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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Mar 10. 2023

비올라 켜는 한 여자,
건반 치는 두 남자.

<금호라이징스타 박하양 Viola> 금호아트홀 연세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일들이 왕왕 있다. 



‘그럴 마음이 있었노라’고 슬쩍 말을 던지며 그럴 수 없었던 상황임을 피력하지만, 안 한 건 안 한 것이다. 공연 관람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공연 출연자와 프로그램 미리 공부하고 가야지’와 같은 결심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연주자 이름을 공연명으로 내 건 리사이틀 공연이라 결심의 실천이 더욱 중요했고, 생각날 때마다 연주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특히 한 인터뷰 영상을 통해 오늘의 연주자와 사전에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였고 이는 평소보다 빠르게 공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연주자의 생각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인터뷰 영상 캡처 ⓒKronberg Academy


오늘의 비올리스트 박하양

박하양 비올라 리사이틀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그녀가 사사한 이마이 노부코가 편곡한 벤저민 브리튼의 첼로 독주를 위한 모음곡(제1번, Op 72)이었다. 비올라와 활로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내는데 그것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어우러졌다. 중간중간 일본풍의 멜로디와 주법이 들릴 때면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연못과 돌다리가 있는 일본식 기와집의 전경이 그려졌다.


20여분 간 비올라 독주를 들으며 새삼 놀란 건 반주 없는 비올라가 풍성하고 다채롭게 들렸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무반주 솔로가 가장 빛나는 곡은 합주곡이라고 생각한다. 기악이든 가창이든 여러 소리들이 어우러지고 그것이 익숙해졌을 무렵 등장하는 고요 속의 단선율은 감동적이다. (꽤 오래전 방영했던 <나는 가수다 김연우 - 나와 같다면>의 감동포인트도 이와 동일하다.) 무반주 독주가 계속될수록 몰입감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마치 서스테인 페달이 고장 난 피아노처럼 뚝뚝 끈기는 음들이 점점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올라가 그렇게 들리지 않은 게 참 신기했다.


박하양 리사이틀 실황영상 캡처 ⓒKumho Art Hall

+ 감사하게도 박하양 님의 유튜브 채널에 첫 번째 프로그램 실황영상이 올라왔으니 참고하시라


오늘의 반주자 박영성

이후 프로그램은 피아니스트 박영성이 등장하였는데 두 사람의 호흡이 무척이나 좋았다. 브람스를 연주할 땐 사랑스러움이, 레바카를 연주할 땐 다이내믹함이 느껴졌다. 곡에 따라 변화하는 비올라와 피아노의 음색과 연주자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반주자 박영성은 최근 협연 반주로 무대에 많이 오르는 듯한데 실제로 보니 여유가 흘렀고 음색이 분명했다. 공연 직전엔 연주자가 준비만 되면 언제든 시작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했고, 협주 중엔 최적의 음량으로, 피아노 간주 시엔 명확한 터치로 곡 전반을 끌고 갔다. 다만, 피아졸라는 다소 어색한 순간이 몇 차례 있었는데 클래식 연주자가 교회 코드 반주를 클래시컬하게 칠 때 받았던 느낌과 비슷했다.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아름다운 미소로 화답하는 두 연주자


깜짝 앙코르 무대 반주자 김상진

앙코르곡으로 대학시절 은사의 곡을 연주한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 자리에서 가진 연주의 앙코르곡도 같은 은사의 편곡 찬송으로 연주했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더욱 특별했던 건, 언급되었던 김상진 교수가 객석에 있었고 직접 올라와 피아노 반주를 했다. 밸런타인을 주제로 한 노래라는데 세련된 코드에 비올라 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기분이 참 몽글몽글했다. 세 사람이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기분 좋게 받고 나왔다.


웃는 모습이 닮은 두 사람의 앙코르곡 영상 캡처 ⓒKumho Art Hall

+ 음원으로 발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협연 무대영상도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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