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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이 왜 많이 나왔을까?

어딘가에서 전기가 줄줄 새고 있나.

by 누리

"화장실 다 썼으면 불 꺼!"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덕분에 지금도 화장실 불은 잘 끄고 다닌다. 이제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불도 잘 안 켠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왜 이렇게 어둡게 해 놓고 살아. 노총각인 거 티 내냐. 더 외로워 보여 인마"라며 핀잔을 준다. 갑자기 노총각은 왜? 어두운 것과 늦게까지 결혼 안 한 게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취를 오래 하니 자연스레 절약이 몸에 익었다. 그렇다고 천장에 굴비를 매달아 두고 밥 먹을 때마다 쳐다보는 건 아니고. 안 쓰는 콘센트는 적당히 빼두는 정도다. 그래도 집은 따뜻한 편이다. 난방비 아끼려다가 병원비로 더 많이 나가는 걸 여러 번 경험하고 데우기로 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전기 요즘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유독 여름이 그렇다. 전력소모가 많은 에어컨을 틀기 때문에 명세서를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부터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괜히 집안을 둘러본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전기를 잡아먹는 주범이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멀티탭에 꽂아둔 전자기기들이 대기전력을 계속 먹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면 냉장고 문을 너무 자주 열었나? 하지만 결국 결론은 늘 같다. "컴퓨터를 많이 해서 그래" 그렇다고 글 쓰는 일을 안 할 순 없으니, 다른 데서 소비를 줄이게 된다.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파는 일도 잦아졌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재미없게 사는 거 아닌가.


불 끄는 습관 하나로 아버지한테 배운 게 많다. 아껴 쓰는 게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더 신경 쓰게 되는 과정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불 좀 꺼라"라고 말할 날이 오겠지.


혹시 이번 달에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왔다면? 알게 모르게 전력이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콘센트 사용 방식에 변화를 주자. 전기요금이 눈에 띄게 감소할 거다.


steve-johnson-WkJPu3rEeJE-unsplash.jpg Unsplash의 Steve Johnson



대기전력 제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둔 상태에서는 전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소량의 전기가 소비된다. 이를 대기전력(Standby Power)이라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이 대기전력이 전체 가정 전력 소비의 약 5~10%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기전력을 차단하기 위해 전력 차단 멀티탭을 사용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플러그는 뽑아두는 게 좋다. 실제로 한 달 동안 이렇게 절약한 가구는 약 20%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충전기 플러그는 사용 후 반드시 제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아둔 채 방치하면 미미하지만 지속적으로 전력이 소비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충전이 완료된 후에는 플러그를 뽑는 게 좋다.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 따르면 이러한 습관만으로도 연간 약 10달러 이상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충전 습관 개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밤새 충전기에 꼽아두는 건 지양하자. 충전이 완료된 후에도 전력이 계속 소비되고 배터리 수명에도 좋지 않다.


멀티탭 접근성 높이기

멀티탭을 바닥에 두면 먼지가 쌓여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벽면에 부착하거나 책상 위에 올려놓자. 이렇게 손에 닿는 곳에 두면 사용 후 전원을 차단하는 습관을 들이기 쉽다.


jerry-wang-oc7Ff4lUP6g-unsplash.jpg Unsplash의 Jerry Wang


빈 방의 콘센트 정리

사용하지 않는 방의 콘센트에서도 대기전력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자. 화재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가전제품 배치 방법

냉장고와 벽 사이의 적절한 간격은 열 방출과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벽에서 최소 10cm 이상 떨어뜨려 배치하면 열 방출이 원활해져 냉장고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TV나 컴퓨터처럼 열을 많이 내는 기기도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설치하자.


조명 기기 교체

형광등이나 백열등을 LED 전구로 교체하자.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LED 전구는 기존 백열등 대비 약 80% 적은 전력을 소비하며, 수명 또한 길다.


스마트 플러그의 활용

세상 참 좋아졌다. 스마트 플러그로 특정 시간대에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켤 수 있다. 외출 중 불필요한 전기 소비를 방지하는 데 유용하며,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스마트 플러그는 연구에 따라 전력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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