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디어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우주 엘리베이터인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원리를 낱낱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발표된 건 1979년이고, 당시로서는 물론 지금도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는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은 데다가 소설의 이야기 전개 방식도 다분히 낯설다. 단, 이 작품의 묘미가 인물이나 배경보다 발상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은 짚어두어야겠다. 물론 우주 엘리베이터의 발상에만 매달리면 후반부에서 일어나는 구출극의 서스펜스를 충분히 즐기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 책의 5부에서 다소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서스펜스는 그전까지 산만하게 서술되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역학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했을 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구 표면과 고도 36,000Km 상공의 정지궤도를 오가는 초대형 엘리베이터다.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이 들어갈 테지만, 만들기만 하면 이후 우주로 가는 화물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우주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정도의 화물을 로켓으로 운반하려면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대략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의 비용으로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도 1Km가 채 안 되는데, 36,000Km짜리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만든다는 말인가.
우선 지구의 원심력을 견뎌내기 위해 승강기가 오가는 노선은 극도로 강하고 안정적이며 저렴하기까지 한 ‘끈Tether’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물질로 다이아몬드 수준의 탄소 섬유를 제시하지만 알려진 바 이조차도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다. 물론 조건에 맞는 36,000Km짜리 끈을 어찌어찌 만든다고 해도 갈길은 여전히 멀다. 이 무시무시한 끈을 지표면에서 궤도로 쏘아 올릴지 아니면 궤도 위성에서 지구로 늘어뜨릴지 결정해야 하고, 지구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한 '평형추Counterweight'를 정지궤도에 어떻게 올릴지, 승강기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 등에 대해 기술적으로 완벽한 답변이 선행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의 위치는 적도상에 위치하면서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며, 가능하면 산꼭대기 고원에 있어야 한다. 시설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지구적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은 첫 시도로 완벽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그렇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은 불가능하며, 수십 년 안에 건설될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연구는 각국 기관에서 투자 지원 하에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드시 공학자나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이 개념에 매료되어 진지하게 연구하는 이들도 많다. 이제 우주 엘리베이터는 장르 애호가들에게 SF 규칙의 하나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아서 클라크 이후 수많은 SF 작가들에 의해 굴리고 다듬어지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아서 클라크가 이 개념을 처음 고안한 것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그는 『낙원의 샘』을 통해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요구되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문제의 대부분을 언급했고, 그만큼 매력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다루는 당대와 후대의 창작자들은 모두 그가 만든 밑그림 위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