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인데도 읽다가 몇 번이나 웃었습니다. 내용을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이해하지 않아도 웃긴 건 웃긴 거죠. 농담에 대한 불문율 중 하나는 이게 왜 웃긴지 설명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수준 높은 유머의 핵심은 종종 시크함에 있으니까요.
작가는 타고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억지 부리지 않으면서 적당히 매력적으로 쓰는 데 필요한 균형감각을 그냥 갖고 있는 사람 같아요. 물론 다른 작품도 더 읽어봐야겠지만요. 저는 이 이야기가 완전히 제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건 작품을 독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 훌륭하게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으면 한 번 읽어보세요"하고 툭 놓고 간 듯한 작품인데 웃기기까지 하거든요. (쉽게 쓴 작품일 거란 얘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그건 제가 말할 수 없는 영역이지요.)
스토리텔링은 두 해설자의 체스 경기 중계로만 이루어집니다. 이들의 실제 역할은 코미디 듀오예요. 애벗과 코스텔로처럼요. 경기의 시작과 끝이 곧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데 평범한 체스 경기는 아닙니다. 체스를 잘 몰라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체스 애호가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론 이 작품에서 체스는 요리로 치면 프라이팬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중요한 도구이긴 하지만 <퀸스 갬빗>(2020)처럼 현실의 체스를 요리의 핵심 재료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아요. 프라이팬에는 온갖 재료가 희한한 조합으로 담겨 있고 그래서 더 개성 있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