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Jul 29. 2016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출간 3년, 그 후

꿈과 재능이 일치하는 직업을 갖게 되다


 '여행이 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는 최근의 갭이어(Gap-year) 여행 트렌드를 바라보며 쓴 글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난' 류의 여행무용담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최근 여행의 고정비용이 크게 저렴해져서 세계일주의 장벽이 낮아진 것이 기본 전제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진짜 원인은 악화되는 노동 구조, 직장인의 현실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과 일에 큰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면, 굳이 '퇴사'와 '여행'을 연결시키는 콘텐츠가 이렇게까지 쏟아져 나올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냉혹한 현실에서, 이렇다할 진로 탐색도 없이 얻게 된 '회사원' 타이틀만을 정상으로 취급하는 사회 시스템이 낳은 서글픈 여행문화다. 


결국 한창 커리어를 쌓아야 할 나이에 세계일주를 감행한 후 경력단절자가 되어 이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공백이 길어 이전에 하던 업무와 연결성이 없는 직장을 전전하거나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린다. 방금 브런치 어느 글에선 '왜 세계일주 이후에는 꼭 책내고 여행 관련 일이나 프리랜서만 전전해야 하는가?'라는, 안정적인(?) 직장인 관점의 물음표도 발견했다. 흠. 이쯤 되니 여행 덕에 직장인 출신 프리랜서로 3년째 먹고사는 내 관점을 좀 얘기해볼까 한다. 


5년 전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집필을 시작할 당시엔, 여행 에세이 시장이 정점이었다. 해외여행 경험에 여성적 감성을 덧씌운 '위로, 힐링' 테마의 일반인 저서가 대유행이었다. 내가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과는, 많이 달랐다.

 

여행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나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투자이자 재테크다.


돈과 시간을 적잖이 들이는 것이 여행인 만큼, 나의 정체된 현재를 좀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적극적인 스탠스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취업이 절실한 20대에게는 이런 메세지가 '스펙쌓기'로 왜곡될 수 있어서 집필의 방향성이 중요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많이 다닌다고 취업에 직접 도움되는 건 없다고 본다.(경력직의 경우 오히려 안좋게 보는 곳도 많다) 여행이든 뭐든, '어떤 능력을 얻었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즉, 여행도 시간과 돈을 들이는 자기발전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비용을 들인다면 효율적 운용이 중요하다는 거다.    


5500:1 글로벌 여행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다 뿐 아니라, 대학 시절부터 일일이 세기 힘들 만큼 많은 여행 경험을 쌓아왔다. 모두 1~2명의 우승자를 선발해 해외에 보내주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피나는 경쟁을 통해 쟁취한 여행이 많았던 만큼, 그로 얻은 인사이트는 반드시 많은 이들과 공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첫번째 결과물이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고, 출간은 자연스럽게 강단에 서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대중 소통'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프리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세계의 특별한 호텔을 여행하면서, 영어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맥을 만들고 새로운 시각의 영어교육 콘텐츠를 쌓아왔다.  



2016년 6월, 모 제약회사 사내 세미나 중.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해외에선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하고 국내에서는 전국의 기업과 기관을 돌며 강의를 한다. 두 직업 모두 직장에서 쌓은 커리어와 연관이 있고, 꿈과 재능이 정확히 일치하는 일이다. 이제 수입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무엇보다 연간 2~3개월은 해외에 머문다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다. 게다가 새로운 강의와 콘텐츠를 만드려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지식기반 사업이니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 누구도 내게 이런 길을 알려주진 않았다. 하지만 이 생각 하나는 분명했다. 내가 쓴 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다. 올바른 방향의 여행을 통해 성공하는 삶도 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이 바닥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전문가 롤모델은 찾지 못했다. 개중에도 '작가'는 가장 성공율이 낮다. 여행작가가 자력생존 가능한 '직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블로그에 여러 번 쓴 바 있다. 여전히 이 언저리에 있는 여행 마니아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처럼 보인다. 목표없는 장기 여행만 고집하다 보면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긴 싫고, 딱히 자력으로 돈벌 구석은 없는 상황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책을 내더라도 평범한 여행 가이드북이나 에세이라면, 글쓰고 사진찍는 능력 외에 플러스 알파가 없다면, 그 이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행을 했다고 해서 무작정 여행 관련 일만 떠올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래 가진 경력과 강점을 여행 이후 더 좁고 깊게 계발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편이 생산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려 3천만원을 들여 2년간 세계일주를 했다는 30대 여성의 강연을 들었다. 경력단절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쨌든 재취업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토닥이는 걸 보고 갸우뚱했다. 수천 만원짜리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의 목표가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얼마나 부합하는 지는 과연 따져보고 설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여행을 통해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렇듯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의 직장인이 여행을 속편하게 휴양과 셀프-위로 용도로만 써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의를 하며 만난 수강생 중엔 여행을 통해 생산적으로 삶이 달라진 케이스가 많아서 적잖이 놀라곤 한다. 직장에서 쌓은 전문분야를 테마로 여행을 하고 귀국해서 관련 회사를 창업한 분도 있다. 또 아예 세계일주를 가기 전에 내 수업을 찾아와 출간기획과 커리어 설계를 하고, 여행 이후 원하는 곳으로 이직한 분도 있다. 지난 3년간 여행 출판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젠 내 책처럼 실용적인 여행을 주제로 한 비즈니스 여행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책에 담은 주된 메세지인 '나를 바꾸는 여행법'을 일상처럼 강의하고 다니는 요즘은, 저 책이 너무 세상에 일찍 나왔던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여행법에 공감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여행과 함께 찾는 날이 올 때까지, 지금보다 더 바빠져도 즐거울 것 같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