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동기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이분법을 내세우지. 남자와 여자.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커플과 솔로. 나는 또 하나의 이분법을 말할 거야. 퇴근 후 두번째 일이 있는 사람들과 퇴근 후 여가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로."
"두번째 일이란게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거 맞아? 너랑 나는 둘 다 전자 아닌가?"
"우린 그렇지. 우리는 퇴근 후에 항상 일정이 있잖아. 너도 그림 그리러 공방에 다니고 나도 따로 레시피 연구하고. 그래서 나는 모두가 퇴근 후에 아직 못 이룬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사는 줄 알았어. 근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더라고."
"우리가 유난히 빡세게 살고 있는 건 맞지. 저번에 내 친구가 놀래더라. 퇴근 후에 개인적인 일이 시작되면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는 거며, 일이 끝이 보이긴 하는 거냐고. 근데 나도 요샌 조금 느슨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는 주의여서. 전기장판에 누워서 노래 듣고 그냥 멍하니 있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 겨울이라 그런 측면도 있고. 이렇게 사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근데 쉴 때 쉼을 잘 못 누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치우친 게 맞는 거 같아."
"내가 좀 그래. 가끔씩 퇴근 후에 조금 한가할 때가 있거든. 그럴 때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니까 잘 쉬면 되는데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으면 아, 나 잘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야. 한 번도 느슨하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결정적으로 나 혼자 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몹시 불안해지더라고. 도태될 거 같고, 게으른 모습 같아서 자책도 된다."
"너의 불안의 원인은 주변인의 행보에서 기인하는 거야?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 인간은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두려운 것보다는 타인이 성취해내는 만큼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 불안한 게 더 크다고. 결국 인간의 불안의 근본은 타인에서 기인한다고 하더라.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데 현재 너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네.
"응 맞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거나, 아님 타인과 비교를 하질 말던가 둘 중에 하나를 해야겠네. 첫째는 마음이 편할 것이고 두 번째는 몸이 편하겠군."
"무엇을 위해 퇴근 후에도 일을 하는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나 같은 경우는 직장은 생계를 위해 다니는 게 맞거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열정 페이가 당연한 필드인데 열정만 가지고 살기엔 나도 적당히 나이가 들어버린 거고. 뭐, 때마다 이런 저런 마음가짐이 결국에 내 라이프스타일을 이렇게 굳어지게 했지만 매 순간 잘 누리면서 가는 게, 고단한 인생의 위로가 아닐까? 너랑 나 둘 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스타일이니까 퇴근 후에도 빡세게 사는 건 필연적인거 같으니. 그래도 적당히 쉬고 즐기면서 일해야 방전도 안되고 오래가니까, 스스로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줄 필요가 있다고 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