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0일 일요일
일기를 쓰기로 했다. 결심이 잦고 변덕을 밥 먹듯이 부리는 내가 이걸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마는. 나는 스스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20대를 9년 동안 살며 깨달은 건, 나라는 사람은 삶에 대해 대단히 열광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그 열정에 비하여 누군가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게 서툴다는 것이다. 대상 불문 쉽게 매료되며 깊이 공감을 나누고 싶어 하지만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걸 매번 실패해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살은 안 하겠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그 와중에 이렇게나 삶을 사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특별한 하루를 보내길 열망하고 내가 보내는 시간이 의미 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것이 때론 과한 강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삶으로부터 완벽한 행복을 얻어 내기 위해 혈안 된 나는 그러지 못할까 봐 모든 순간 불안하고 초조하다. 타이밍이 어긋날 때 쉽게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어떻게든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것들'로 욱여넣으려 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공감의 세계'는 나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쳇바퀴 속을 허겁지겁 달리는 햄스터처럼, 머릿속에 그려놓은 뚜렷한 행복에 대한 이미지와 갈증, 배신의 구조는 여태까지의 내 삶을 간략화한 형태이다. 결론적으로 나란 인간은 좀 더 현실 그대로를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이것조차 세세히 분석하고 있는 게 웃프지만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글로 옮겨보았으니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나아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슬로건이 요즘 왜 잘 먹히는지 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