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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29. 2022

여행업계,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검색 트래픽을 영향력으로 착각하면 벌어지는 일

관광 정책 내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관련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의 참여 주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인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중요한 평가 기준인 영향력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모호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세 개념은 어떤 지점에서 왜곡되고 있는지 정리해 보고, 적어도 관광업계에서 향후 소셜미디어 마케팅 사업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구별해서 활용해야

통상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의 정의와 마케팅 활용 목적은 조금 다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채널 특성을 불문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를 구별하는 방법은 이 두 집단의 콘텐츠와 수익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두 용어는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콘텐츠의 접근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만들고 싶은 걸 먼저 만들어서 팬을 확보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광고를 받긴 하지만, 자신의 콘텐츠에 광고를 끼워 넣거나 노출해 주는 방식을 쓴다. 즉 콘텐츠의 독창성은 유지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케이시 네이스탯을 비롯한 선구적인 1세대 유튜버가 이러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통상적으로 업계가 기대하는 영향력은, 자신만의 개성과 전문성을 담은 콘텐츠로 일정한 팬덤(커뮤니티, 추종자)을 보유한 창작자가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인플루언서의 사전적 정의와 더 가깝다.


인플루언서(구, 파워블로그): 그런데 국내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정의가 사뭇 다르다. 이들은 업체가 제안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비용을 받으며, 검색 상위 노출로 높은 트래픽과 이웃 수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들의 영향력을 수치화하고 오래된 파워 블로그를 새로 포장해 '인플루언서' 호칭을 부여하는 회사가 있으니, 바로 검색 엔진 기업인 네이버다.


네이버에서는 독창적인 콘텐츠보다 검색 최적화 키워드가 포함된 '상업적' 콘텐츠가 검색 트래픽을 더 많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여행과 맛집 블로그가 채택하는 핫플 업체/장소 위주의 리뷰 콘텐츠는 복붙 수준으로 균일해진 지가 꽤 오래됐다.

즉 검색 엔진 기업이 정의한 '영향력'의 실체는 누가 상위 노출에 최적화된 장소/위치 소개 글을 많이 쓰는가다. 이러한 수익화 블로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창작자)와는 다른 방식의 수익 모델이다. 이들이 실제 팬덤이나 영향력, 독창적인 콘텐츠 기획력을 갖췄는지의 여부는 별도의 기준과 평가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추진 시 체크해야 하는 것

기업이나 기관이 위와 같은 혼재된 개념을 인식하지 않은 채로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추진하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콘텐츠 기획력이나 진짜 영향력이 필요한 자리에 업체 홍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려는 미스매칭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기업이야 수치 보고를 해야 하니 트래픽=영향력으로 포장해서 이들을 활용하는 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관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 공인된 기관의 인증을 남용, 악용할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광고 콘텐츠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랭킹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관이 부여하는 크레디트가 오히려 이들의 상업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꼴이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인플루언서의 활용 목적이 콘텐츠 유통인지 생산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단기 이슈나 신사업 홍보를 위해서라면 검색 트래픽을 가진 매체 활용이 효과적이다. 상위 노출의 알고리즘에는 '최신 글' 여부도 중요하고,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콘텐츠를 유통할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핫플레이스 리뷰를 '많이' 해서 검색 상위에 노출되는 블로거가,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보장할  없다. 따라서 콘텐츠의 소구 집단이 명확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도출해야 하는 경우, 지난 결과물에 대한 연재 방식, 기획력, 독창성을 밀도 있게 평가해야 한다.


✔️둘째, 구태의연한 인플루언서 활용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테마를 가진 창작자를 선발해야 한다. 또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취재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기관이나 관광청에서 여행을 취재할 사람을 뽑을 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방문자 높고 여행 포스팅 비율이 높으면 콘텐츠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뽑는다. 이러면 블로거가 광고 협찬과 키워드 포스팅을 안 할 수가 없다. 돈 때문만이 아니다. 그래야 검색 유입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악순환이다.


책 <여행의 미래>에서도 서술했듯이, 영향력은 분야별 전문성과 서사가 바탕이 된다. 따라서 검색 트래픽이 높은 채널보다는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을 콘텐츠로 풀어내고 각 소구집단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는 창작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는 여행 콘텐츠의 수준이 정말 높아졌다. 캠핑/아웃도어, 꽃 여행, 친환경 여행, 웰니스 등 수많은 분야에서 전문성과 뾰족한 개성으로 승부를 보는 콘텐츠 메이커가 많아졌다. 다행히 최근 마케팅 대행업체들은 창작자 탐색의 폭을 넓히고 콘텐츠의 자율성을 높이는 추세다. 올해는 관광산업 내의 다양한 기관, 협회와 함께 소셜미디어 마케팅 관련 교육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 있다. 이 두 집단의 차이와 활용법을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데 좀 더 내용을 할애하고자 한다.


작년에 개발한, 숙박업 운영자를 위한 소셜미디어 마케팅 교육 과정은 아래 링크에.



개인이 콘텐츠로 커리어를 성장시키려고 한다면, 아래 글 '내 글은 콘텐츠일까, 검색 데이터일까?'를 참고하면 된다.



나 역시 인플루언서에 머물지 않고 커리어를 확장한 끝에 인플루언서를 심사하는 자리까지 와보니, 콘텐츠로 업을 만들려는 개인에게 무엇이 큰 걸림돌인지가 좀 더 명확하게 보인다. 수익화 블로그가 직업으로는 좀처럼 인정되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 검색 트래픽을 영향력으로 착각하면 협찬 의존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좀 더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김다영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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