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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Oct 21. 2016

여행이 일의 일부가 된다는 것

디지털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는 법

My Next Destination?

매년 2~3번, 1달 여의 긴 여행을 간다. 사실 내 일정엔 여행이라는 단어가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 100% 내 취향만으로 모든 호텔과 행선지를 정하니, 어떤 기준에서는 철저히 여행이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와 식사, 미팅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니, 단순한 여행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출장이 아니라, 철저히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여행이다. 그런데도 내가 쓰는 비용보다는 감사하게도 받는 혜택이 더 많다. 매 여행이 끝날 때마다 알찬 명함과 인맥이 쌓여가고, 강의와 콘텐츠의 퀄리티는 업그레이드된다. 물론, 모든 일정에는 수개월의 리서치와 콘셉트 연구가 선행된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목적 지향적이다.


블로그 1세대였고, 동시에 블로거를 모셔야 했던 기업 홍보담당자로 일했던 나는, 10여년 전 일찌감치 이 바닥의 생리를 깨닫고 기존과는 다른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의 콘텐츠 생산자는 국내 업체(출판사, 여행사 등)와만 협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수용 콘텐츠의 수익성은 극히 미미하다. 그 사이, 누구든 저비용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 평준화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일주 책은 넘쳐나고, 블로그와 SNS는 그보다 훨씬 많다. DSLR로 찍은 화려한 사진보다 스마트폰 동영상이 때론 더 큰 주목을 끈다. 올드미디어(신문, 잡지, 출판)의 수익모델도 그렇게 서서히 붕괴되었다. 디지털 콘텐츠가 무료로 유통되는 한국에서, 이 바닥의 생존 전략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해졌다. 


지금의 나는 감사하게도, 세계적인 여행업계의 협업 요청과 지원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무대를 한국으로 한정짓지 않고 나를 알렸던 덕분이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일하는 부류를 디지털 인플루언서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경우, 국내에서는 프로 강사로 일하고 있으니 단순히 디지털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난 내 여행을 1세대 콘텐츠의 주된 시각인 '백팩커, 방랑, 저가여행' 관점과 차별화하고자 했다. 여행을 '라이프스타일'의 여성적인 시각으로 세련되게 조명했고, 첫 저서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집필했다. 운좋게 첫 직장이 큰 화장품 회사였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던 이력 덕분에 나의 여행 콘텐츠는 문화/음악/요리/쇼핑에 관한 방대한 취향과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몇년째 꾸준히 초청받는 행사 중에는 여행업계보다 패션이나 뷰티 브랜드, 미디어 행사가 많다. 이 바닥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언어(영어)' 역시 큰 경쟁력이다. 그렇다고 영어로 미디어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업계의 협업 기준은, 매우 냉정하며 명확하다.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는가?'


전 세계의 많은 인플루언서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연예인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콘텐츠 생산자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 '매년 수천 명의 직장인과 공무원에게 자신있게 추천 여행지로 소개할 만한 곳인가?' '나만 뽑아낼 수 있는 콘텐츠가 확실히 있는가?'의 여부로 여행지를 선택한다. 단순히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선지를 정하는 일은 없다. 그렇게 결정된 다음 달의 여행지는 바로, 하와이와 상하이다. 행사 취재 초청으로 가는 김에, 여러 호텔에 머물며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하게 된다. 


 


일과 여행, 종이 한 장 차이

강의하면서 만나는 수강생이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가끔은 그런 질문을 받는다. 여행과 일이 분리가 안되면 피곤하지 않냐고. 차라리 성수기에 남들 다 갈때 휴가로 가는 게 즐겁지 않냐고 말이다. 단 한번도, 그런 비슷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식으로 내 여행을 낭비했다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누군가에겐 내 여행이 지루한 일로 보일지 몰라도, 내겐 철저히 '여행'이다. 호텔여행의 특성상 내가 즐기는 모든 걸 다 공개하자면 끝도 없다. 세계 최고의 수영장이나 레스토랑을, 그저 일로만 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남들처럼 온전히 즐기는 여행이, 내겐 다양한 보상과 커리어로 돌아오는 것이 큰 차이점일 뿐이다. 내 비즈니스를 좀더 확대하고 필요한 인맥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도 굳이 차이라면 차이점이다. 


"적당한 일로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여행에 써버리고 다시 일하고"의 반복이 아닌 것만으로도, 지금의 직업에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국내에 있을 때는 다양한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전문 강의를 하며, 여행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공유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면서, 여행도 마음껏 다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내 삶의 방식이 누구에게나 정답일 순 없겠지만, 특히 지금 20대 사회 초년생이라면 이제부터 어떻게 삶과 여행을 대하느냐에 따라 30대가 전혀 다르게 열릴 수도 있다는 건 꼭 알려주고 싶다.


p.s 내년 초에 떠나게 될, 다음 일정도 벌써 정해졌다. 그런데 내게도 너무나 놀랍고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날아와서, 다음 편에 따로 소개하기로.:) 간만에, 멀리도 간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강의/방송/세미나 요청은 강사 소개 홈페이지 에서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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