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목록으로 살펴본, 5가지 문제의식
여행산업을 분석하고, 책을 쓰고 강의하는 업을 갖게 된 지 올해로 9년 째다. 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격주 일요일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루틴을 습관화하게 되었다. 메모를 남기지 않은 책과 전자책은 제외하고, 독서노트나 기록으로 정리하는 책은 매년 60~70권 가량이다.
2021년 결산글을 쓰다가, 1년전 이맘 때 작가의 서랍에 묵혀둔 글이 생각났다. 팬데믹 이후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리하다가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글이다. 그 후 1년이 또 흘렀으니 팬데믹 2년차에 읽었던 책을 보태어 정리해 보기로 했다.
지난 2년간 읽은 책을 분류해보니, 주된 관심사와 문제의식이 크게 5가지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일과 가치관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독서를 했다. 비슷한 고민이나 갈증을 가진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 한 권쯤은 발견되기를 바라며, 독서 목록 중 일부를 소개해 본다.
큰 담론에 대한 책은 부담스러워서 자주 읽지는 못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 2년간은 세계의 큰 흐름에 대한 책에 좀더 손이 갔다.
현대 중국의 정치경제적 변화를 쉽게 소개한 <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 이동성의 증가로 인해 국적을 넘어서는 소속감과 정체성이 생겨나는 현상을 다룬 <커넥토그래피 혁명>이 기억에 남는다. <리볼트>같은 르포 취재를 읽으면서, 나만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탐사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2021년
리볼트
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
손으로 생각하기
스킨 인더 게임
도시를 걷는 여자들
2020년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커넥토그래피 혁명
사람, 장소, 환대
2020년 <여행의 미래>를 출간한 이후, 머릿속 화두는 여행 소비에서 일과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로 옮겨갔다. 여행 소비가 변화하는 배경을 관찰하다보니, 결국 일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는 '노마드(nomad)', 이동하며 일하는 이들을 관광객의 대체재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세대, 직업, 사회 변화 등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올해 읽은 택 중에서는 단연 <불쉿 잡>을 인상깊은 책으로 꼽고 싶다.
2021년
불쉿 잡
밀레니얼 선언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
불평등 트라우마
시그니처
2020년
사이드 프로젝트 100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직업의 지리학
늦깍이 천재들의 비밀
수 십년간 큰 혁신이 없던 국내 여행산업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대전환과 함께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종사자를 재교육하는 일이 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플랫폼 경제 위에서 돌아가는 여행을 어떻게 이해시키느냐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플랫폼의 생각법>,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등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관점의 플랫폼 경제서를 찾아 읽으면서 트래블 테크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정리한 한 해다.
동시에 기술이 낳은 불평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다룬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 중에서도 모빌리티(이동성)의 불평등을 다룬 <선을 넘지 마시오>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다룬 책으로 꼽고 싶다.
2021년
플랫폼의 생각법
뉴 맵
신뢰 이동
두렵지만 매력적인
선을 넘지 마시오
2020년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1인 기업은 다양한 일을 혼자 매니징해야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을 마케팅(브랜딩)하는 일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브랜딩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모두가 모두의 인플루언서가 된 시대다.
하지만 결국 세상에 제공하는 가치의 크기가 중요하다. '팬덤'이나 '부족'을 형성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나 나만의 미디어를 만든다 해도, 그 안에 실릴 강력한 메시지가 없다면 업으로는 연결될 수 없다. 이제는 콘텐츠보다는 (참여를 이끄는) 메시지가 훨씬 강력해진 시대고, 메시지에 대한 고민은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2021년
팬덤 경제학
아이 엠 미디어
2020년
구독경제 마케팅
트라이브즈
당신을 보는 세상의 관점
민음사 인문잡지 한편 - 인플루언서
재미있는 것은, 이제 글로벌 여행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여행'으로 검색해서는 관련 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여행의 미래>를 제외하고!) 경제경영서, 테크, 인문 등 여행과 상관없는 책에서 여행기업의 서비스 특징이나 성공 기법을 분석하거나 여행을 둘러싼 인식의 변화를 다룬다.
에어비앤비가 여행산업의 가치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을 소개한 <디커플링>, 재화에서 경험으로 이동하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론화한 <경험 경제>는 거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2021년
디커플링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경험 경제
에어비앤비,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
Z세대는 그런게 아니고
2020년
매거진 비 '소호하우스'
그랜드투어
베이징 도큐멘트
미래의 서점
아시아마켓 4.0
위 분류에는 넣을 수 없었지만 미국인 학자가 일본의 패션 문화 변천사를 풀어낸 <아메토라>, 1950년대 일본 여행 미스터리의 시초가 된 고전 <점과 선>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 두 권을 접하면서, 근현대의 여가나 문화 소비가 변화해온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독서목록을 정리하고 나니, 올해에는 무엇을 좀더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싶은지도 정리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쓰고 있는, 올해 출간될 새 책도 누군가에겐 방향을 잡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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