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걸 내 인생에 뭔가 중요한 걸로 만들고 싶다. 그러다 보니 방황이 길어진다. 현실과 꿈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여행경험을 완결된 콘텐츠로 만들어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까지 10년 이상 여행 기자로 시작해 다양한 여행 관련 분야를 거치며 느낀 것은, 여행 자체를 즐기기만 하는 사람은 콘텐츠 비즈니스에선 죽도밥도 안된다. 이 바닥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으려면, 여행이 더이상 본인의 취미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 속에서 돈이 어디서 어디로 돌고 도는지를 이해하는 통찰력은 필수다. 이것과는 별개로, 본인에게 어떤 차별화된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글쓰기, 그림, 사진, 관점(테마) 중에 뭐 하나는 남다르게 특출난 게 하나는 있어야 한다. 여행 경력과는 무관하게. 없다면 지금부터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런데 여행 산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 부족하다보니, 내가 그속에서 무슨 가치창출을 할 것인지? 누구와, 혹은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할지? 모호하고 알기 어렵다. 책을 낼까? 온라인 미디어를 만들까? 여행 다니면서 글도 써볼까? 영상도 찍어볼까? 생각은 쉽다. 근데 세상엔 쉬운 게 하나도 없고, 고민은 늘 제 자리다.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며 생업도 그만두고 장기여행을 다녀와 책 한 권 겨우 내놓고 갈팡질팡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몇 년째 파워블로거 앰블럼에만 의지해 기업이 보내주는 공짜 여행으로 수 년간 '그냥 여행만 다니고' 아무런 발전이 없는, 한국에 발을 제대로 못 붙이고 사는 딱한 케이스도 주변에 여럿 있다. 여러 번 얘기하지만 한국에 여행작가라는 '생업'은 실재하지 않는다. 글쓰기 책쓰기로 돈을 벌며 살겠다는 건, 극도로 순진한 생각이라고 본다.
내년에는 대학교 특강을 통해 '20대를 위한 여행과 직업' 얘기도 종종 전달하겠지만, 여행 콘텐츠 메이커를 꿈꾸는 분을 위한 강연도 본격 준비하려고 한다. 내년부터 여행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시작해보고 싶은 신년 계획이 있으시다면, 서울/경기 지역의 신세계 백화점 아카데미에서 1월 여행작가 입문 수업을 두드려 주시길. :)
블로그에서 원문 읽기 : http://nonie.tistory.com/1553
Who is nonie?
히치하이커 Founder & 여행 콘텐츠 디렉터.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법'을 제안합니다. 전 세계의 멋진 호텔을 중심으로 테마여행을 하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에 특화된 강의를 합니다. 자세히 보기
히치하이커는 여행(Travel)의 감성을 디지털 콘텐츠로 풀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입니다. 2011년 아이패드 전용 가이드북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 론칭, 2013년 '히치하이커 홍콩', 2015년 '히치하이커 싱가포르'를 전자책으로 선보였습니다. 히치하이커 여행놀이 런던(2015/11), 하와이(2016), 뉴욕(2016) 제작 예정. 함께 협업할 기업이나 브랜드의 문의는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