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내향인 관찰일지 10.
행복한 내향인 남편의 소비 방식은 '필수'와 '만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에게 세상의 물건들은 정말 필요해서 사면 만족스러운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있어도 그만인 것'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맥시멀리스트였던 나에게 그의 소비 방식은 너무 신기했기 때문에 그간 관찰해 온 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선택적 무욕': 필수적인 것에 집중하다
남편에게 ‘물욕’이라는 단어는 어색하다. 어떤 때 보면 그는 마치 세속적인 욕망으로부터 초연한 사람 같다.
하지만 조금 관찰하다 보면 그는 모든 것에 무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게 '필요'는 생존을 위한 물품이라기보다는 삶의 질을 유지하고 내면의 행복을 쌓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맛있고 좋은 음식,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 경비,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가격이나 배송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행 가서는 좋은 호텔, 하고 싶은 액티비티는 아끼지 않고 가장 편한 방식으로 하는 편이다.
이렇게 본인에게 ‘필수적인’ 가치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유행 템, 자동차, 액세서리 등 그가 생각하는 '필수'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절대 사지 말고 돈을 아껴야지! 느낌보다는 그런 것들을 왜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쪽에 가깝다.
하나의 물건을 5년, 8년씩 사용하는 것은 그의 일상에서 흔한 풍경이다. 낡거나 고장 나서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 그제야 "어? 이제 바꿔야 하나?" 생각하지만, 새 물건을 사는 과정 또한 요란하지 않다.
필요성을 인지하면 꼼꼼하게 정보를 탐색하고,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물건을 신중하게 고른다. 그렇게 정성스레 손에 넣은 물건은 다시 오랜 시간 그의 삶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고른 물건이 마음에 쏙 들 때는 색깔별로 구매하는 의외의 모습도 보인다. 만족스러운 경험은 다채롭게 누리고,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하고자 하는 내향적인 행복에 집중하는 소비인 것 같다.
그에게 소비는 단순한 물건 구매 행위를 넘어,
삶의 '필수적인 만족'을 채우고,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행복에
투자하는 쪽에 가깝다.
내면의 만족을 추구하는 오롯이 ‘나’를 위한 소비
남편의 소비 습관에서 또 하나 주목 할 점은, 그는 오롯이 자신의 기준과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는 점이다.
그의 소비의 중심은 언제나 ‘자기 자신’, 그리고 가까운 가족들이다. 프롤로그에 적었다시피 그는 내향적인 성향 때문에 약속이나 외출이 거의 없다. 그래서 밖에서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롯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오랫동안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찾아서 사는 것이 그에게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심사숙고하여 구매한 물건들은 남편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단순히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느끼는 만족감 은, 그의 일상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더한다.
새로운 물건을 산 후,
“이거 정말 마음에 들어."라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남편의 모습은,
소비 행위를 통해 그가 얻는
진정한 만족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한다.
행복한 내향인 남편의 소비는 ‘자기애’를 넘어선 ‘자기 이해’에 기반한다.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는지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 없이,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관찰해본 바로는 이러한 소비 습관은 ‘나의’ 내면의 만족과 ‘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그의 내향적인 행복 추구 방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그의 소비는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내향적이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풍요롭게 하는 섬세하게 큐레이팅된 실천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