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산에 가는 이유
왜 꾸역꾸역 산에 가냐면,
엄청나게 예쁘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하늘과 태양과 산밖에 없는 곳에 홀로 서 있으면 눈앞의 모든 것들이 너무 예뻐서 울컥해집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산 아래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도파민이지요.
그렇습니다. 전부 도파민 때문입니다. 술로 죽든, 실족으로 죽든, 이미 모두가 도파민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 세상에 저도 그저 동행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고요함이 있습니다. 속세에서 고요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귀가 예민한 저는 늘 고요를 찾아 헤매는데 좀처럼 만나지지가 않습니다.
산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 날에나 만나지는 건 아니고 평일, 눈 내리는 겨울 산에서는 반드시 만날 수 있습니다. 고요한 산속을 제 숨소리로 가득 채우며 가다가 뒤를 돌아볼 때의 풍경이 너무나 황홀해 숨도 잠시 멎습니다.
또 새벽에 출발하면 놀랍도록 까만 밤과 해처럼 밝은 달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밝은 것은 해가 아니라 달입니다. 아이폰은 어둠을 싫어해 늘 실재보다 밝게 나오는데, 실제 새벽 풍경은 영상처럼 까맣습니다. 까만 산길을 달빛을 받으며 홀로 걷는 기분이 정말 근사합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다 도파민 때문입니다.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도파민♡
참고로 카메라는 산에서 직접 보는 것의 절반도 담지 못합니다. 그날 제가 본 것의 실재는 오직 나만의 것으로 그날 산에 온 사람들과도 공유되지 않습ㄴ니다. 저마다 각자만의 감성의 농도로 빚은 고유한 풍경을 하나씩 품고 가는 겁니다.
영상은 제가 본 아름다움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러니 영상만 봐서는 대체 왜 저 고생을 사서 하는지 잘 공감이 안 될 겁니다. 한번 발을 들여놓는 자만이 알게 되지요. 그러나 설악산부터 들여놓진 말아요, 진짜 죽습니다. 시작은 북한산부터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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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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