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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Oct 23. 2016

여행,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문득, 타임라인이 피곤한 당신에게

SNS에 비춰진 해외여행을 꿈꾸는 청춘들

얼마 전 뜻밖의 출강 요청이 있었다. 12월에 수능이 끝난 고3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행강의를 해달라는, 공공기관의 의뢰였다. 내 강의 커리큘럼은 모두 '해외여행'을 테마로 한, 성인 대상의 강의다. 그래서 확인차 회신을 보냈다. "10대 학생의 예산이나 시간적 제약을 고려할 때,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 강의를 부탁하시는 것이 맞나요?"고 말이다. 


그랬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아이들이 여행 블로그나 SNS에 올라오는 해외여행 콘텐츠를 많이 봐요. 그래서 수능 끝나고 여행 계획하는 친구들을 위해 해외여행 강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라는 것이다. 최근에 내 SNS 타임라인을 볼 때마다 들었던, 왠지 모를 불편한 기분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들어 부쩍 내 타임라인의 여행사진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해졌다. 1020 세대의 '좋아요'와 친구 태깅으로 점철된, '이거 완전 맛있어!' 혹은 '엄청 예쁜 여행사진.jpg'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카드뉴스와 동영상 때문이다. 평소 이런 류의 사진에 부지런히 '좋아요'를 눌러대던 이들은, 해외여행만 가면 기다렸다는 듯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진을 부지런히 흉내내어 찍어 올린다. 하지만, 자신의 여행사진이 누군가의 여행을 모방했다는 건 인지조차 못할 것이 분명하다. 요즘 내 타임라인에는 부쩍, 지인들의 이런 사진이 많아져서 참 피로했다.


SNS가 여행을 꿈꾸는 청춘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특히 비현실적으로 연출된 여행 스냅사진과 영상은, 여행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된다. 물론, 그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해당 사진이 잠깐 유명해진다고 해서 딱히 당사자에게 이득될 게 없다는 뜻이다. 여행 글쓰기 수업때도 강조하지만, 블로그와 SNS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휘발성'에 있다. 블로그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축적하고 브랜딩할 수 있지만, 요즘의 소셜 미디어는 시각적으로 잠시잠깐 주목을 끄는 데 그친다. 그 찰나의 주목을 위해 온 여행을 인증샷 연출에 소비하는 일부 청춘들, 그걸 다시 모방하려는 지금의 10대가 있다. 하지만 그런 여행채널을 운영하는 주체도, 아직은 잘 모를게다. 귀신같이 돈냄새를 맡고 다가온 어른들이, 그들을 철저히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버린다는 것을.


이국에서 '가장 예쁜' 나를 과시하거나 실시간 중계하는 여행 컨텐츠를 보면서 해외여행을 꿈꾸는 10대에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이쪽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강의에 앞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번 강의를 수락하면서, '여행에서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사진을 공유할 때 생각해야 할 것

2015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 연구팀은, 페이스북을 오래 쓰는 사람은 우울감을 느끼기 쉬우며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SNS 상의 여행사진이 불쾌감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뉴스도 얼마 전 본 적이 있다. 


‘페이스북 우울증(Facebook Depression) - 페이스북 상의 타인의 모습이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인다거나 행복해 보일 때 느끼는 우울감


여행의 단순 체험이나 소비에 대한 피상적인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는, 결국 그 장면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감정적으로 소외시킬 수 있다여행은 철저히 개인의 경험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를 공유할 때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오직 나만 아는 내 경험을 남도 공감할 수 있게, 글과 사진으로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여행은 결국, 나를 좀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 중에는 때때로, 나도 모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나를 기록하고, 현지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을 잘 다듬어서 공유하면 어떨까? 비단 여행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비생활이나 연출된 풍경보다는 솔직한 나만의 생각과 관점을 '공유'한다면 서로의 공감대가 좀더 넓어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상단의 커버 사진은, 2년 전 아이패드 에어 TV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글을 쓰면서, 미국의 여행작가 쉐리 킹이 복잡한 여행지 한 복판에서 SNS에 여행을 공유하는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애플은 그녀를 통해, 여행을 공유하는 행위에 대한 하나의 시각을 제시했다. '여행은 내 삶의 관점을 바꾸어줍니다. 항상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기쁨을 느끼죠'라는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  


Traveling has changed my perspective on life.
I learn something new every time and am excited to share that experience with others.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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