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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할머니 Aug 20. 2024

환상적인 라벤더꽃밭-발랑솔

2024. 06. 26~06. 30

6월 26일

   열흘간 같이 지낸 친구가 떠나는 날.

30분밖에 안 걸리는 마르세이유공항이지만 요즘 차에 자꾸 점검 메시지가 떠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했다.

이른 아침이라 식사는 못하고, 공항에서 먹으라고 빵과 납작 복숭아, 체리를 싸 보냈다. 경험상 공항에서 지루한 시간에 먹는 과일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상큼한 맛이다. 마르세이유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항은 없고 파리에서 갈아타야 한다.

마르세이유공항이 리노베이션공사를 하고 있어서, 도착하는 건물 공사장 분위기였는데  출발하는 건물은 다행히 공사가 끝나 깔끔하다.

프랑스 제2의 도시라지만 공항은 자그마하고, 이용객도 별로 없어 한산하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공항을 나서는데 문제가 생겼다. 여기 주차장은 30분 동안은 주차비가 무료라서 사람을 마중 나오거나 배웅할 때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마침 국내선인데도 탑승수속을 일찍 시작해서, 짐 부치고 들어가는 걸 보고  나왔는데도 30분이 안되었다. 주차티켓을 정산기에 넣으니 그냥 나가면 된다고 해서 출구기계에 티켓을 넣었는데 차단기가 안 열린다. 차를 더 바짝 대어야 하나 하고 차단기에 가까이 가 보아도 안 열린다.

티켓은 먹어버렸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침 일찍이 아니어도 여기 주차장 출구 근처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당황해서 둘러보다가 기계를 자세히 보니 동전만 한 통화버튼이 보인다. 기계와 같은 색의 작은 버튼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간절하니 보였나? 버튼을 누르니  불어로 여자가 속사포같이 얘기하는데, 당연히 못 알아 들었다. 하지만 뻔한 얘기겠지, 우리 할 말만 영어로 했다. 티켓을 넣었는데 차단기가  안 열린다고.  좀 있으니 차단기가 열린다. 한가한 아침시간이라 뒤에 차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땀을 뺐다.


6월 30일

집 앞 정원에 비온 다음날 한꺼번에 핀 선인장꽃.


인터넷에 찾아보니 라벤더밭의 꽃 피는 시기가 6월 말에서 7월 초이고, 7월 10일쯤 수확을 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가면 볼 수 없다고 한다.


구글지도에서 라벤더밭을 찾아서 위치를 확인하니, 근처 라벤더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있다. 상점 후기를 보다가 1주일 전에 라벤더밭에 주차했다가 렌터카에서 여권과 지갑이 든 가방을 도난당했다는 이탈리아사람의 후기를 읽었다. 그런 데도 도둑이 있다고? 하긴 지나가다 멋진 풍경을 만나면 , 보통 도로옆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만 들고  잠깐 내려 사진을 찍게 되는데, 그때 차 문을 안 잠글 수도 있겠다.

실제로 라벤더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경찰이 호각을 분다. 꽃을 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줄 알았는데, 차 문 잘 잠그고 차 안에 물건을 놓아두지 말라고 차마다 경고하고 다니고 있다.



발랑솔 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다리 유적.다리는 끊어지고 양쪽 건축물만 남아있다.


라벤더밭은 정말 환상적이다. 눈앞에 보이는 지평선 끝까지가 다 라벤더 꽃이다.  그런 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밭마다 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밭에 서 있으면 은은한 비누향이 바람 불 때마다 퍼진다. 벌떼들이 웅웅대고 있어도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꽃 사이를 누비며 사진 찍기 삼매경이다.

프로방스의 진한 하늘색과 하얀 구름까지 완벽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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