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라이징스타 공성연 Percussion> 금호아트홀 연세
내 머릿속의 타악기 연주법은 크게 세 부류로 인식되어 있다. 1) 카혼, 젬배, 드럼의 자유롭고 리드미컬한 주법, 2) 모듬북, 장구의 웅장하고 휘몰아치는 주법, 그리고 3) 마림바의 가볍고 통통 튀는 주법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밴드, 합창, 앙상블,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연주의 분위기를 결정지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타악기가 '단독'으로 출연하는 리사이틀은 내게 완벽히 낯선 장르의 공연이었고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들었다.
연주자 공성연은 관객이 느낄 이 두 가지 감정을 간파하고 있었다. 공연 전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지에는 공연장에 먼저 도착한 이들이 스포 하면 안 될 것이 있음을 알리며 기대감을 갖게 하였고, 공연 중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에 전혀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불안을 덜어주었다.
기존 리사이틀과 달리 암전 속에서 연주자가 입장하였다. 공연 전부터 영상과 전자음향이 반복재생되고 있었는데, 세미나실에 있을법한 책상에 앉더니 두 손으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책상을 치며 리듬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자음악에 맞춰 몸동작으로 리듬을 맞추는 바디 퍼커션이었다. 이어, 2022 세계 마림바 콩쿠르 1위 당시 심사위원 위촉곡이었던 에밀 쿠윰추얀(Emil Kuyumcuyan)의 곡에 맞춰 마림바를 연주하였는데 빠르면서도 반복되는 리듬이 전자를 표현한 듯한 음악이었다.
한편, 판소리에 사용하는 북을 연주하면서 창 비슷한 것(프로그램지 상에는 시가의 원문을 읊는다고 설명함)을 한 이정혜의 곡은 다소 난해하고 가끔은 소름 끼쳤다. 주머니 속 아이팟을 만지작 거리면서도 결국 끝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건 언제라도 귀마개를 낄 수 있는 선택권이 관객에게 주어진 덕이었다. 어둠 속에서 퇴장한 연주자 뒤로 그제야 1부가 끝났음을 알아챈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조명이 켜지니 나를 포함한 대부분 어안이 벙벙. 상상치 못한 공연을 본 이들만이 공유하는 감정이었다.
블랙과 화이트 톤의 세미 정장으로 1부를 연주했다면, 2부는 화이트 연주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마림바인지 글로켄슈필인지 실로폰인지 비브라폰인지는 모르겠다만, 양손 2개씩 4개의 말렛으로 연주하는 멜로디는 듣도 보도 못한 화성이었다. 선율이 있는 화음보다는 타건이 강조되는 연주라 만약 피아노를 친다면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마지막 곡은 무대 중앙에 집결한 각종 퍼커션 악기의 집합체였다. 중국 무술영화 고유의 징소리부터 사운드오브뮤직 영화에 나왔을범직한 효과음까지 어찌 보면 단조로운 타악기들을 적절하게 조합해 가며 서사가 있는 음악을 연주했다. 연주자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무대였다.
연주를 마친 공성연 님의 얼굴에는 감격과 벅참이 묻어있었다. 연주만 하기도 벅찰 텐데 영상과 음향이 가미된 구성과 연출까지 맡았을 테니 결코 쉽지 않았을 터. 앙코르곡의 THE LORD’S PRAYER 마림바 멜로디가 유난히 더 감동스럽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