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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Apr 04. 2022

당신이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에 가지 않아도 될 이유?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2년 국내 문화예술계에 이보다 소문난 잔치는 없었다. 전시 유치를 위한 전국 기관들의 경쟁 소식이 연일 언론을 달구었고, MMCA(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특별전 온라인 예매는 여느 티켓팅 경쟁보다 뜨거웠다. 국내 근대 미술품 관람은 생각조차 못해본 나조차 그 무리에 동참하면서 새삼 이 전시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보며 특별전의 열풍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무엇이 그리 특별한가?'



이 생각은 전시를 다녀온 후에 더 짙어졌다. 어렵게 예매한 전시를 45분 만에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 오기까지 생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왜 가게 되었는가?

1. 삼성 이건희라는 상징성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어떤 작품들을 소장했는지 궁금했다. 관찰형 예능과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의 일상을 보고, 때론 그들과 소통도 가능해졌지만 이쪽 영역은 아직 베일과 안개로 가려 있었다. 초일류기업을 일군 사람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 것이다.


2. 킴벨의 위시리스트

아내가 가고 싶어 했다. 전시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예매는 계속 실패하고, 속상한 마음만큼이나 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만있을 수 없었다.


3. SNS 통한 지속적 노출

이따금 인스타 피드에 한 번씩 등장한다. 그 어려운 티켓팅을 성공해 느낌 있는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은 사람들. 전시관 내 촬영이 가능하다 보니 그럴듯한 인증샷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4. 전시/공연 관람 목표

다양한 전시와 공연 리뷰 작성이 올해 목표 중 하나였다. 무대와 제일 가까운 무대 뒤편에 주로 서있었지만 그렇다고 무대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관객의 눈으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기억하고자 했다.



그럼 어떻게 보았는가? 

1.  MMCA 큐레이터 전시투어 사전 영상

기본적으로 한국 근대 작품에 대한 지식도 없을뿐더러 1시간 관람 제한시간까지 있다 보니 사전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단, 알맹이만 쏙쏙 뽑아낸 사람들의 후기보단 내용물이 궁금해지는 포장지 느낌의 미술관 홍보자료를 찾아보았다. 마침 학예연구관이 직접 설명하는 영상이 있었고 기획의도와 주요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큐레이터가 설명해주니 확실히 흥미로웠다.


가볍게 사전답사하는 마음으로 1.5배속 시청하였다


2.  MMCA 어플 오디오 가이드

국립현대미술관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특별전 모든 작품 설명이 담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배우 유해진 님의 목소리로 가이드가 흘러 나오는데 마스크 속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워낙 작품이 많다 보니 궁금한 작품 위주로 들었고 내가 받은 인상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하며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래서 무엇을 보았는가?

1. 익숙한 이름, 낯선 작품들

50여점의 전시 작품 중 내가 알고 있는 작가는 박수근과 이중섭 딱 두 사람뿐이었다. 낯익은 이름 때문인지 그들의 작품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왼쪽부터 <절구질하는 여인>, <농악>, <유동>


박수근 작가의 작품 3점은 한쪽 벽면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처럼 거친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해외 종군기자가 한국전쟁 직후 한 마을을 방문해 촬영한 흑백 영상처럼 실감 나는 표현이었다. <절구질하는 여인>을 보며 밀레의 <만종>이 떠올랐다.


왼쪽부터 <흰 소>, <황소>, <다섯 아이와 끈>


이중섭 작가의 작품 3점은 바로 옆에 있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보았단 <황소>를 중심으로 <흰 소>, <다섯 아이의 끈>이 걸려있었다. <황소>를 처음보곤 생각보다 작은 작품 크기에 놀랐고, 눈망울이 아련해서 한참동안 쳐다보게 되었다. <다섯 아이의 끈>은 말 그대로 다섯 아이가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심리적 분리불안의 징후로 보인다는 분석이 있어 작가의 마음을 잠시 헤아려보았다.


왼쪽부터 <무릉도원>, <무창춘색>, <낙원>


2. 세 작가가 바라보는 산과 강의 모습

이상범의 <무릉도원>은 사극 드라마에서 왕좌 뒤편에 놓인 병풍에서 봤던 그림들과 비슷했다. 고전적인 풍경이 안정감을 주는 변관식의 <무창춘색>부터 동서양의 세계관이 혼재된 듯한 백남순의 <낙원>까지 다양한 버전의 산수화를 비교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3개의 작품 모두 크기가 큰 편이라 작품과 얼마나 떨어져서 감상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달랐다.



결론이 무엇인가?

감상을 정리해보니 여러 가지를 보고 느꼈다. 그 감정 중에는 호기심, 흥미로움도 있었지만 낯섦, 모호함, 어려움도 있었다. 동행한 킴벨과 나의 소감과 만족도의 차이를 확인하며 다양한 관객 반응이 있겠다 싶었다. 다만 전시를 앞두고 갖고 있었던 궁금증 하나는 풀렸다.



'왜 이건희 회장은 이 수많은 작품들을 소장했을까?'



이건희컬렉션에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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