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헉…”
빈 물통이었다. 진작에 바닥이 났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바짝 마른 입 안은 얕은 습기라도 좋으니 제발 좀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입 안에 물통 주둥이를 밀어 넣어 보았지만 뜨거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모하비 사막은 지옥불이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곳마다 아지랑이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900km를 넘는 사막을 걸어왔지만 이같이 강렬한 뜨거움은 없었다. 여름을 향해가는 사막의 열기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후….”
깊은 한숨과 함께 나온 열기가 몸을 감쌌다. 한숨과 함께 남은 에너지도 함께 모두 빠져나갔다. 다시금 절망의 상황에 처해있음이 느껴졌다.
‘앞으로 남은 거리 3km’
이 상황을 타개할 단 하나의 방법은 물이 있는 곳까지 걷는 것 뿐이었다. 넉넉잡아 한시간이면 됐지만 차오른 갈증에 한발자국도 움직일 힘이 없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머리 속에는 계속 불가능이라는 단어만 그려졌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남은 힘을 짜내 걸음을 조금씩 옮겼다. 지나는 길 커다란 조슈아 선인장 나무가 만드는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하이커의 배낭 옆구리를 가늘게 쳐다보았다. 그의 물통도 비어 있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물통 바닥에서 조금 위로 올라온 물을 훔쳐라도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도 마지막 한 모금으로 3km를 걸어야 했다.
‘목마르다… 아.. 목말라…’
생각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타는듯한 갈증은 더욱 물 생각에 정신을 옭아매었다.
‘3km만 어떻게든 견뎌보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차렸다. 마른 입술로 목에 두른 수건을 ‘앙’하고 물었다. 땀에 젖었던 수건은 어느새 바짝 말라 입술에 들러 붙어 버렸다.
‘털썩.’
100m를 채 걷지 못하고 정신이 희미해지고 어지러웠다. 올해 사막에서 탈수증이 걸렸다는 하이커가 생각이 났다.
‘물 없이는 도저히 안되겠다.’
저 멀리 산을 넘어 가는 해를 보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난 지금…’
“형.”
나도 모르게 빠져든 잠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보니 눈 앞엔 지훈이가 있었다.
“지훈아… 혹시…”
자신의 배낭 옆에 끼어져 있던 물통을 꺼내며 지훈이가 말했다.
“물 좀 드릴까요? 전 물 많이 안 마셔서 이번에도 2L 밖에 안 떠왔어요.”
60km가 넘는 구간 동안 물 공급원이 없다는 말에 5L를 뜨고 출발했다. 하지만 25km만에 물이 바닥이 났다. 모하비 사막의 강렬한 햇살에 물은 마시는 순간 땀이 되어 몸의 수분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차라리 물처럼 나도 증발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사막에서 난 5L도 부족했는데 지훈이는 2L를 가지고 출발해 아직 1L 물통에 반이나 남아있었다. 괴물이었다.
“아.. 진짜 고맙다.”
지훈이 물통의 물 반을 내 물통으로 옮겨 담았다.
‘벌컥벌컥’
금새 물은 사라졌다. 이제는 희망이 보였다. 3km는 거뜬할 것 같았다.
“형, 이제 3km만 가면 트레일 엔젤이 물 엄청 갖다 놨다고 하니깐 힘내서 가요.”
지훈이의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훈이도 나를 보며 웃었다.
“응.”