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나 하나 열까?

카페 창업 단념기

by NOPA

회사를 다닐 땐,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카페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싫어했다. 지금같이 취업난이 심각한 때에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해도 싫은 일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월세는 무서웠다.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었으며, 어차피 못 그만두는 거 카페 열 때까지만 참자는 심정으로 버텼다. 그러나 종잣돈은 마련하지 못했다. 월급은 비루했고 월세는 역시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고, 오로지 생활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소모적인 시간들이 싫어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카페나 열까 하던 생각이 현실 밖으로 다리를 디밀고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먼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학원을 알아 보았다. 학원비가 굉장히 비쌌다. 실업자 국비 지원을 받아도 비쌌다. 커피숍을 열기 위한 종잣돈도 부족한 마당에 무턱대고 학원비부터 지를 수는 없었다. 뭐, 바리스타만 커피집 내나?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신 카페 창업에 관한 책과 바리스타 자격시험 문제집 등을 사서 읽었다.


책에는 자금 걱정은 집어치우고 일단 저지르라고 써 있었다. 진짜 저지르는게 답인건가?하는 생각이 빨리 뭐든 하자는 조급증과 만나며 슬슬 눈동자가 희번뜩거릴 때, 바로 다음 챕터가 보였다.

"카페 장사, 이렇게 하면 망한다"

이 챕터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카페를 열면 망하는지 세가지 케이스를 예로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었다.

하나, "그냥 카페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음... 카페가 제일 익숙하고 쉬워보여서 카페나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렇다, 여자가 혼자 하기에 카페는 제일 근사해보였을 뿐만 아니라 쉽고 할만 해 보였다. 근사함과 쉬움은 결코 같이 갈 수 없는 단어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쉬운 것은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둘, "커피가 너~무 좋아"

심지어 나는 커피를 너무 좋아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삼대 커피집이라는 곳에서도 커피를 마셔도 좋다는 느낌보다 커피만 마시니 허전하니 배고프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카푸치노만 시켰다. 원두와 드립력이 그렇게 좋다는 우리나라 삼대 커피숍에서 말이다. 마치 막 잡은 감성돔을 매운탕으로 끓여먹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장담한다, 감성돔으로 끓인 매운탕은 세계 최고로 맛있는 매운탕일 것이다. 우리나라 삼대 커피숍의 카푸치노는 내가 마셔본 것 중 단연 최고였으니. 그러나 어찌됐든 나는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다.

셋, "어느 세월에 돈 벌어? 이 일도 하고 저일도 해야지"

회사다니면서 곁다리로 카페 차리지 말라는 얘기였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가장 크게 잃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일에 대한 '열정'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단 한 순간도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이 없었다, 회사다니던 2년을 빼곤. 비전도 없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니 무기력했다. 열심히 해봐야 기회가 없고 애써봐야 변화가 없기 때문이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집단 농장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공공기관이 무능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고로, 나는 절대 회사 다니면서 카페를 차릴 일 없으니 세번 째만큼은 나에게 해당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세번째 마저도 나에게 해당되는 얘기였다. 나는 내심 카페를 차리면 카페에서 틈틈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사람을 두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는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글이나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보면 무릎을 치며 '그래 너야, 니가 까페내면 딱 망하기 좋은 사람이야!' 할 것 같았다.


카페 종목을 내가 좋아하는 차로 살짝 틀어보면 어떨까?

나는 그냥 남들하는 카페를 차리는 것보다 캐나다의 DAVID's Tea라는 브랜드처럼 젊은 사람들을 위한 모던한 티카페를 차리는 것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엔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한국으로는 배송이 안되는 통에 미국에 있는 친구를 달달 볶아 꽤 많은 양의 DAVID's Tea를 구해 나름의 방식으로 차를 연구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차를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서 차 관련 강의도 수강했다. 그리고 나처럼 카페를 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카페를 연 사람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그 중에 한 분은 내가 꿈꾸던 모던한 인테리어에 젊은 감각의 다양한 티를 파는 티전문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 본 그 카페는 정말 멋졌다.


멋진 카페와 훌륭한 차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자 사장님은 신이 나서 카페 부지 계약부터 카페이름 작명, 인테리어 아이디어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다. 덩달아 신이 난 나는, 부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그럼 투자금 회수는 언제부터 하신거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의 얼굴에 갑작스럽게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사장님은 죄라도 지은 것처럼 시선은 먼산에 두고얘기하셨다.


아.. 내가 죄인이었다. 이건 그냥 웃으면서 면전에서 따귀라도 때린 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카페 문을 연지 1년 반이 넘도록, 주말도 쉬지 못한 채 하루에 12시간이 넘도록 일했지만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은 내게 굉장히 중요했다.


카페를 열었'었'다는 다른분도 만나보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카페를 접게되었다는 그 분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머리속에서 카페는 여자 혼자 운영하기에 최적의 업종이었기에, 결혼을 해도, 아이가 있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분은 나의 무지한 선입견을 비웃지 않고 정중하게 말씀해 주셨다. "카페 열고 싶으시면 최소 삼년은 다른 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거기에만 메여 있어야 돼요. 그래야 돈 벌어요. 그러지 않으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 게 나아요."


그때 나는 내 상상 속 카페에서 그리고 있었던 것이 회사원 월급보다 많은 수입과 더불어 시간적 여유였음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 낸 여유 속에서 난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그때 나는 카페 창업을 단념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데, 내게 있어 다른 겉도는 생각없이 집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란, 글을 쓰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문득 옛전에 들었던, 성공의 비결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에, 성공에 몹시 목이 마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성공의 비법을 알고 있다는 어느 도사를 찾아 산으로 바다로, 전 세계를 뒤지고 다녔다. 일곱개의 산과 일곱개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 그 도사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도사는 쉽사리 성공의 비결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 십년을 일해야만 그 비결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오기로 버티며 도사 밑에서 삼년은 바닥을 쓸고, 삼년은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다시 삼년은 나무를 했다. 하지만 성공의 비결을 알고 싶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 1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기어이 칼을 들고 도사를 찾아갔다. 이번에도 얘기를 듣지 못하면 도사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심산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도사는 살기등등하게 자신을 찾아온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비결을 얘기해달라는 그의 말에, 도사는 놀랍도록 무심하게 성공의 비결을 얘기해 주었더.


"설거지할 때는 설거지만 하라."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차있으면서, 에이, 모르겠다, 그냥 카페나 차리자라는 마음으로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그 오만가지 다른 생각들 때문에 카페는 결코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다. 내 일을 하고 싶다면,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생각을 실행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일을 하는 동안 즐거울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성공은,, 글쎄,, 좋아하는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이미 성공한 거 아닌가? 큰 돈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성공은 부수적으로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










본문 인용: "장사 잘되는 카페", 전기홍, 2014, 마일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