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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의 반딧불이 Jan 14. 2024

"스피치는 공연예술이다." 신유아 저, 스피치 도서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연합뉴스, 「"드디어 함께 학사모를"…대학가 곳곳서 대면 졸업식 준비 한창」.


 대졸과 고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글쓴다는 잉간이 초장부터 대졸고졸 얘기라니 미친 거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학교 다닐 적에 어느 교수님께서 강의 전 워밍업으로 이 주제로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대졸과 고졸의 차이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라고 합니다.



 학문적 식견이나 통찰력 같은 게 아니라 참 의외죠? 



 이런 결론이 나온 이유는 기준이 사회의 기대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어느 대학을 나왔건 간에, 회사는 대졸자 이력을 보면 항상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졸자라면 적어도 자기 프레젠테이션의 얼개를 짤 줄 알고, PPT는 물론이고, 남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잘 말하는. 그런 능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야, 이 놈 대학물 제대로 먹은 놈이구나",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고졸이어도 프레젠테이션을 잘 한다면 그 사람은 대졸자만큼의 능력을 가진 것이고, 대졸자임에도 프레젠테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어느 대학을 나왔건 졸업장을 자랑할 수 없는 것이니, 항상 스피치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좀 더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피치 못하는 잉간은 대학 헛나왔다는 얘기가 되겠으요.



 어쨌든.



 시작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오늘 소개할 책이 스피치 도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은 도서는 『스펙보다 스피치이다(2017)』. 



 저자는 신유아라는 방송인입니다.



 당연히 경력도 빠방합니다.


 


 SBS 생방송투데이


 SBS 모닝와이드


 SBS 찾아라! 녹색황금


 KBS 6시 내고향


 KBS 네트워크 


 OBS 생방송OBS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


 NATV 국회방송 생방송여의도 저널


  


 대충 요약하면 석식 시간에 식당 TV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이고, 의무교육기간보다 방송밥 먹은 기간이 더욱 긴 프로 방송인이라 할 수 있겠으요.



 방송인이 쓴 책 치고는 다른 동료 방송인의 썰 같은 게 전혀 없는데, 이것은 아마 지금도 방송밥을 먹고 있거나, 아직도 동료 방송인과 연을 꽤 깊게 맺었거나 둘 중 하나라는 소리겠지요.



 경험상, 이렇게 책에서 썰을 안 푸는 사람들은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이나 주변 몇 사람에게만 썰을 푸는 사람이니, 이런 사람의 책에서 주변 방송인 썰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접는 게 좋겠으요. 아마 나중에 책 낸 책에도 그런 썰 같은 건 없을 겁니다.



 어쨌든.


  




 대강 훑어보면 책 내용은 여타 스피치 책과 다를 게 없어보이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내용이 좀 다릅니다.



 보통, 스피치 강습 도서라고 한다면, 좋은 발성을 내는 법과 연습법이나, 스피치 소재를 얻는 법에 치중합니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하기도 하고요. 뭐든지 기본은 갖추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도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촛불을 이용해 강연장을 마치 하나의 무대처럼, 장치를 쓰는 무대처럼 연출한 바와 같이, 강연 자리에서 쓸 수 있는 연출의 예시를 소개하기도 하는 게 제일 특징적이고, 다른 팁도 뭔가 다른 스피치 도서와 비슷하긴 하지만 어째 방향성이 좀 다릅니다.




 '강조하려는 연출 상의 목적이 아닌 이상, 스피치에 소리의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손을 계속 움직여주는 등. 제스처를 꾸준히 넣어주어라.'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성격이 그렇지 않다면 성격을 연기하라.'


 '액션에 상응하는 리액션이 항상 있어줘야 한다.'


 '같이 있는 자리에선 상대방의 말을 함부로 끊지 마라.'


 



 방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말들이 참 익숙할 겁니다.


 왜냐하면 늘상 방송인들이 하는 말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니까요.




 '사운드 비게 하지 마라.'


 '네가 만드는 건 영상이지, 사진이 아니다.'


 '뭔 장례식이냐? 음악도 좀 넣고 그래라.'




 그렇습니다. 공연 예술이나 스피치나 목적은 똑같습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채널 돌리고 싶게 만들게 해선 안 된다. 강연자는 계속 청중의 주의를 끌어야만 합니다. 그런 즉,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피치는 공연 예술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말에 공백이 생기면 청중이 지루하게 느낍니다. 주의를 잃습니다.



 계속 움직임을 주는 것도, 눈 앞의 광경이 정지 화상에 가까우면 보는 사람이 지루하게 느끼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맞장구 잘 치고, 리액션 잘 해주는 것도 실은 같은 맥락.


 


 어떻게 보면 방송인이니 스피치도 정말 방송처럼 접근했다고도 볼 수 있겠으요.



 그런데 참 맞는 말이거든요. 강연하는 사람이 청중을 지루하게 한다면, 청중은 텔레비전이 아닌데도 자꾸 채널을 돌리고 싶어할 겁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죠.



 콘텐츠 자체가 평범하기 그지 없어도, 그러한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평범한 것에도 사람들의 주의를 두게 만드는 기술. 그것이 바로 스피치 기술입니다.


  




 이 책에서 또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면, 현장 스피치입니다. 즉, 즉흥적인 임기응변에 대해서도 분량을 할애합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경력이 경력이다 보니 그 중요성을 몸소 느끼기도 했겠지만, 임기응변 잘 해서 채우라는 게 실은 그겁니다.



 '분량을 뽑아줘야 할 상대방이 잘 못 뽑아내서 사운드나 화면 비면 인터뷰어가 뭐라도 해서 빨리 채워줘야 한다.'



 그렇습니다. 방송인들 늘상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얘기를 굳이 하는 건, 방송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스피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 나와 합을 맞춰야 하는 사람이 실수하거나 얼타거나 해서 망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나라도 뭔가 해서 재빨리 채워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프로. 그것이 바로 성공한 스피치 기술자라는 것.




 


 즉, 모든 스피치 상황은 일종의 공연이고, 방송이라는 것. 항상 그 점을 명심하면서 스피치 상황에서 주연이 되라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비록 스피치가 아닌 책을 소개하는 글이었지만, 이 글도 꽤나 괜찮은 공연이었을 겁니다.



 제가 글이라는 배역에서 제 공연을 잘 해냈습니까? 그렇다면 박수를 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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