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럽을 가는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예술을 알기 위해서.
타인의 삶을 답습해보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보다 강인한 삶을 위하여.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안의 지질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남들이 다 가니까.
거기서 삶의 진면목을 발견했다고 하니까.
라고 부끄러운 진실을 말할 것이다.
유럽을 가기로 마음먹은 날로부터 언젠가,
지하철 역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덥고도 나른한 길을 걸으며
그 길을 걸을 때 펼쳐지는 좋아하는 풍경들을 보면서
이 곳의 삶과 지구 반대편에서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복과 낙담을 느끼는 요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기서 거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내면의 보상심리는 내가 한 달 반 동안 들일 물리적인 시간과 돈, 용기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외적인 것이든, 내면의 깨달음이든 무언가를 발견해야만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현실의 작은 행복을 볼 눈을 가려버렸다.
유럽으로 떠나기 3주 전,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시절에 지구의 6 대륙을 돌아다니며 여행만 했던 분이 있다.
신앙의 선배이자 멘토,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
그분을 만나 물었다.
- 여행을 엄청 다니셨잖아요.
- 그런 편이지.
- 여행 다녀와서 느낀 게 뭐예요?
나보다 먼저 산 사람의 지혜를 닮고 싶어 그렇게 물었었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지름길로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 나의 기대를 부수고 돌아온 대답은,
- 별로 없어. 여행을 다녀서 느낀 건 별로 없고, 삶이 힘들 때 인간은 깨달음을 얻는 거 같아.
였다.
내 안의 가장 큰 동기가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여행에는 깨달음이 없다고.
부푼 풍선이 작은 바늘 하나에 터지듯, 나의 부푼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런 상태로 내가 유럽에 간다.
나는 유럽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