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종합소득세 신고하는 법

현직 방송작가의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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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저는 옅은 인내심과 그에 반비례하는 강렬한 자유인의 기질을 지닌 탓에 일반 회사를 도망쳐나와 서른두 살에야 방송국 문을 두드렸습니다. 일반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오래도록 대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법이나 프리랜서의 법적 지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방송작가를 계약직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다만 4대 보험을 안 들어주니 계약직보다 조금 더 더러운 고용형태라고만 여겼습니다.


5월이 되어 프리랜서들이 종소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그저 동태눈을 하고 무심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연출이 종소세 신고를 했느냐고 물었을 때 귀찮아서 안 할라고, 라고 답했던 겁니다. 무식해도 너무 무식했습니다. 조연출도 안 하는 걸 보니 왠지 나도 안 해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조연출은 계약직이라 연말정산을 해서 종소세 신고를 안 해도 된다는 걸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몰랐습니다. 홈택스가 다 뭐란 말입니까.


그때 피디가 저를 어떤 눈으로 봤는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설마 그 정도로 무식한 건가? 하는 식의, 굉장히 헷갈려하는 눈이었습니다. 그때 피디가 환급을 많이 해줄 거라는 얘기를 했던 것도 같습니다. 무식한 저는, 아, 나중에요..라며 귓등으로 흘러들었습니다.


그렇게 6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같이 일하는 라디오 피디가 "그런데 작가님은 회사 시스템에 왜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잡혀 있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불현듯 6년 전 그 날이 떠올랐습니다. 4년 전에 조연출이 "작가님, 이거 사업소득으로 할까요? 기타소득으로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뭐가 좋냐? 아무거나 좋은 걸로 해줘"라고 답했던 것입니다. 당시 저만큼이나 세금을 몰랐던 조연출은 왠지 기타소득이 세금을 덜내는 거 같다며 다른 모든 작가들이 사업소득으로 잡혀있음데도 나름의 호의로 제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설정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전국의 모든 프리랜서들이 삼쩜삼프로를 떼이고 있을 때 기타소득 세율인 8.8프로를 떼이고 있었습니다. (원래 4.4%였는데, 계속 올라서 지금은 8.8%가 되었습니다) 즉 저는 지난 6년 간 다른 작가들보다 최대 5.5% 정도 급여를 덜 받았던 것입니다. 전부 내가 무식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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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무지하고 무심한 제가 세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전부 집 때문입니다. 형편이 넉넉치 못해 40년 넘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와 집주인을 대신 몸테크를 해주던 저는, 겨울 동안 세 번의 계량기 동파 사태를 겪고(무려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는 못살겠다! 나도 청약이나 한 번 당첨돼보자! 며 공고문을 쭉 살펴보다가 5년치 소득 신고에 관한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년도를 셌습니다. 20년, 19년, 18년.. 2016년! 처음 방송작가를 시작했던 바로 그 해였습니다. 그리고 홈택스를 열었더니 역시나.. 소득 신고 내역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세금에 무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득세를 신고하는 자체를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많이 털릴까봐 무서울 만큼 벌어본 적이 없으니 그 이유때문은 아니고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입니다.경정이니 추계니 하는 말들이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그것을 알기 위해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무 바빴고,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이라도 한숨 더 자고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공부를 안 하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변명을 똑같이 되풀이하면서 손해보고 사는 쪽을 택했던 것입니다. 물론 6년 동안 종소세 신고를 한 번도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득자료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소득신고를 할 때마다 애를 먹었던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방송국에서 제 고료를 기타소득으로 신고를 했으니 백날 사업소득 버튼을 눌러봐야 자료가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소득신고를 할 때마다 번번이 절망감에 사로잡혀 몇 시간씩 홈택스와 씨름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에야 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지난 4년 동안 소득 신고는 어떻게 했던 걸까요?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홈택스의 모든 버튼을 누르고 있다보면 소 뒷발치기하듯 우연히 기타소득을 누르게 됩니다. 그러나 그게 그것때문이라는 사실은 끝내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앞선 4년의 시간처럼 홈택스를 몇 시간씩 열고 분노의 클릭질을 할 예정이었는데, 이제 모든 비밀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30분 만에 모든 신고를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금 전엔 2016년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쳤습니다. 정말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소득신고는 과거 5년전 것까지 가능합니다. 햇수로 따지면 6년 전 소득까지 뒤늦게 신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괜히 업체에 수수료를 떼이면서 신고하지 마시고, 직접 홈택스를 열고 '경정청구'를 눌러 미쳐 놓친 소득세 신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벌이가 시원찮은 프리랜서라면, 과다청구된 줄도 모르고 빼앗길 뻔한 50만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2016년은 최저시급만 받으며 일할 때라 연봉이 천만원도 안 되던 시절이었는데, 세금을 이렇게 악착같이 뜯어갔다니.. 역시 국세청은 무서운 곳입니다.


또한 이렇게 무서운 국세청을 상대하면서도 제가 얼마나 똥멍청이로 살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세금 신고를 하고, 집을 사고, 계량기를 얼지 않게 하고, LED 전구를 가는 일들. 사는 데 꼭 필요한 그런 모든 일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이후의 공부만 무려 9년을 했는데 정작 이런 것들은 하나도 배우지 못하고 졸업을 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습니다. 뒤늦게 유튜브와 블로그 선생님들께 배우며 사는 중인데 학교보다 백 번 낫다고 생각됩니다.


프리랜서 여러분, 5월은 종소세 신고를 하는 달입니다. 많이 버시는 분들은 알아서 대처하실 것이고, 근근이 사시는 분들은 잊지말고 신고해서 꼭 13월의 월급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프리랜서 생존전략 No.5

5월엔 홈택스를 열어 꼭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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