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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Sep 02. 2016

'하고 싶은 일로 돈벌기'와 취향의 상관관계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진, 그들의 비밀

보통 마지막 수업엔 열의가 있는 소수의 학생만 남기 마련이다. 얼마전 종강날도, 회사가 끝나고 헐레벌떡 달려온 두어 명의 수강생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강의를 얼추 끝냈음에도 그녀들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뭔가 할 말이 남아있는 듯 했다. '나만 쓸 수 있는 여행 글감'을 찾아보라는 4주 내내, 끝내 나만의 여행이나 취향이 과연 있긴 했던 건지 처음으로 고민한 게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라고 소개한 여성은, 업무차 크리에이터나 작가를 만나보면 다른 세계의 삶을 산다며, 자신도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살고 싶은데 딱히 좋아하는 분야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단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주목받으며 살고 싶은 욕망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큰 젊은 직장인을, 최근 많이 만난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열렬히 탐구하고 좋아하는 힘과 열정, 딱 그 만큼의 세상을 살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열정이란 언제 어떻게 시작될까? 어떤 것을 선별하여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성향, 다른 말로 '취향'은 남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장 소유하기 어렵다. 이것은 가정교육이나 공교육 밖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능동적인 '자기 만들기'의 과정이다. 지금 30대 중반인 나의 어린 시절만 해도 취향을 갖는 건 꽤 보편적인 일이었으나, 지금의 88만원 세대에게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갖는 일은 어느새 사치가 되었다.


체감으로 느끼는 '취향'의 희소성은 갈수록 더 귀해지고 있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진 소수의 행운아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취향과 호불호가 뚜렷한 부류다. 누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벌며 잘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현실은 사회가 경제적 가치로 환원해주는 일로 자신의 삶을 교환하게끔 되어있다. 게다가 이 자리는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래서 대체할 수 없는 '남과 다른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진짜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다. 아쉽게도 지금의 교육은 개개인이 자기 강점을 찾아 내기에는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다. 그래서 취향을 키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취향이 열정이 되면 그 에너지가 나를 몰입하게 하고, 몰입의 시간이 쌓이면 한 가지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생산적인 여행은 나의 취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갖게 도와주었다. 한 기업에서 강의 중인 장면. 


이젠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된 내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공부했냐'고 말이다. 특히 영어 수업을 하고 외국 회사들과 일을 하다보니 영어에 대해 많이 묻는다. 하지만 영어 역시, '취향'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열광하든 일절 간섭하지 않고 도와주었다. 5살부터 치던 피아노를 때려치고 서태지를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를 콘서트장에 데려다 주고 엄마는 라디오 공개방송에 같이 다녔다. 중학생이 되고 미국 대중음악으로 관심을 돌린 후 내 방은 온갖 흑인음악 잡지와 비디오로 가득 찼지만, 방정리 하라는 핀잔 외엔 딱히 들은 잔소리가 없었다. 좋아하는 걸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좋아하게 된 영어는 내게 국영수 중 하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한 여러 취향 중 하나였다. 그러니 '어떻게 공부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딱히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영어를 즐기면서 잘하고 싶다면, 영미권 문화를 마음 깊이 좋아해야 한다. 근데 좋아한다는 감정은 억지로 생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머릿 속엔 이미 영어울렁증의 시초가 된 일련의 사건(내 말을 못 알아 들었거나 저쪽 말을 못 알아들었거나 등등으로 생겨난 트라우마)가 먼저 강렬하게 자리잡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 역시 여행영어 강의를 할 때는 미국의 문화나 상황을 자주 이야기한다. 문화에 대한 흥미를 가져야 생활 속에서 언어를 접하는 습관을 '진심으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공부를 쉽게 포기하는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나만의 문화적 취향을 갖고 있는지, 없다면 탐색 중인지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사회 초년생이던 10년 전,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2006/05/24 - 취향, 그 가벼운 사치를 지켜나간다는 것.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 시절엔,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스스로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단지 좋아하는 것만으론 밥먹고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처음 알게 된 때랄까.(난 글쓰기를 음악평론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주변 동기들이 고급 취향을 돈으로 사는(척 하는) 게 속물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땐 몰랐지. 취향이라는 게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간단한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좋아하는 걸 '잘하게 된다면' 그게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당시 이 글에 공감했던 주변의 음악 하시던 분들, 10년 후인 지금은 업계 언저리에서 한 자리씩들 하고 잘 살고 계시더라. 지금 좋아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열정을 절대 허투루 보내버리거나 놓지 마시길. 요즘 같은 세상에선, 어떤 분야의 '덕후'가 된다는 자체가 절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 행운이니 말이다. 


원문: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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