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현실 이야기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2020

by 달리

이미예 작가의 첫 작품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20년 7월에 1쇄를 발행하여 6개월 만에 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기록적인 작품이다. 등단은 물론, 공모전에 응모한 경험도 전무한 신예 작가가 서점가를 강타한 것이다. 그 자신의 작품만큼이나 판타스틱한 사건이다.


처음부터 이 정도의 성공을 겨냥하여 쓴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결론적으로 작품은 초대박이 났다. 이제 많은 무명작가들이 이미예 식의 성공을 꿈꾼다. 문학이나 창작을 전공하지 않아도, 신춘문예에서 당선하지 않아도, 등단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기만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꿈같은 현실. 하지만 그건 특별히 새로운 현상이라 할 게 없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에 매력을 더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예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수백 편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정밀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국판 ㅇㅇㅇ' 식의 수식어가 갖는 남루함을 적당히 참아 넘기면, 이미예 작가가 '한국판 조앤 롤링'이라는 별명을 얻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쇼핑 거리 '다이애건 앨리'를 닮았다. 사람들은 잠에 빠져 꿈에 들기 전 꿈 백화점에 방문해서 원하는 꿈을 사갈 수 있다. 구입한 꿈을 꾸고 난 뒤 찾아온 감정의 일부는 비용으로 지불되며, 잠에서 깨면 꿈 백화점에 방문했던 사실은 의식에서 지워진다. 그러니까 꿈 백화점은 현실과 꿈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초현실 공간이면서 꿈나라에 입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런던과 호그와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입학 전에 꼭 들러야 하는 다이애건 앨리가 떠오르는 건 무리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어딘가엔 정말로 이런 초현실 공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도 둘은 닮아있다.


작가는 이야기의 핵심 장치인 꿈 백화점을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꿈에 대해 가질 법한 가벼운 질문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사람들은 꿈 백화점에 들러 저마다 필요한 꿈을 주문하고, 이 꿈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짝사랑 상대나 옛 연인이 등장하는 꿈에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는 꿈, 그밖에 예지몽, 악몽, 현몽, 자각몽 등 여러 종류의 꿈을 에피소드 삼아 작가는 개연성 있는 판타지를 차려놓는다. 꿈은 비논리적이지만 그 안에서 모티브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들의 삶에는 왠지 모를 강한 설득력이 있다.


꿈 백화점의 세계관에는 '꿈 제작자'라는 매력적인 직군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역시 자연스럽게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2015)의 꿈 제작소를 연상시킨다. 차이점이라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 제작자들이 그 세계에서 높은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셀럽으로 묘사된다는 점인데, 그러다 보니 이들 캐릭터에도 각자 개성 넘치는 이름과 생동감이 부여된다. 주인공 페니가 전설적인 꿈 제작자들에게 품고 있는 동경은 이 작품의 톤을 한층 매력적으로 부각시킨다. 아가냅 코코, 킥 슬럼버, 와와 슬립랜드, 야스누즈 오트라 등 일류 꿈 제작자들은 <해리포터> 식으로 보자면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레번클로, 슬리데린 정도의 네임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속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마도 이들의 전사(前史)는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꿈과 현실의 관계, 삶에서 꿈과 휴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같이 현대인의 삶에서 과학적, 철학적으로 유의미한 고민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한다. 당연하고 합리적인 기존의 상식을 한 번 더 확인시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낭만적인 꿈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한 번쯤 되새겨봄직한 잠언이다. 요컨대 우리는 꿈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는가. 꿈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동력인가, 아니면 방해물인가. 꿈과 현실이 만나는 접점은 어디쯤일까. 당장 무겁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처럼 기억에 남는 꿈에서 깼을 때 가끔 떠올려보면 좋을 질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