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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l 27. 2018

독자에서 생산자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

읽고만 있다면, 뭐라도 써봐요 우리.

블로그와 브런치의 오랜 독자가 수강생이 되어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은 종종 안부를 전해온다.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주도적인 삶을 세팅하고 나아가는 그들의 소식을 접하다 보면 '청출어람'이란 옛 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사실 내가 하는 역할은 그저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작은 플랫폼일 뿐이다. 여행 커리어 워크숍이나 글쓰기 수업을 거쳐간 이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브런치에서 하나의 캐릭터 아래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11년간 운영해온 여행 블로그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독자와 반응을 얻게 되었다. 검색으로 우연히 들어오는 '트래픽'과 달리, 내 글을 지속적으로 구독하는 양질의 '독자'와 소통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내 메시지의 방향도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듬을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일방적인 ‘미디어식’ 글쓰기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강의나 워크숍에 가장 먼저 참여하는 이들 역시 ‘적극적 독자층’이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처음에는 소극적인 독자였지만, 스스로 삶의 변화를 원하는 절실함이 더해지면 청중이나 수강생으로 한 발짝 가까워진다. 물론 이러한 '독자 to 수강생'은 블로그에서도 꾸준히 있었지만, 브런치를 매개로 만나는 독자들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나의 콘텐츠(결과물)보다는 삶의 태도(과정)를 지지하거나 닮고 싶은 이들과의 새로운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수업을 통해 변화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거대한 변화를 빨리 얻겠다는 헛된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업을 신청하고 수강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향해 조금 더 노력한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 메시지였다. 그렇게 서서히 조금씩 바꾸어간 삶의 태도가, 결국 이들의 직업이나 강점을 변화시켰다.



#1.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오래전에 개인 클래스로 열었던 여행작가 수업이었다. 남미 일주를 앞두고 '여행을 기록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수업을 찾았다는 그는,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블로그를 운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숙제로 써온 에세이를 읽어보니 제법 글을 기발하게 잘 썼다. 지속적으로 글을 써보라고 격려했지만, 글쓰기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건 적잖이 어려워했다.

그렇게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그는 어느 날 '여행 커리어 워크숍'을 다시 찾았다.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가 여행 간다며 퇴사했던 그가, 이제는 창업을 준비한단다. 아무래도 커리어의 대전환을 겪으며 생각을 찬찬히 정리하고 싶었던 듯했다. 그렇게 진로 설계를 깊게 고민하고 창업 아이템을 가다듬던 그를 1~2년 뒤 다시 만난 곳은, 뜬금없는 한 아트페어 전시장이었다. 그가 건넨 유인물에는 ‘그림을 정기구독하는 서비스’라고 씌여있다. 와, 신박하다.



'핀즐'은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매거진과 A1 사이즈 아트워크를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핀즐 이전에도 아트 큐레이션 플랫폼은 있었고 지금도 비슷한 정기구독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핀즐은 일찌감치 구축한 국내외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저변을 늘려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콘텐츠 생산보다 플랫폼이라는 큰 그림으로 시선을 옮기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자신의 강점을 찾기 위한 여러 시도를 거치면서, 창업을 통해 최적의 포지션을 찾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2

글쓰기 수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출판 쪽에서도 종종 소식을 많이 듣는다. 내 여행작가 수업에 오기 전 이미 출간 제안을 받았고, 프리미엄 글쓰기(심화 과정)를 수강하며 원고를 다듬었던 엄지 님의 첫 책 '수고했어 오늘도'는 3쇄 이상 팔리며 여행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매끈하고 수려한 글이 아닌, 서투르고 부족해도 말하듯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녀의 글과 사진은 블로그와 포스트에서부터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여전히 직장인과 블로거이지만 작가 타이틀까지 얻게 된 그녀는, 이제 수많은 네이버 여행 블로거에게 되려 블로그 운영 멘토링을 하고 있다.





서점 다시북스에 무려 '4차 입고'된 시집, 9월이 되면 깍지를 끼고 걷자 자세히 보기 (클릭)


'선생님! 저에요'


#3

지난 5월 서울역에서 열린 독립출판 마켓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혼자 재미지게 구경하던 토요일 오후였다. (후기는 '퍼블리셔스 테이블 참관기 & 콘텐츠로 먹고 살기' 에 정리) 갑자기 뒤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여행 커리어 워크숍 4기 마지막 날 내게 손글씨 엽서를 준 지윤 님이다.

'서른이 되도록 해온 게 없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었다'던 그녀는, 사실 독립출판 수업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자기만의 책을 준비해온 예비 저자였다. 그녀는 용감하게도 출판사나 서점 부스에 책을 얹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단독 부스를 차렸다. 직장인이다 보니 금토일 행사를 다 나올 수 없어서, 주말에만 부스 출점을 하기로 했단다. 아마도 커리어 워크숍에서 스스로 했던 다짐을, 결심으로 바꾼 듯했다. '직장인 시인'으로 데뷔를 마친 그 용기가, 너무 부럽고 대견할 뿐이다.



예술을 전공했지만 결국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크게 갈등하다가 커리어 워크숍을 찾은 분도, 며칠 전 유럽의 예술학교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물론, 될 사람은 어떻게든 된다. 나는 그 어떤 대단한 진로 컨설팅이나 워크숍도, 누군가를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타인보다도 우리 스스로를 잘 모른다. 또한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다. 강점은 어떻게 찾아야 하냐고 말이다. 고민을 실행으로 옮긴다면 오래 묵혀 두었던 마음속 갈증이 생각보다 쉽게 해소된다는 사실을, 나는 내 수강생들에게서 배운다.


그러니까, 그동안 읽고만 있었다면 말이죠.

뭐라도 써봐요 우리.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7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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