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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Oct 07. 2016

여행이 너무 좋은데, 진로가 고민돼요! (2)

여행으로 나를 찾게 된, 스무 살의 고민

8년째 운영 중인 여행 전문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에는 의외로 진로 상담이 종종 올라온다. 여행기자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행 콘텐츠 디렉터이자 강사로 전업한, 조금은 생소한 커리어 때문인 듯하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여행이 너무 좋은데, 진로가 고민돼요'를 읽고 진지하게 질문해 온 스무 살 청년의 고민,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본다. 



Q. 현재 20살이며 대학 진학은 성적이 좋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음악도 배웠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해외 인턴쉽과 선교활동을 경험한 후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싶다는 갈망과 욕구가 치솟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제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맞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고민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 최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도 않고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IT와 영어를 공부해 해외 이민을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하는 건지, 만약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Nonie Says...


이렇게 자세하게 적어주신 사연에 간절함이 느껴져서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네요. 그런데 분명한 건,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 나이에 거쳐온 고민을 현재 잘 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스무 살 때부터 거의 10년 내내, 정확하게 같은 고민을 했었지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한 가지 조언을 드린다면, 인생의 목표를 '직업'과 동일시하면, 지금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직업을 갖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여러 과정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직업을 갖는 것이 입시나 결혼처럼 '인생의 관문'으로 취급되는 탓에, 가족과 주변 지인의 눈치를 보느라 내 뜻대로 첫 방향을 정하는 게 매우 어렵죠. 만약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나면,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내가 태어나 자란 모국의 문화를 벗어나면, 세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직접 목격하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 '발견'의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앞으로의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발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닦는 훈련의 시간을, 그만큼 벌 수 있으니까요. 


20대는 그 방향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탐색하는 일이, 경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잘하고 계시니, 더 많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시길 바랄게요. 무얼 할지 모르는 게 지극히 정상인 나이인데, 왜 고민하는 지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특정 직업을 갖거나 대학을 가는 것'에 연연하지 마시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탐색'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시길 바랄게요. 여행도 그 탐색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한 제 경험은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출간 3년, 그 후'를 참고해 주세요.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인,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서 힘들어요'라는 이야기도 강의하면서 종종 듣는데요. 이 둘을 일치시키는 좋은 방법 역시, 20대를 그만큼 치열하게 탐색하며 보내는 것입니다. 소위 '한 직장에서 최소 3년은 일해야 한다'는 얘기, 신입사원 시절에 지겹게 듣지요. 그러나 이 논리에는 기업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인적자원 교육에 비용이 드니, 본전을 거둬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러분에겐 잘못된 방향의 긴 경력보다, 원하는 방향의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청소년기에 자기 탐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여행 육아, 여행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제가 3년 전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에서 소개한 '여행이 자기계발과 교육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요즘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신 것 같아요. 여행 후 뭔가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미래가 고민된다면, 그건 지극히 정상이니 계속 고민하고 탐색하세요. 이 척박한 환경에선, 아주 잘하고 계신 겁니다. 하지만 남들과 비슷한 여행을 계속 반복적이고 소비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여러분의 여행법을 점검해 보실 차례입니다. 


P.S 만약 여러분의 고민을 상담하고 싶으시다면, 제 블로그 방명록에 비밀 댓글을 남겨주세요. :) 여행 관련 진로를 고민하시거나 자기계발을 위한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을 위한 수업은, 현재 디큐브 아카데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10/22(토) 삶을 바꾸는 여행기술, 1 Day! @ 디큐브 아카데미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강의/방송/세미나 요청은 강사 소개 홈페이지 에서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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