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onbusin Mar 19. 2018

아주 약간의 변화

iori 브랜드 구매일기

각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라도 각도가 다르다면 결국 도착하는 방향은 전혀 다른 지점이 될 것이다. 요즘 내 삶의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이십 대인 지금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내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건대, 인간이란 본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어떤 것이 없어져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 의 경우 마치 형상기억 합금처럼, 혹은 뒷걸음질 쳐서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는 거북이처럼 어물어물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나 반대로 ‘딱히 달라지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희한하게 사람은 달라진다. 이상한 얘기지만.   



무라카미하루키의 책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에서 좋아하는 구절이다. 새해가 되면 으레 하는 다짐들처럼 내일부터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다짐을 해도 크게 달라진 기억이 없다. 올해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거야, 올해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점수를 만들 거야, 올해는 -.

그래서 올해의 나는 크게 변화진 않더라도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나에게 말했다. 잘 할 필요 없다. 열심히 할 필요 없다.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 없다. 그냥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한 가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2018년도 벌써 3달이 지나간다. 지금 내 삶에 큰 변화는 없다. 크게 돈을 잘 벌고 있다거나,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나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나이기에 느낄 수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낀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올해 들어서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하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욕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에 중점을 두고 그날 식이조절에 실패했을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간다. 그렇게 헬스장을 가면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느덧 열심히 땀을 흘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들고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생겼다.  책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독서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 출퇴근이 한 시간 이상이라 책을 들고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게 된다. 폰을 보며 sns을 하거나 멍하니 음악을 듣는 시간이 줄어들고 한 달에 최소 네 권은 책을 읽게 되었다.


@회사 책상


그 변화에 한몫을 더한 건 타월이다. 타월은 일본 출장 때 보스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iori'라는 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타월이다. 송월 타월이 내가 알고 있는 타월 중에 가장 좋은 타월이었던 내게 이오리 타월은 신세계였다. 시코쿠 출장을 가서 우연히 만난 이 브랜드는 '면'을 다루는 업계에서 최고였다. 타월뿐만 아니라 머플러, 숄, 손수건, 생리대, 수면안대, 아기 옷 등 다양한 형태로 면을 다루는데 선수였다. 면으로 만든 제품으로만 플래그쉽 스토어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멋졌다. 우리나라의 송월타월도 이렇게 브랜딩 하면 재밌지 않을까 새삼 부러웠다.


보스로부터 선물 받은 타월은 내가 구매하기 약간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금액 자체가 비싼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수건의 적정 가격보다 높았던것이다. 만약 선물 받지 않았다면 구매 때 고민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보스는 네이비, 나는 미색을 구매했는데 미색이 굉장히 매력 있었다. 완전 화이트였다면 식상했을 수도 있지만 은은한 미색에 빨간색 실로 박음질이 되어있어 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고 깨끗한 수건이라는 이미지에 부합되어 좋았다.


@회사에서 사용하고있는 타월

타월을 회사에 자리에 가져놓고 사용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쓸 때마다 기분이 좋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 타월이긴 하지만 핸드타월로 사용하고 있는데 수건을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 건 화장실을 다녀와 손을 씻고 나서 갈 길 잃은 손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지점이 생겨서이다. 개인적인 성향상,일회용품을 사용할 때마다 마음속에 가라앉아있는 부유물을 휘젓는 마냥 죄책감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는데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뿌듯함이 쌓이는듯했다. 또한 손을 닦을 때 휴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촉감 때문에 기분이 편안해졌다.


아주 약간의 변화, 질 좋은 수건을 한 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품격과 만족이 살짝 올라간다. 덩달아 스스로가 소중해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 이런 게 진정한 생활명품이 아닐까.





당신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글 쓰는데 힘이 되더라고요.

www.marblerocket.c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