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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ug 01. 2016

현지인의 영어가 잘 안 들려요!

여행영어 수업에서 마주한, 진짜 영어 고민

지난주, 일산 아람누리 문예 아카데미의 여름학기가 모두 끝났다. '스마트한 여행의 기술' 6주 강좌의 마지막 주제는 '여행영어'다. 원래 내 여행영어 수업은 마이크임팩트 등 다른 아카데미에선 엄연히 3~4주짜리 정규 코스지만, 여행법 수업에서는 맛보기로 1주만 편성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영어수업에 대한 관심도나 참여가 평소 여행강의 때보다 훨씬 높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나이 지긋하신 여성분이, 고민이 있다며 급히 다가왔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수년째 매일 아침마다 영어뉴스를 들으신단다. 그런데 한국에 방문한 미국인 손님을 대접할 일이 있었는데, '정말, 단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다'며 크게 좌절했다고 털어놓았다. 몇 년 동안 공부를 했는데 이렇게 듣기가 어려울 수가 있냐는 것이다. '말하기'에 대한 고민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듣기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말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일단 상대방 말을 제대로 알아들어야 그에 대한 답변이나 질문을 할 것이 아닌가. 왜 오랫동안 영어방송을 들어도, 귀는 그렇게 쉽게 '트이지' 않는 것일까. 



30년 경력 영어전문가의 에세이를 우연히 읽으면서, 평소 생각하던 지점과 비슷한 대목을 발견했다. 우리는 영어를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으로 구분하지만, 언어라는 게 그렇게 분리되기 힘든 종합 패키지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회화가 전제되지 않은 다른 공부는, 아무리 해도 실력 향상이 힘들다는 것. 언어는 문화와 큰 연관이 있고, 같은 단어도 뉘앙스에 따라 달리 쓰이는데 이를 제대로 말할 수 있어야 글로 옮길 수 있고, 또 알아들을 수 있다. 이 생각도 동의하는데, 듣기가 나아지지 않는 더 세밀한 요인은 '발음' 때문이라고 본다. 


영어뉴스를 듣더라도, 올바른 현지인 발음을 알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된다. 특히 미국 영어의 경우 연음이 심하고 속도가 빠르다. 영어를 공부하는 당사자가 얼마나 올바른 발음을 습득했는가에 따라, 특정 어휘를 알아듣는 능력도 좌우된다. 그래서 마구잡이 한국식 발음이라도 말문만 트이면 된다는(그렇게 쉽게 트일 리도 없지만) 한국의 초보 회화 과정은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그러한 한국 영어교육의 안타까움이 절절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저 책은 제목과는 달리,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보다 영어교육을 하는 사람이 읽어야 할 내용이 많다)


영미권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 고민이라면, 말하기와 듣기를 같이 묶어서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역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교재는 영상물이다. 하지만 액션과 스토리 위주의 미드는 한글 자막만 보고 끝내면 수 백 편을 봐도 영어가 시원하게 뚫릴 길은 요원하다는 것. 생활 회화가 많이 등장하는 단순한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를 한영 자막으로 번갈아 보고 따라하면 큰 도움이 된다. 잘 안 들리는 단어나 문장은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큰 소리로 따라 하되, 한국어로는 옮겨지지 않는 특유의 발음을 귀에 꽃아 넣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영어를 읽는 속도나 영어 특유의 악센트가 어느 정도 훈련되지 않으면, 긴 문장은 잘 들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듣기'는 입으로 말하는 능력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0여년 전 한 어학원의 CNN 고급영어 반에 다닐 때 훈련한 발음공부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behind, believe같은 단어부터 제대로 발음할 줄 알아야 현지 영어가 들린다고. 아마 영어좀 공부한 이들은 어떤 부분이 포인트인지 잘 아시리라. 첫 모음은 거의 소리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식 발음만 알고 가면, 현지에선 제대로 들리는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은, 글로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이것이 여행영어 회화 책이 여름마다 불티나게 팔려도, 정작 현장에서 펼쳐서 써먹을 수는 없는 이유다. 일단 여행회화 책에 나오는 한국식 발음 표기가 너무 심하게 잘못된 데다, 대부분의 표현이 현지에서 받는 질문이지 우리가 말하는 답변 위주가 아니다. 입국심사 등 특정 상황에서는 그 답변 하나하나가 너무나 중요한데, 이건 영어전문가라 해서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도 아니다. 게다가 책에 나온 질문을 실제로 받았다 해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직접 가르쳐보니, 생각보다 여행영어 콘텐츠는 그리 만만한 분야가 아니더라. 


어쨌든, 우리는 영미권 여행도 자유롭게 떠나고 싶고, 현지인과 좀더 자신있게 대화도 나누고 싶고, 컴플레인할 일이 생겼을때 망설임없이 나의 요구사항을 얘기하고 싶다. 그렇다면 말하기와 듣기는 같이 공부하자. 알아 들어야 반박할 수 있고, 또 말을 해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정복이 불가능하다면, 흉내라도 잘 내보자. 좀더 편안하고 즐거워져야 마땅할, 앞으로의 해외여행을 위해서.:)


관련 글 : 여행과 영어의 상관관계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




종각 마이크임팩트 스쿨에서 진행중인 여행영어, 여름 한정으로 강남역에서 저녁반 접수 중. 서두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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