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평생을 한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반대로 평생을 어떻게 떠돌면서 살 수 있을까?
그러니까 평생 머물 곳을 어떻게 쉽게 정할 수 있을까?
작년 여름 서촌에 한 소품샵에서 우연히 본 책 속에 쓰여있던 구절이다.
그러게.
‘평생’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모든 선택은 유난히 무겁고 진지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들 어디에서 살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었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거든"
짧고 간단한 대답 속에, 그가 거기 머무는 이유가 모두 담겨 있었다.
대학교 시절,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동생은
여전히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머물고 있었다.
"조카가 너무 예쁜데, 조카가 이 근처에 살거든요"
그 말에는 설명을 넘어서는 애정 같은 것이 묻어났다.
한국을 좋아하던 삿포로 출신의 일본인 친구는 지금 후쿠오카에 살고 있었다.
"삿포로보다 후쿠오카가 한국에 더 가까워서요.
한국 자주 가려고 후쿠오카로 이사 왔어요"
모두 제각각 다른 대답이었지만,
하나같이 자기 삶에 꼭 맞는 이유들이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머물 곳을 정하는 일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머물 곳을 찾는다는 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래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평생 머물 곳이라는 건, 결국 ‘나’를 잘 들여다보는 일이구나.
그러고 보니,
어릴 적부터 흰 눈을 좋아하던 나는,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을 유독 사랑하는 나는,
나는 지금
일 년 중 겨울이 가장 긴 도시 삿포로에 살고 있다.
이제 겨울이 오면, 나는 더 이상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